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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수의 오래된 이야기

짧은다리 | 2008.10.19 01:38 | 조회 1077

90년대 초반의 이야기다,,,

대한민국 최고의 S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지금 모대학에서 경영학과 교수를 해먹고 있는 친구 얘기다,,,

서울 시청앞을 통과할 무렵,,,

라디오 방송에서 운전중에 갑자기 핸들 사이에 머리가 들어가는지 궁금해서
억지로 집어 넣었다가 빼지 못해서 세상을 웃긴 사람의 얘기가 나왔다,,,

우리는 그 사연을 들으면서 무진장 웃었는데,
순간 번뜩이는 궁금성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 친구는 그때 230만원을 주고 산 엑셀 승용차를 갖고 있었는데,
이 세상 자신의 첫차라서 보기에도 딱하게 애지중지하고 있었다,,,

차를 업고 다니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라디오 사연을 들은 우리의 호기심은
이 차의 수동기어 손잡이가 입에 들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었는데,
이것은 가능과 불가능의 치열한 대립으로 발전되었고,,,
나는 절대 불가능,,, 친구는 가능을 주장했다,,,

당연히 곧장 내기에 들어갔다,,,

오늘밤,,, 맥주 원없이 사기,,,

친구는 신호대기를 틈타 수동기어의 손잡이를 삼키듯이 냉큼 물었다,,,

나는 오늘밤 작살나는 맥주값과 내기에서 졌다는 아쉬움에
친구의 뒷통수를 퍽!~~~,,, 그러나 아주 잠깐 눌렀다,,,

두툼한 수동기어의 손잡이가 목젖에 닿은 친구는 '꽥!~ 꽥!~' 헛구역질을 했다,,,
친구는 고통스러웠고,,, 나는 놀랐다,,,

눈앞에는 신호등의 파란불이 켜졌고,,,
친구의 고통스런 반응에 놀란 나는 녀석의 뒤통수를 119 구조 차원에서 잡아 당겼는데,
이넘이 빠지지 않는거다,,,

내 해골의 운영은 당황의 수준을 넘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거기에 녀석은 수동기어쪽에 엄청난 양의 침까지 계속 흘려대면서
고통스러운 헛구역질만 냅다 하고 있었다,,,

핸드폰은 물론,,, 삐삐도 없던 시절,,,
구조를 요청할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

파란불에도 출발하지 않는 우리차를 보고 교통경찰이 다가왔다,,,

다급하게 친구가 위험하다고 소리쳤으니 잽싸게 다가와서
긴장된 모습으로 차량의 문을 연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기어 스틱을 물고 꽥꽥거리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는 경찰관도
길거리에 누워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더라,,,

이런 넘이 민중의 지팡이라니,,,,

서울 시청 앞의 교통경찰이 다 모였다,,,
그리고는,,, 한넘도 빠짐없이 친구의 고통을 외면하고 예외없이 자지러졌다,,,

눈물을 흘리면서 웃는 넘,,,
바닥에 주저 앉아 웃는 넘,,,
아예 침대인냥 누워 뒹굴면서 웃는 넘,,,
웃다가 우는 넘,,,

그래도,,, 한넘쯤은 민중의 지팡이 비슷한 넘이 있었다,,,

쇠톱을 가져온 거다,,,

쇠톱이 도착하기까지 걸린 15분여간 경찰과 나는 친구의 머리를 잡고 기어에서 빼려고 했으나,
녀석의 고통만 가중할 뿐이었다,,, 이제 슬슬,,, 적어도 나만큼은 장난의 느낌이 아니었다,,,

쇠톱으로 잘랐다,,,

차량에는 녀석이 흘린 침이 나이애가라 폭포처럼 바닥까지 적실 정도였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러나,,, 미안하게도,,,
쇠톱으로 자르고 난 다음에 구급차가 오기까지 길바닥에서 또다시
배꼽을 잡고 구를 수 밖에 없었다,,,

친구는 기어를 입에 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려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사람을 치료해야 하는 의사부터 간호사까지 응급실엔 웃음의 쓰나미가 덥쳤다,,,
얼추 보기에도 제법 다쳐서 들어온 사람까지 웃고 있었다,,,
제 몸 아픈것은 잊어 버렸나 보다,,,

어쨌든,,,

자신의 역할을 되찾은 응급실에선 친구에게 방사선 촬영부터 시켰다,,,
잘려진 수동기어를 물고 X 레이 촬영을 하는 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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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1,,, 친구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재원임,,,

추신 2,,, 젊은 날의 재미있는 추억을 제공한 친구는 현재 수원의 모대학에 근무하고 있는데,,,

근엄한 표정으로 제자들을 상담하는 녀석의 얼굴을 보면 자꾸 웃음만 난다,,,

내 웃음의 뿌리깊은 원인을 아는 녀석은 모른척 하고,,,

똥폼 잡아봐야 내게 소용없다,,,,

추신 3,,, 나는 이 사연을 동일 방송에 편지로 보냈다,,,

상품이 날라와서 후일에 날라간 맥주값을 조금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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