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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랬어

하늘기차 | 2008.12.19 21:12 | 조회 1773


[인터뷰] 김규항(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내 사상은 예수에서 출발" (뉴스앤죠이에서 2008년 12월 12일, 금)

"혁명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원래의 조화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잃어버린 인간성, 불의와 모순, 착취와 억압으로 왜곡된 관계를 회복하고 세상을 상호부조하는 따뜻한 곳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예수가 했던 일이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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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 씨(46·<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김규항 씨(46·<고래가 그랬어>발행인)에게 기독교 신앙은 진정한 혁명운동이다. 예수의 삶을 진지하게 살피고 예수의 고뇌에 동참하면 자본주의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자칭 B급 좌파다. 또 스스로를 불온하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다수의 좌파 지식인들과 달리 그의 사상은 예수에서 출발한다. 김 씨가 곧 <예수전>이라는 책을 낸다는 소문을 들었다.
마침 그가 만드는 어린이 교양지가 5주년을 맞아 겸사겸사 인터뷰를 요청했다. 12월 8일 성산동 <고래가 그랬어> 사무실에서 '인간 예수'에 꽂혀있는 신앙인 김규항을 만났다.
김 씨는 방언과 기도를 강조하는 보수적인 교회에서 '나는 왜 뜨겁지 않을까'란 자책감 속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 후 한신대에 들어가 예수라는 존재에 깊이 빠졌다. 그는 역동적인 예수의 삶과 7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진보진영 목사들의 존재에 충격을 받았다. 진정한 의미의 신앙이 시작됐다. 신앙은 그를 왜곡된 세상에 대해 '쾌도난담'하는 비평가로 만들었다.
진보 논객에서 어린이 교양지 발행인으로
"애들이 진짜 좋아하는 책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김 씨는 홍세화 기획위원(<한겨레신문>)·진중권 교수(중앙대) 등과 진보적 사회평론지인 <아웃사이더>를 펴내고, <한겨레신문>·<한겨레21>·<씨네 21>·<오마이뉴스> 등에서 진보 논객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다가 2003년 10월 불현듯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이하 고래)를 세상에 선보인다. 다양한 사회 문제를 고민하던 중 사회적 모순이 가장 집약된 곳이 아이들의 세계란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본주의에 순응한 부모들이 만들어 놓은 무한 경쟁사회 속에서 사람이 아닌 '상품'으로 자라고 있었다.
"창간 전에 한국에서 가장 아이들 책을 잘 만든다는 모 출판사 사장님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이 '한국 아이들 중 우리 책 좋아하는 애들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책은 아이들에게 재미없을 수밖에 없다는 말인데 그 말이 못 마땅하게 들렸습니다. 아이들 책의 주인은 아이들입니다. 아이들 편이 돼 주고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잡지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고래는 인터넷 서점에서 과월호와 신간 매출이 비슷한 유일한 책이다. 4,500여 명의 정기구독자는 모두가 애독자다. 도서관이나 공부방에 비치된 걸 감안하면 실 독자는 만 명이 넘는다. 김 씨는 어려운 상황에도 고래 식구들이 힘을 잃지 않는 것은 아이들이 재밌어하고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종종 독자(아이들)에게 비밀편지도 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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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랬어>(발행인 김규항)는 2003년 10월 창간한 국내 유일의 어린이 교양지다. 김규항 씨는 어려운 상황에도 고래 식구들이 힘을 잃지 않는 것은 아이들이 재밌어하고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발행일이 조금이라도 늦어질 때면 부모들의 항의전화에 시달립니다. 아이들이 고래 왜 안 오냐고 부모에게 조르는 거죠. 아이들과 사회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던 부모들은 아이들이 고래를 보고난 뒤 먼저 질문을 하니까 좋아합니다. '아빠는 왜 담배를 끊지 않는가', '왜 청소와 설거지는 엄마만 하느냐' 등의 질문에 난처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김규항의 교육관, "공부는 능력 아닌 적성"
올해 창간 5주년을 맞은 고래는 60호(11월)에 초등학생들의 의식과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설문조사를 실었다. 전국 24개 초등학교 1,496명의 학생 중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아이는 48%에 지나지 않았다. 40.3%의 아이들은 성적이 좋아지면 행복할 것이라고 답했다. 24.6%의 아이들은 행복해지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고 답했다. 부모와 아이들 모두 판·검사, 의사 등을 선호하는 직업 1순위로 꼽았다. 80%의 아이들은 한 곳 이상의 학원에 다녔다. 학원에 있을 때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아이들은 2.6%였다.
사람들은 인정하려 하지 않지만 김 씨는 공부가 적성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나 부모들이 되고 싶어 하는 판검사·변호사·의사·학자 등의 직업은 공부를 잘해야만 될 수 있다. 그는 쿠바에서는 청소부가 의사보다 월급이 더 많고, 노르웨이의 버스기사는 대학교수와 임금이 비슷하다며 적성이 능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국 사회를 비판했다.
김 씨는 교육 운동이 국제중·특목고·사교육 문제 등 개별 사안에 함몰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는 '공부를 왜 하는가', '사람답게 산다는 게 무엇인가', '행복은 무엇인가' 등 근본적인 물음이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촛불 집회에 나가 정부의 교육정책을 욕하다가 밤 11시쯤 아이에게 전화해 학원 갔다 왔는지 확인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나중에 행복하게 살게 만들려고 지금 아이들을 고생시켜서는 안 됩니다. 지금 내 아이가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줘야 무엇이 행복인지 잘 알고 나중에도 내내 행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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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랬어> 직원들과 김규항 발행인(오른쪽 첫번째)

