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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모임 여섯 번재 - 정승각

장희경 | 2008.03.27 00:22 | 조회 2304




그림책 모임 - 여섯 번째 나눔

2008. 3. 20. 목요일 10:30~12:00

☞ 나누미들
- 장희경, 전하늘, 노영주, 손승주, 지선, 백현진, 김미경, 민정현, 백영애, 박신호, 박주호, 박완호

☞ 오늘의 작가!
[정승각]
1961년 충북 제천 덕운에서 태어나 방아다리에서 자라 일곱 살 때 서울로 이사 오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운 관계로 공업고등학교를 가라는 것을 뿌리치고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였습니다. 그 때의 담임선생님이 재능을 알아보고 미술대회에 나갈 것을 권유해 부모님 몰래 몇 차례 미술대회에 나가 입상하기도 했지요. 그러던 중 그가 살던 보광동 상가에 화실이 생겼는데 화실 선생님의 배려로 교육비와 무관하게 학원에 다니게 되었으나 화실이 어려워져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화실 선생님이 당시 중학교 미술 선생님이던 이계안 선생님을 소개해 주어 방과 후에 미술교육을 받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이때의 이계안 선생님이 “그림을 그릴 때에는 꼬작꼬작 만져서 그린 것처럼 그려라.” 라고 말씀하신 것에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중앙대 서양학과에 입학하게 되고 이후 작품 활동도 했지만 소수를 위한 작품보다는 보다 대중적인 작품을 원해서 어린이 책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 책을 읽다 보니 그림 그리는 사람이란 게 부끄러워졌다. 외국 책과 비교하니 너무 화가 난다. 우리나라 어린이 책 그림은 말 그대로 글에 끼워 넣는 삽화에 불과하고 그림책 그림도 다르지 않다. 게다가 그림책은 대부분 전집으로 되어 있다. 한꺼번에 몇 십 권을 제작해야 하는 상황은 작품 활동의 여건도 좋지 않을뿐더러 저작권도 보호되지 않는다. 그림 작가가 자신의 세계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단행본으로 그림책을 출판하는 운동을 해야만 한다.” 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어린이집 교사들과 3~7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오감 살리기’미술교육을 연구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책을 대하는 방법은 어른과 다르며 책에 대한 감상이 날카롭다. 어린이는 그림에서 질감을 느끼려고 한다. 책 표면을 만져보거나 볼을 갖다 대거나 코를 킁킁거리기도 하면서 책을 단순히 시각적 감상뿐 아니라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느낀다.”
오래전에 번잡한 서울을 떠나 옛 터가 있던 충북 엄정에 작업실을 마련해 동시를 쓰는 부인과 평온한 마음으로 시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서를 나타내기에는 서구화된 도시보다 촌스럽지만 전통의 정서가 남아 있는 시골이 제격이라며 야트막한 동산 아래 조그만 교회 한 채에서 작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오늘의 그림책
[황소아저씨] - 정승각 그림, 권정생 글, 길벗어린이, 2001.
낮잠 자는 황소아저씨의 등을 타고 생쥐 한 마리가 겁 없이 지나가다가 그만 혼쭐이 납니다. 동생들에게 먹이를 갖다 주기 위해 모르고 지나갔다는 말에 너그러이 용서해주고 얼마든지 등과 보금자리를 내어주겠노라는 황소아저씨.

* 이 책은,
- 채도가 낮은 퍼런색 밤을 배경으로 하고 시리디 시린 하얀 달빛이 하얀 눈을 비추는 장면이 눈길을 끕니다. 불룩불룩한 나뭇가지의 돌기 위에 딱딱 얼어 굳어진 눈이 만져질듯 하지요.
- 부조를 뜨고 모시로 덮은 위에 그림을 그렸어요. 인물과 배경이 걸어 나올 것만 같아요. 천년이 가도 변치 않는 한지 위에 자연염료를 사용해 표현한 것이 시간이 지나자 짙푸른색이 바래져 다시 부조를 뜨고 모시 위에 그리는 작업을 반복했답니다. 모시의 성긴 올이 까슬까슬 만져질듯 하지요.
- 부모 잃은 불쌍한 생쥐가 커다란 황소아저씨 등을 타고 여물통에 가려다 들켜 꼬리공격에 공중으로 붕~ 날아갑니다. 생쥐는 힘없고 여린 어린 독자 같고 자신의 휴식을 방해 받은 데 화난 황소는 일상에 지친 어른의 모습 같군요.
- 퍼렇고 칙칙한 배경은 경쾌하고 노란빛을 머금은 푸른빛으로 바뀝니다. 화난 황소는 친근한 표정으로 변하고 불쌍한 생쥐는 입꼬리가 올라가 귀여운 표정이 나오지요. 서로 돕고 사는 공존이라는 진정한 삶의 가치를 부모 모두에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오소리네 집 꽃밭] - 정승각 그림, 권정생 글, 길벗어린이, 1997.
바람에 날려 간 오소리 아줌마가 학교에 예쁜 꽃밭이 있는 것을 보고 자기도 꽃밭을 만들기로 합니다. 그런데 땅을 일구려할 때마다 여기저기 드러나는 들꽃의 존재에 자연 그대로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깨닫지요.

