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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탐방 후기_안서영 선생님

mungge | 2018.02.08 12:52 | 조회 1412

우리가 해냈다!

안서영

  어떻게 가자고 했는데, 정말 다녀왔다.

  꽤 오래전부터 말장난처럼 우리 다음 수련회는 해외로 가야지~!’하고 얘기해왔는데, 믿기지 않게 그 말장난이 현실이 되었다. 홍콩에서의 현실은 비현실로 다가왔다. 여행 중에도 우리는 내내 믿기지 않는다고 연신 탄성과 같이 내질렀다. 첫날 밤 우리를 반겨준 환상적인 부둣가의 야경, 그와 대조적으로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이 친숙한 청소년부 아이들과 목사님, 선생님들은 더욱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헷갈리게 하였다. 이게 도대체 꿈이야 생시야.

  어쩌다 우린 홍콩에 가게 된 걸까.

  주변 지인들에게 교회에서 같이 홍콩 갔다 온다고 했을 때, 다들 의아해했다. ? 홍콩을? 교회에서? 그것도 청소년부 아이들이랑? 교회 아이들과 굳이 해외에까지 선교의 목적도 아니고, 여행을 한다는 것이 납득이 되는 일인가. 몇몇 분들은 분명 우려스러웠을 것이다. 교사들끼리도 청소년들과 함께 해외탐방을 가야하는 이유는 모두 달랐을 것이다. 아이들은 또 무엇을 기대하고 같이 가고 싶다고 한 것이었을까. 우리 각자는 무얼 바라 이 여행을 기획하게 된 것일까. 다른 동행자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나의 경우, ‘우리끼리도 해낼 수 있어!’ 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부터, 경비를 모으는 것 여행의 여정을 결정하는 것, 그리고 마무리를 하는 것까지 그 모든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당히 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린 당당히 해냈다. 민주적으로 홍콩을 여행지로 투표하였고, (나중엔 모두가 함께 참여하게 되었지만) 홍콩탐방 준비위원회도 꾸리고, 차근차근 경비 마련 계획을 세웠다. 플리마켓에서 아이들을 겨냥해 달고나 장사를 시작으로, 날 좋은 날엔 교회 앞마당에서 빙수를 팔고, 또 빙수를 팔고, 날이 추워지면 오뎅을 팔고, 소소한 장터를 열기도 하고, 뻔뻔스레 대놓고 후원함을 디밀기도 하였다. 마지막 행사였던 홍식당에선 비록 많은 고객들의 컴플레인을 받으며 나쁜(?) 장사를 하기도 했지만.....! 가장 열악한 상황이었던 만큼, 가장 끈끈한 전우애를 불태우며 돈을 벌었다. 그러고 나니 적지 않은 돈이 모여있었다. 그 돈 안에는 아이들의 열정, 땀뿐만 아니라 교인 분들의 사랑이 가득 배어 있었다. 불어터진 오뎅, 태운 달고나, 시큼한 빙수, 불어터진 탄탄면보다 우리들이 함께 뭔가를 북적북적 만들어내는 모습이 예뻐보이신 것이다. 홍콩 가겠다고 이 난리 저 난리 치는 우리의 모습이 흐뭇하셨던 것이다. 참으로 감사하다.

  여행을 통해

  나도 아이들이 예뻤다. 교회에서 그렇게 밝고 명랑한 모습을 좀처럼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여름, 겨울 수련회에서 친밀하게 교류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좋은 추억들을 쌓았었지만, 그때뿐이었다. 교회에 돌아오면 이상하게 찬양 목소리가 기어들어가고, 눈동자는 허공을 응시하고, 엄마아빠와 싸우면서 교회에 와 지각은 기본이거니와 예배만 마치면 부리나케 집으로, 학원으로, 피씨방으로 달려간다. 이런 아이들이 교회 잔디밭에서 북적북적 주문을 받고 만들고 배달하는데, 누구하나 빼지 않고 열심히 돕고 즐기는 모습이 참 예뻤다.