김 씨는 곧 대안교육을 연구하는 고래부설교육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5주년 기념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노동자 자녀교육 강의도 다니고 있다. 고래에 부모들의 토론 코너도 시작한다. 자녀 교육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하고 서로 사례를 교환하며 대안 교육을 위한 연대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아이들이 맘몬의 체제에서 벗어나 참 신앙과 인간성을 갖고 초·중·고 시절을 보내고, 성인이 되어서도 대안적인 삶을 모색할 능력을 길러내는 것이 진정한 대안교육입니다. 급진적으로 말하면 대학을 가지 않고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낙오자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가치관의 문제입니다."
한국교회, 자본주의·맘몬 신앙에 맞서야
왜곡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게 교회의 임무인데 오히려 잘못된 가치 기준에 편승하는 한국교회 현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환경미화원이 된 아이가 교수나 의사가 된 아이와 비교해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수를 좇는 사람은 솔선해야 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더 낮고 작은 자리에 가야 할 신앙인이 자기 아이가 남보다 높아지길 바라며 수능 때면 백일기도하고, 목사님은 축복기도 해주는 것은 세상을 그대로 두겠다는 말입니다."
김 씨는 세상이 맘몬의 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는 하나님의 지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개혁은 윤리적 차원을 넘어서 자본주의에 대한 질문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식 자본주의 경제관에 물든 목회자들로 인해 맘몬 신앙이 부드럽고 교양 있는 모습으로 한국교회를 잠식하는 일을 막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를 비판해 온 복음주의 진영 신학자 김회권 교수(숭실대)를 예로 들며 보수든 진보든 진정한 신학을 갖고 세계를 보면 자본주의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주의=반기독교, 기독교=반사회주의'라는 등식을 퍼뜨리는 사람들은 사회주의를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주의는 맘몬을 극복하기 위한 상대적 개념일 뿐이라고 말한다. 더 높은 것을 추구해야 할 기독교 신앙인들에게 사회주의가 '지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란 의미다.
"사회변혁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와 기독교 신앙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습니다. 마르크스주의는 나와 우주와의 관계, 나와 근원적 존재와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학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세상의 모순을 해결하자는 생각이기 때문에 외부의 문제에 집착합니다. 기독교 신앙이나 예수의 태도는 그보다 수준이 높습니다. 예수의 하나님나라운동은 지금 여기에 천국을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나 사회변혁가들의 주장처럼 완벽에 가까운 사회체제나 국가를 건설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아무리 좋은 사회체제 안에서도 지옥을 경험할 수 있고 아무리 나쁜 사회 속에서도 천국을 맛볼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가 말씀한 천국은 우리 마음속에, 사람들과의 관계에 연결돼 있습니다. 저는 영성이나 생명을 얘기하며 사회변혁 운동을 폄훼하는 자들을 비판합니다. 그러나 하루에 30분도 기도하지 않는 자들이 일으키는 혁명은 더 위험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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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랬어> 직원들과 김규항 발행인(오른쪽 첫번째)

<예수전>은 내년 1월 출간할 예정이다.
"오늘날 대개의 사람들은 예수가 정말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활동했으며 무엇을 꿈꾸었는지 왜 죽임을 당했는지 따위는 모조리 생략한 채, 그를 단지 교리의 주인공으로만 기억한다. 정말 예수는 단지 교리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그 고단한 삶을 살았단 말인가. 이성으로든 신앙으로든, 예수를 '갈릴리에서 온 사람'으로 보느냐 '교리 속에서 온 사람'으로 보느냐 하는 것은 예수의 정체성을 선택하는 결정적인 지표가 된다." (김규항 블로그 GYUHANG.NET '갈릴리 예수, 교리 예수' 중)
김 씨는 신학이나 교리를 접고 마음을 열어 2000년 전 예수님과 그 분의 말씀을 깊이 생각하고 느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의 결과물이 곧 <예수전>이란 책으로 나온다. 김규항이라는 한 평신도의 성경읽기를 엮은 이 책은 내년 1월에 출간될 예정이다. 과거 남미 등지에서는 학습 받지 않은 민중이 사제나 목회자와 모여 복음서를 읽고 자신의 삶과 예수님의 말씀을 접목해 얘기할 때 대단한 통찰력이 나타나고, 목회자들이 오히려 감동받는 일이 벌어졌다. 김 씨는 한국교회가 이런 가능성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인간 예수가 싸우고 고뇌했던 상황과 현실이 오늘 우리에게 해석되어야 합니다. 보수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살아 계시다면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보셨을지 자신의 삶에 생생하게 적용하지 않습니다. 목사의 설교나 강해를 통해 해석된 예수를 주입받기 때문이죠. 성경을 외우긴 하지만 생각하는 힘이 거세돼 버린 것입니다."
김 씨는 기독교인들은 자기 종교의 창설자를 추앙하면서도 스스로 개혁의 대상되는 일에 마음이 닫혀 있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예수가 율법주의자와 부패한 제사장을 비판하면서도 '율법을 완성하기 위해 왔다'고 말씀하셨듯이 기독교 스스로 갱신하고 진정한 교회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의미다.
"다들 사랑과 용서의 예수를 말합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그 예수가 지배 계급에 의해 정치범으로 지목되었고 사형 당했습니다. 사랑과 용서의 예수가 왜 사형을 당했을까요. 간디는 비폭력을 외치다가 폭력에 의해 살해됐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비폭력과 평화를 말하는 사람들은 사형 당할 일이 없습니다. 경찰서에 갈 일도 없습니다. 예수가 도대체 어떤 생각과 노선으로 어떤 메시지를 설파했기에 사형 당했는가 고뇌하지 않고서 십자가 정신을 말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태도입니다."
김 씨는 <예수전>을 계기로 더 많은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성경을 읽고, 살아있는 예수의 말씀과 예수가 말하는 하나님나라를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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