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탐방 후기_김준표 목사

[분주한 홍콩에서 평화를 맛보다]

   여행이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낯선 곳에 가서 낯선 거리를 걷고, 낯선 음식을 먹고, 무엇보다 다른 생김새의 낯선이를 만나는 것은 일상을 벗어난 짜릿한 경험입니다. 때로는 이 낯섦이 불편함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굳어진 편견과 선입견의 틀안에 갇혀 있을 때에 더욱 그러하겠죠.

  이번 청소년 홍콩탐방을 준비하며, 저는 내내 여행이라는 말보다는 탐방이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여행이 유람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 위주로 피상적 경험만 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입니다. 이왕 가는 거라면 홍콩이라는 나라의 문화와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더 깊이 만나고 자신이 이제껏 가지고 있던 여러 편견과 선입견을 깨기 원했지요. 자신의 경계를 뛰어넘어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하나님이 이끌어 가시는 온 세상을 보며 뜨거운 가슴을 경험하기 원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거리에서 만나는 낯선 음식을 먹어보라고 권했고, 현지인과의 만남과 교류를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준비했습니다.

  홍콩탐방을 준비하는 과정에 선생님들의 수고가 많았습니다. 여름수련회때부터 홍콩에 대한 역사와 문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동기부여에 힘을 썼지요. 여행경비도 부모에게 쉽게 손 벌리고, 교회에 많이 의지하기보다 스스로 일부라도 마련해 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일일장터와 ‘소소한 벼룩시장’, 그리고 일일카페 ‘홍식당’에서 서투르지만 음식을 만들며 땀을 흘렸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서로 더 친해졌고, 여행을 스스로 준비하고 있다는 마음가짐을 어느 정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홍콩탐방은 낮에는 조별 여행, 저녁에는 문화교류와 예배라는 큰 틀로 진행되었습니다. 단체 깃발을 들고 정해진 코스를 생각 없이 따라 다니기보다는, 조별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주체적으로 여행을 기획하고 경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요. 세 조는 각자 자신들만의 여행컨셉을 정하고 뿔뿔이 흩어졌다가 저녁이 되면 함께 모여 자신들의 경험을 재잘재잘 나누었습니다. 어떤 조는 2만보 이상을 걸었다고 만보기를 보여주며 푸념하기도 했지만, 서로 자신들만이 경험했던 독특한 음식과 풍광에 대해 자랑하느라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문화교류와 연합예배는 홍콩의 두 청년 Chung 과 Naomi에게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Chung 과 Naomi 는 홍콩의 숭진회 해련교회의 멤버입니다. Chung은 WCC(세계교회협의회)의 홍콩지역모임의 청년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엔지니어이지요. NCCK (WCC 한국지부) 인권위원회에서 일하는 지인을 통해 소개 받았습니다. Chung 은 준수한 외모와 친절한 미소로 여학생들의 관심을 독차지 했지요. NGO 월드비전에서 일하는 Naomi 는 한국어로 조금은 소통이 가능한 열정적인 한국팬이었습니다. Naomi와 Chung은 일과가 끝나면 우리가 머무는 숙소로 달려와 좋은 현지 식당과, 멋진 야경 장소를 안내해 주기도 했습니다.

  Chung, Naomi 와 함께 준비한 연합예배는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겨주는 시간이었습니다. 홍콩 청년들과 우리가 부르고 싶은 찬양곡을 사전에 공유하고, 함께 부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Chung 과 소연이가 각 나라를 대표해서 기도를 해 주었습니다. 저는 권순욱 성도님이 소개해준 박지영님의 통역을 도움 받아 “평화의 띠를 지키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주의 말씀을 나누었죠. 예배 후에 함께 한 문화교류 시간에는 다솔이와 주조양 선생님이 태권도 시범을, 나머지 아이들은 K-pop을 소개하며 아이돌 춤을 추었습니다. 청소년부 아이들의 재기발랄함과 숨겨진 재능을 엿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홍콩청년중에 한국말을 곧잘 하는 스스로 ‘준호’라고 밝힌 청년은 Naomi 와 함께 홍콩을 소개하고, 나누고픈 기도제목을 한국말로 들려주었습니다.

  처음 어색함으로 시작한 예배와 교류모임은 어느덧 기쁨의 웃음소리로 채워졌고, 예상했던 시간을 훌쩍 넘겨가며 서로 대화하고 사진을 찍고, 아쉬운 작별을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그 감동이 강렬했던 것 같습니다.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서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에, 그리고 마지막 전날밤에 있었던 나눔시간에 많은 아이들이 그날의 감동과 느낌을 전해 주더군요. 언어와 사는 곳이 다른 청년들을 만나 함께 찬양하고, 예배하고, 기쁨을 나누는 그 시간은 우리를 하나로 이끄시는 성령의 역사를 체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감동은 금요일 저녁에 있었던 떼제기도회에서 다시 한 번 전해졌습니다. 안서영 선생님이 작년 떼제 유럽모임을 다녀와서 교류를 이어가던 홍콩 청년을 통해 홍콩 떼제모임에 초대 받았습니다. 아이들에게는 하루의 피곤함이 몰려오는 금요일 늦은 시간이었지만 불평 한마디 없이 지하철을 타고 기도회가 열리는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가톨릭 성당 지하 작은 공간에서, 조용한 기타 선율에 기도문을 실어 함께 부른 찬양 속에서 가슴 떨리는 평화를 맛보았습니다. 떼제찬양이 개인을 뛰어 넘어 인류의 평화를 함께 기원하는 찬양임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공동체안에 현존하는 주님에 대한 체험이었습니다.

  이번 홍콩탐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현지에서 함께한 모든 순간들은 저와 선생님들, 그리고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세계에 흩어진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공교회를 이루어 같은 신앙고백을 나누며 평화를 위해 함께 일해야 함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세상을 가슴에 품은 평화의 일꾼으로 성장하는 청소년부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모든 일정가운데 기도와 물질로 후원해주고 함께 해준 모든 성도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