  2016년 겨울, 떼제 유럽 미팅을 다녀왔을 때 기억에 남았던 것은 그곳 사람들과의 만남과 그들의 미소였다. 언제나 밝고 명랑했던 유럽 청년들을 만나고, 나에게 그들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진 것이다. 신비로웠다. 언어가 그리 잘 통해 깊은 소통을 하지도 못하였는데, 함께 웃고 먹고 노래하고 기도한 그 짧았던 만남은 내게 강렬하게 영향을 미쳤고, 내 맘속 우울의 그림자를 걷어주었다. 아이들도 여행을 통해 같은 경험을 했으면 싶었다. 새로운 만남을 기꺼이 맞아들이며, 익숙함을 벗어나고 스스로를 환기시키는 귀한 경험이 됐으면 싶었다.

  Thanks for 나오미

  23일 캄캄한 새벽, 서울 자취방에서 짐을 끌고 문을 나섰다. 홀로 청량리역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출발하였다. 가는 길이 설레지 않았다. 교사로 동행하는 것이기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상황들에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을 계속 상상하게 됐다. 들뜬 마음으로 아이들과 출발하고 싶었지만, 좀처럼 불안과 부담감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다. 아마 숙소에 무사히 도착해서야 나는 웃음을 띨 수 있었고 우리의 현지인 동행자, 나오미를 만난 순간 그 모든 짐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홍콩 여행이 즐거웠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녀의 존재였다. 나오미는 첫 만남에 환한 얼굴과 서툰 한국말솜씨로 우리를 너무나 반갑게 친가족처럼 환대해주었다.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낯선 이 홍콩은 친근한 우리 동네가 되었다. (우리는 숙소를 향할 때마다 집에 돌아간다고 얘기하였다.) 편안히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푸근한 마음을 갖게 해준 것이다. 인사 나누기가 무섭게 나오미가 안내한 맛있는 저녁과 환상적인 야경은 또한 아직 어수선하고 복잡했던 우리들의 마음을 확- 잡아 끌어 현재 이 홍콩에 몰두할 수 있게 해주었다. 다시 생각해보아도 놀랍다. 우리가 어떤 친구들인지 전혀 알지 못했을 텐데 그녀는 어쩜 그렇게 환한 미소를 지어줄 수 있었을까. 아니 어쩜 그렇게 친근하게 원래 알고 지냈던 언니처럼, 누나처럼 우리를 대해줄 수 있었을까. 감사하다.

  매일 아침 8시에 시작해 밤 11시에 마치는 강행군 속,

  많은 일들이 있었다. 둘째 날부터 시작된 조별 여행 때 우리 3조는 바다를 보겠다며 남쪽 끝에 있는 Dragon’s Back 마운틴에 도달해 트레킹을 하였다. 매서운 바람을 실컷 맞고는 진이 빠져 우린 종주하지도 못하였다. 터덜터덜 샛길로 빠져나와 보이는 택시를 무작정 잡고 근처 역으로 이동한 후 곧장 숙소로 귀환했다. 그리고 저녁엔 나오미의 친구들과 함께 공동예배를 드렸고, 준비한 문화 교류시간을 가졌다.

셋째 날엔 아침 일찍 마카오 가는 배를 겨우 임박해 붙잡고 우연히 만난 한국인 가이드 마카오박과 함께 아시아의 작은 유럽, 마카오의 모든 것을 경험하였다. 온 거리가 사진기를 들게 만들도록 꾸며져 있어 서로 한껏 포즈를 취하며 사진놀이를 하였다. 홍콩보다 더 맛있다는 에그타르트도 맛보고, 세상에서 호화로운 것은 모두 모아놓은 듯한 호텔 구경도 하였다. 그렇게 또 한나절이 지났고 홍콩에 돌아오니 권순욱 집사님이 우리를 맞아주셨다. 집사님이 사주신 다양한 태국음식을 시끌벅적 경험하고 나니 또 하루가 저물었다.

