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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어루만지다 낭독회

하늘기차 | 2019.12.31 17:01 | 조회 900



어제 글쎄다 2019 망년회를 동천역 2번 출구(경부고속 반대편 출구)에 있는 유타워 A4424

GloriAgain 스튜디오에서 있었습니다. 박경장님이 여차여차 해서 알게 된 공간입니다. 앞의 무대에는

스타인웨이 그랜드피아노가 놓여있어 글쎄다 멤버들의 눈을 호사스럽게 해 주었습니다.

 

또한 같은 층에 있는마을회관이라는 책방(처음에는 북 카페인 줄 알았는데, 사장님 이야기로는 굳이 책방이라 주장하는 책방입니다. 매니아를 위한 책방입니다.)에도 가 보았는데, 이 날 우리 글쎄다 회원들의 입질로 오픈 이후 최고의 매상을 올렸는데 순 이익이 3만원이라고 합니다. 3만원의 애잔함이 있었습니다. 이 스튜디오와 책방이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기도합니다.

 

GloriAgain홀 안에 또 다른 이름이 있었습니다. 바로 본훼퍼 홀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 이게 뭐지 사장님이 신학과 피아노 전공을 오가는 특별한 분이었습니다.




식후경이라는 진리에 맞추어 각자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누고. . .







맨 오른 쪽의 안경 쓰신 분인 주인장 윤요한 님. 근데 고기리 고분제 쪽에 살고 있음.
그리고 마치 시인 처럼 본격적인 시낭송에 몰입하였습니다.







 

이 날 뜻 밖의 반가운 손님이 왔습니다. 예채네 가족이 곽문환님의글쎄다 이야기를 듣고

스튜디오에 찿아 와 합류하였습니다.새로운 회원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낭독에 한 참 몰두할 즈음 <. . .not yet>라고 했는데 앞 부분을 정확히 못 들었는데, 곡 이름의 뜻은 '아직 안식하지 못한. . . '이라는 의미라고 들었는데, 작곡한 곡을 피아노로 직접 연주해 주었습니다. 장난 아니었습니다. 연주 장면을 녹음하여 너튜브에 올리려 하였더니 저작권 문제가 있다고 정색을 하였습니다. 3월 경에 작품 발표회를 하니 그 때 다시 들으라 하였습니다.우리 모두의 마음을 아련하게 해 주는 참 아름다운 곡이었습니다.



이 번 글쎄다는 박경장님의 추천으로 김사인님의 편집해설시집 시를 어루만지다를 읽고 좋은 시를 하나 씩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도 시이지만 김사인님의 탁월한 해설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우리의 아둔한 시심을 일깨우기에, 귀를 밝혀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그 날 우리 모두는 또 한 번 시인이 되었습니다.

이 날 우리 모두가 마음에 감동을 준 시 한개가 있습니다.

                                

                                                               <맨 발>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이 아름다운 시를 멋들어지게 풀어 우리의 시심을 일깨우는 김사인님의 . . .> 

 

좋은시, 좋은 표현은 반드시 우리 몸의 어딘가를 건드려 사람을 아찔하게 만든다.

 

어디 시뿐이랴.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그러하다. 그리고 그러한 아름다움은 예술가의 의욕에 따라 아무 때나 조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도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서정시의 전통적인 어법들이 결코 그 생명을 다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문태준의 <맨발>에서 확인하게 된다.

 

밖으로 내민 부르튼 조갯살에서 죽은 부처의 맨발을 보는 대목도 아름답지만 , 조문하 듯 그 맨발을 건드린다는 대목, 최초의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는 대목들은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이어지는 "천천히 돌아옴", 그리고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의 깊은 울림은 또 어떠한가! 문득 거룩하지 않은가.

 

독자들은 충분히 황홀하리라 생각한다

 

이런 기막힌 활구를 몇 대목 더 얻을 수 있다면 시인의 한 생애가 섭섭지 않을 듯 하다

 

 

올 2019년은 이 번 글쎄다 망년회를 통해 멋진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내 년에도 성령의 감동으로 

새롭고도 힘차게  봅시다. 또한 내 년에도 하나님의 평화와 위로가 모두에게 넘치기를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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