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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똥폼을 잡아도,,,

짧은 다리 | 2008.10.22 10:49 | 조회 1225
옛 친구는 언제봐도 '거의' 반갑다,,,,
부담없이 만날 수 있고,,, 술값 없을때 불러 내기도 좋고,,,ㅋㅋ

그러나,,, 옛 친구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함께 한 역사가 짧은 친구와 짬뽕으로 앉아있을 때는
폼나게 쌓은 그간의 멋진 이미지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김정일 장군의 핵폭탄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내 모습을 몽땅 알고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갱생의 길을 걷고 있는 오늘의 발자국에 치명적인 지뢰가 될 수도 있다,,,

스잔한 가을맞이 기념으로
높다란 감투밑에 숨어 있는 친구들의 옛 발자취를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재생해 본다,,,

먼저,,, 을지의대 해부학 교실의 P모 교수,,,
행당동 주신 그룹의 의대출신 대표주자였다,,,

자칭 타칭 '걸어다니는 시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는데,
단 한번의 낙제도 없이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자상한 모습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ㅋㅋㅋ,,, 웃기고 있다,,,,

그날도 예외없이 술떡이 될때까지 마셨다,,,
잠시 정신이 들어 주변을 살펴보니 이태원이었다,,,
그리고 P형이 없어졌다,,,

그런데,,,
나는 내가 왜 이태원에 있는지?,,, 내가 누구랑 이곳에 왔는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허걱!~
이미 그쯤에서 내 해골은 질펀하게 술에 절고 절어
지나가는 할머니가 파릇 섹시하게 보이고,,,
그릇에 담긴 된장과 길바닥의 똥을 구별할 수 없는 초죽음의 지경이었다,,,

그런데,,,
담배연기 자욱한 술집에 경찰관이 긴장된 얼굴로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선이 몽땅 쏠렸다,,,
경찰관은 시나컬한 목소리로 가게 앞 차밑에 사람이 죽어 있다고 했다,,,
청바지에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있는데 이 술집에 아는 사람이 있냐는거다,,,

확!~ (술깨는 소리다)

그러고 보니 내 앞에 있어야 할 P형이 보이지 않은지가 한참이다,,,
설마하는 마음에 비틀비틀 나갔더니
차밑에 깔려서 사람은 보이지 않고 삐죽 나와있는 다리만 보였는데,
그 청바지와 신발이 P형의 것이 맞았다,,,

확!~~ 확!~~(술이 완전히 깨는 소리다)

기름에 튀긴 개구리처럼 쫙 뻗은 P형에게 접근하려고 하니
경찰이 현장을 보존해야 된다고 말린다,,,
나는 '푹퍽퍽퍽' 돌멩이만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잠시후 레커차가 오고 전등도 환하게 켜졌다,,,
조심조심 차량을 들고 경찰이 살금살금 시체(?)옆에 다가가니
P형은 아주 조용하게 시체처럼 자고 있었다,,,

시체는 아니었다,,,

어떻게 약간의 다리만 남기고 지렁이처럼 차밑에 기어들어가서
잠을 잤는지 지금도 미스테리지만,,,
죽지 않아서 천만다행이고,,,
나는 죄책감에서 벗어나 천만다행이었다,,,
거기에 지금은 완전히 술을 끊고
학자로서,,, 스승으로서 열심히 살기에 더더욱 천만다행이다,,,,
대한민국 의학계는 그날 훌륭한 인재를 잃을 뻔 했다,,,

가끔씩 학교에 놀러가면 학생지도에 여념이 없는 P형을 보면서
난 피식피식 실성하고 웃는다,,,

P형~~ 내겐 똥폼 잡아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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