  아쉬울 새도 없이 넷째 날이 밝았고 두 번째 조별 여행 시간이 왔다. 둘째 날의 후유증으로 우린 가까운 곳에서 최대한 걷지 않으며 홍콩 도심 소호거리를 즐겼다. 다슬이가 찾아준 (맛있었지만 웨이팅이 너무 길었던, 길 찾는데도 고생을 좀 했던...) 미슐랭 선정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런치코스를 맛보고, 발길이 이끄는 대로 거리를 돌아다녔다. 입가심이 필요해 지나가다 눈에 보이는 일본식 빙수집으로 들어가 인생 최고로 컸던 빙수를 맛보고, 배가 차고 나니 노상가게 꽃이 예뻐 한 다발 사고 귀에 꽂으며 돌아다녔다. 그러다 화장실을 찾는 태윤이 덕에 두리번거리다 우연히 중고 레코드샵을 들어가고, 우린 근사한 스피커로 각자의 추억을 만났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홍콩의 위안부 소녀상을 만났다.

  저녁에는 홍콩의 카톨릭 청년들과 함께 떼제 예배를 드렸다. 나오미와 청도 함께했다. 2016년 리가에서의 만남으로 이 날의 만남이 이어졌다. 나의 페이스북 메시지에 기꺼이 시간을 내어 함께 예배를 준비해준 펄과 신부님, 친구들에게 참 감사하다. 그치만 예배당을 가는 길 내내 떼제 예배를 드려본 적 없는 아이들에게 무리한 경험을 시키는 것이 아닐까 한편으론 두려웠는데, 이들을 만나는 순간 나오미를 보며 안심했던 것처럼 두려움이 사라졌다. 이들의 환대와 정성으로 우린 모두 한 마음이 될 수 있었다. 어느 때보다 아이들은 열심히 찬양하고 예배에 집중하였다.

  그리고 이후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마지막 밤을 진득하게 보내었다. 어느 날보다 아침이 빠르게 찾아왔고, 어느덧 우린 숙소에서 짐을 빼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나오미는 우리를 공항버스 타는 곳까지 배웅해주었다. 좀 빠듯하게 공항에 도착하였고, 기념품 사는데 정신팔린 우리 3조는 마지막까지 뛰고 또 뛰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3조 참 고생 많았다.) 마카오에서 육포를 사온 팀까지 조마조마하게 검색대를 통과하고 나서야 참 길었던 우리의 여정이 종료되었다.

  서로에게 몰입했던 귀중한 45

  첫날 마음을 놓은 이후로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갔다. 그만큼 순간, 순간에 우린 몰입한 것이다. 아이들은 하루하루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 매일 밤을 붙들며 게임혼(?)을 불태웠단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일들보다 이 여행이 오래토록 나에게 기억에 남을 이유는 매순간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목사님과 함께였기 때문이다. 내가 청소년부 교사를 하는 동안 이렇게 매일 매일 아이들을 생각하고, 함께 걷고, 얘기했던 적이 없다. 아이들도 이렇게 마음을 열어주었던 적이 없다. 우린 마음이 통한 것이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오랫동안 준비해온 그 과정으로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왔던 것일까? , 한국에서 각자를 속박하는 그 무엇들로부터 온전히 벗어났기 때문에? 단순히 홍콩이 너무 좋아서?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린 홍콩에서의 45일 동안 모두 같은 것을 느꼈다.

  홍콩에서 돌아오는 길이 전혀 아쉽지 않았다. 여전히 우린 함께이고 함께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이 여행을 통해 이전에 있던 게으름과 나태함이 사라지고, 내 주변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이 부쩍 생겨날 리 없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게으르고 나태하다. 못났다. 하지만 앞으로 우린 함께 걸어갈 것이고, 서로를 응원할 것이다. 우린 한층 두터워졌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더 이해하려 할 것이다. 앞으로의 우리가 걷는 길이 기대가 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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