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교기념 시_ 봄여름가을겨울 최새연

봄여름가을겨울

최새연

어느 봄날, 아이는 빨간 벽돌과 논밭과 친구들이 있는 놀이터를 알게되었다.

9살의 아이는 꽃을 찌어 카레를 만들었고
방울쌤과 윤구쌤과 희영쌤과 함께 지루한 성경공부를 했다
어른들의 엄숙한 작당모의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밤토실 도서관으로 운동장으로 뒷산으로 뛰어갔다
새싹이 막 움트기 시작한 찬란한 봄이었다

풀잎은 더 빛을 받아 빛나기 시작했고, 분주한 분위기는 여름성경학교가 돌아왔음을 실감하게 했다.
그 아이는 어느덧 15살이 되었다.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고, 촛불하나를 들고 깜깜한 어둠속을 걸은 천로역정을 무서워한 것을 떠올리며, 이번엔 그 아이가 귀신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울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능청스러움도 갖게 되었다.

주조양선생님 홍정원목사님과 김준표목사님과 함께 한 시간들을 통과해
아이는 자라고 자라 스무살이 되었다. 그때 아이는
빨간 벽돌은 고기교회 예배당이고, 논밭은 주님이 주신 아름다운 자연이며, 친구들은 하나님이 부르신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곡식이 익어가는 가을에, 아이는 자신의 열매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다 아이는 시들기 시작하더니 움츠리고 움츠려 아주 작아졌다.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았다.

시린 겨울끝에 아이는 꼭꼭 숨겨놓은 깊은 두려움을 마주했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이루어서 높은 성적을 받아서
특별히 잘 하는 게 하나 있어서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주님은 아이를 존재만으로 사랑하셨다.

눈부신 겨울, 주님이 태어나셨다.
생명의 주님이었다.
아이는 기쁨의 춤을 추었다.
오래도록,

지금 스물다섯이 된 아이는 세상앞에 당당하게 서있다. 삶은 주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주님이 자신을 그 자체로 자랑스러워하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의 옆에는 함께 꿈을 꿀 친구들이 있다. 아이는 주님의 빛의 자녀로 살아갈 것이다. 또 다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