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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로 가실 것이니(부활주일, 2016년3월27일)

하늘기차 | 2016.03.27 10:34 | 조회 1590


                 갈릴리로 가실 것이니

부활주일                                                                                                               막16:1-8

     얼마 전에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대국을 치러 이겼습니다. 인공지능 알파고는 정보를 수집하여, 패턴을 찿아내고, 구분하여 처리하고, 그리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머신러닝의 차원에 까지 이르렀는데, 이기는 길로만 프로그래밍이 되어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공지능 알파고가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지는 것입니다. 인간은 지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갑니다. 마라톤 선수가 달리다가 쥐가 났어요? 알파고 같으면 당연히 포기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꼴지할 줄 알면서도 끝까지 완주하거든요? 부활이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올라가면 죽음을 당할 줄 알면서도 올라갑니다. 이것이 부활의 본질이고 생명입니다. 부활에는 이기는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져야 합니다. 부활은 죽음입니다. 죽음을 죽어야 부활입니다. 구원의 신비이고, 생명의 신비입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죽음이냐 라는 것입니다. 성경이 우리에게 들려준 부활은 십자가에서의 죽음의 부활입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부활의 본질이요, 신학입니다. 이것을 잃어버리면 이상한 괴물로 변질합니다. 복음서가 보고 듣고, 이야기해 준 사실증언, 즉 십자가의 죽음으로부터의 부활을 잃어버리면 거짓증언이 될 수 있고, 자기 경험과 자기 중심적인, 그리고 이교도적인 부활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부활이해가 승리주의입니다. 승리주의에 입각한 부활은 성서적이지 못한 괴물 같아서 역으로 순전한 생명을 파괴하고 이교적인 욕망에 도취되게 합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도 명절이지만 부활절도 큰 명절로 지냅니다. 특히 발렌타인데이와 사순절 시작하는 시기가 겹쳐져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시기도 전에 이미 부활하셔서 쵸콜렛과 장남감과 먹거리와 패션으로 봄 기운을 흠뻑 즐기는 상업화된 부활이 되어버렸다고 안타까워들 합니다. 성탄절과 마찬가지로 침묵과 고난의 때에 백화점과 쇼핑에서 부활의 나팔을 부니 성서가 이야기하는 부활은 없어지고 승리하시고 영광을 받으시는 주님만 보입니다.

   예수님은 왜 부활을 예루살렘 성전 꼭데기에 올라가셔서 만인들이 보는 앞에서 보여주시지 않으셨을까요? 처음 부활을 목격한 사람들은 주님의 부활을 받아들이기는 커녕, 알아보지도 못하였다고 증언합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버리고 달아난 죄책감과 부끄러움, 절망, 또한 자기들도 그렇게 체포당하여 죽을 수 있다는 것에대한 두려움, 그리고 누가 높으냐고 들떠서 예수님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대해 서로 비방하며 모두 예수님의 죽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예수님이 찿아오셨습니다. 부활은 우리가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찿아옵니다. 부활은 서로 얼굴도 못들고 회한과 지기 연민에 젖어 우울해 있는 제자들에게 찿아 왔습니다. 그리고 믿지 못하는, 알아보지 못하는 부활을 옆구리의 창자국과 손발의 못자국을 통해 보여주십니다. 부활은 아픔과 고통을 보는 것에서 옵니다. 함께 음식을 나누며 한 참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깨닫게 하셨습니다. 복음서에서 알려주는 부활은 승리하신 주님을 한 껏 자랑할 수도 있을 텐데 절제되어 있고 매우 조심스러워 합니다. 왜 그럴까요?

   부활의 승리주의는 열광주의입니다. 이기적이고, 욕망이고, 이교적 우상숭배입니다. 힘에대한 열망이 담겨 있습니다. 미국 부쉬대통령이 이란, 이라크, 그리고 북한을 악의 축이라 하며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기 위해 이라크와 전쟁을 일으킨 기억이 납니다. 기독교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가공할 파괴적인 힘을 가진 나라가 아주 보잘 것 없는 나라를 상대로 중동에서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잔인한 전쟁을 일으키며 하나님 운운합니다. 성서가 전해주는 하나님은 그러한 하나님이 아닙니다. 다분히 이교적인 욕망을 체우기 위해 이름만 하나님으로 바꾼 격입니다. 우리한국의 보수교단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종종 보수교단에서 북한에대해 사용하는 언어들, 이슬람에대한 편견, 성소수자나 외국인 노동자들에대해, 그리고 세월호가족들에대한 교회의 모습은 근본주의적인 힘을 바탕으로한 이교적 모습입니다. 개성공단이 중단되었을 때에 나오는 말들을 보면 평화를 말하지는 못할 망정 우리도 핵을 개발하여 한다는 거친 이야기들 까지도 스스럼 없이 해 됩니다.

   오히려 부활은 그러한 정치적인, 경제적인, 종교적인 열기를 끊어주는 역할을 해야하지 않나 십습니다. 그러려면 부활이 어디에서부터 오는가? 찬찬히 보아야합니다. 부활은 흥분이나 감정적인 복바침이 아닙니다. 왜 예수님은 부활을 갈릴리에서 보여주시려 하였을까? 부활은 아프고 힘들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처가 있는 곳에서 시작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아파하며 힘들어하고, 지금도 육신의 질병으로 힘들어하는, 그리고 성소수자로 죽음의 문턱에서 삶과 죽음을 가늠하는 떨림의 자리에, 실패와 좌절과 소외당함에서, 우울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차분하게 찿아옵니다. 이것이 부활을 처음 만난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아픔과 수치와 돌아보고 싶지 않은 자리로 돌아갑시다. 그리고 갈릴리에서 보자고 하는 말씀처럼 우리도 이 시대의 갈릴리로 나아갑시다. 주님이 어디에서 부활을 보여주실까? 그래서 자신이 만난 부활하신 주님을 입에서 입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합시다. 승리나 열광이 아니라, 위로와 감사와 나눔, 서로 공감하는 것을 통해 부활을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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