* 이 책은,
- 흙 속에 감춰진 생명의 소중함을 다루고 있습니다. 무심코 지나친 것들의 아름다움과 자연 그대로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네요.
- 삭막한 아파트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꽃밭은 볼 수 없지요. 계절변화에 무감각한 요즘 아이들은 아파트 그림자 길이의 변화로 계절이 바뀌는 걸 안다지요. 봉오리와 화사한 꽃들의 향연을 보고 봄이 가고 여름이 다가옴을 느끼던 그 전과 달리 해 지는 시간이 길어져 학원이 끝난 후에 또 다른 학원을 다녀야 하는 중압감을 느끼며 사는 아이들을 보면 그저 안 됐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뿐인가요?
- 요셉이 낡은 옷을 입고 있을 때에는 집안이 배경이 되고 새 물건으로 만들었을 때 에는 사회활동이 그 배경이 되지요.
- 수채물감, 과슈(아라비아 고무로 반죽한 불투명 수채물감), 연필, 잉크, 신문지, 포장 지, 광고지 등 온갖 재료들을 끌어 모아 다양한 원색 표현을 했습니다.

[강아지똥] - 정승각 그림, 권정생 글, 길벗어린이, 1996.
길가에 버려진 채 지나가는 모두에게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강아지똥. 그러나 민들레꽃을 만나며 자신만의 진정한 쓸모를 찾게 됩니다.

* 이 책은,
- “뭐야! 내가 똥이라고? 더럽다고?”
이제 막 세상에 나와 자신이 ‘더러운 똥’이라는 사실을 알고 슬퍼하는 강아지똥. 똥을 형상화하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참으로 잘 그려냈지요?
- 강아지똥이 빗속에 녹아든 뒤 민들레의 몸속으로 스며드는 모습이 다채로운 색깔들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 강아지똥이 민들레를 꽉 껴안고 기뻐하는 모습과 빗속에 녹아든 후 민들레가 피어나는 모습은 책장에 한가득 그려져 있어 이 세상이 온통 강아지똥이 제 몸을 녹여 민들레꽃을 피운 이야기로 가득 찬 듯 보입니다. 하지만 맨 첫 장면과 배경이 같은 마지막 장을 보면 민들레꽃은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작은 꽃송이에 불과하지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이듯이 길 한 구석에 피어난 풀 한 포기도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랍니다.
- 가뭄이 들어 고추가 죽은 것을 흙은 왜 자신의 잘못이라며 자책하는 걸까요?
[강아지똥]은 원래 권정생 작가의 단편집에 들어 있는 동화인데 그것을 그림책에 맞게 글을 줄이고 우리 것을 그리려 노력하는 그림 작가에게 그림을 맡겨 그림책으로 태어난 것입니다. 원본에 나오는 이야기는 이래요. 가뭄 때문에 흙이 자기도 바싹 말라 괴로운데 아기 고추가 자꾸 물을 빨아들이려 애를 씁니다. 그 순간 흙은 고추가 차라리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가뭄이 오래 가자 고추는 결국 죽어버립니다. 잠시나마 나쁜 생각을 했던 그 때 일을 회상하며 그림책에서 흙이 괴로워하는 거랍니다.

[까망나라에서 온 삽사리] - 정승각 그림/글, 통나무, 1994.
귀신 쫓는 개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우리 개 삽사리. 까막나라 사람들을 위해 불을 구하러 갑니다.

* 이 책은,
- 우리 나라 천연기념물인 삽사리의 탄생이야기를 그렸습니다.
권정생 작가의 작은 흙벽돌집 앞마당에 키우던 삽사리, 경북대학교에서 살살이를 연구하는 하지홍 교수의 자료 조사, 탱화를 그리는 스님들의 미술기법 전수, 정승각 작가의 감각들이 합쳐져서 나온 작품이에요. 표지그림은 사신도를 참고했고 분문의 글자는 [여사서]라는 옛 책의 목판 글자를 이야기에 맞도록 한 자 한 자 모아 구성한 것입니다.
- 흑, 적, 백, 청, 황의 오방색과 금니(금박 가루를 아교풀에 갠 것)로 정성껏 그려진 그림입니다. 펼친 면마다 각 그림의 한 부분씩을 응용해서 문양 처리하고 금띠를 둘렀습니다.

* 여기서 잠깐!
권정생 작가와 정승각 작가가 많은 작품 활동을 함께 했군요. 권정생 작가가 “나의 동화는 슬프다 그러나 절망적인 것은 없다.”, “설교를 듣는 것보다, 한 권의 도덕 교과서를 보는 것보다, 푸른 하늘과 별과 나무와 숲과 들꽃을 바라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고통을 겪는 것은 우리 인간만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요, 두 작가의 철학이 매우 비슷하지요?

☞ 도움 받은 곳
http://blog.naver.com/gemini71/90002929624
http://www.openkid.co.kr/flash/f9096621134.html
[그림책 사냥을 떠나자] 이지유 지음, 미래M&B, 2002.
그림책 좋아하시는 분은 짬을 내어 살펴보세요.

~ 다음 모임 : 3월 27일 목요일 이른 10:30~12:00 밤토실어린이도서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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