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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살

이은주 | 2009.02.09 12:40 | 조회 1420
엄살 1


6시 반.... 이불을 걷어내는 손 끝에 버얼써 부터 우려가 가득이다.
일어나 학교가야지, 또 늦어. 기다려봐, 엄마... 아니 뭘 기다려, 얼른 일어나라구!

머리가 깨질것 같애, 토할것 같다구.

또 다. 이렇게 나오면 또 하루가 힘들어진다. 10분 간격으로 채근하기를 몇차례 더 하고서야 일어나신 우리 둘째, 병원가서 처방전 떼서 약 먹여서 학교에 넣어놓고 돌아서면 12시가 훌쩍 지나있다.

이러구 3년을 보냈다. 가슴 반 쪽이 쌔까맣다.

안 겪어본 사람은 말을 말어.

얜 내 딸로 태어나면 안되는 거였다. 대학 4년 지각 결석 한번 안하고 졸업한, 나처럼 융통성 없는 엄마를 택해서 세상에 나온건 우리 둘 다를 불행하게 하는 거였다.


엄살 2



현관 문 번호키를 벌써 다섯번 째 누르고 있는 큰 딸 아이.......

훅 올라오는 화를 참고 문을 열어준다. 신발장 문고리를 잡고 서서도 휘청거리는 아이....

(얜 모범생이라고 중고 6년 내내 속아 지냈나보다.)

아주 오늘은 한 술 더떠 오바이트란 걸 책상 밑에 질펀하게 후려놨다. 긴 머리채 끝 붓 삼아 겨울 솜 이불에까지 작품남기시고....... 한탄과 욕설을 섞어서, 애가 듣던지 말던지 간에, 중간중간 등짝 내리치기를 여러번......

너 등록금만 내 준다. 나머진 니가 알아서해.....코 수술도 없던 걸루 할 꺼야.... 진짜 왜이렇게 속을 썩이냐.....아 참 핸드폰도 발신 정지야..... 이번 주 용돈도 없어..... 세수하고 자라구... 화장 깨끗이 지우고......이 씨 양치질 안해? ....




얘는 도대체 누굴 닮은 거야?


남자친구 앞에서 필름 좀 끊기고 오바이트 좀 해서 업혀볼랴구 그렇게 노력해도 안 됐던 나다.



엄살 3


늦은 밤 원주 에서 엄마가 전화를 했다.

내일 아침 일찍 내가 갈까? 너 치과 혼자 못가잖니. 게다가 수술이라며....

오십 바라보는 딸 사랑니 빼는 데, 팔십 바라보는 엄마가 딸 무서워한다고 오시겠단다. 하긴 내가 쫌 엄살이 심하긴 하지.

이 뺄거 생각하면서
밥 못먹게 아프면서
이대로라면 10키로 살 빼는 건 문제도 아니라고 은근 기대하면서
더불어
죽을 거 같으면서
죽을지도 모른다면서
자식들 다 소용없다면서...

아냐 엄마 기도만 해줘 내일 3시야 수술...









어젯밤, 교회 화장실 앞에서 명훈이가 나 보라고 모자를 벗었다. 난 전혀 보고싶지 않은데............. 거기다가 원치않는 설명 까지 덧붙였다. 이거 이거 위로 이렇게 까 뒤집었어요. 이거 이거 보이죠? 시선을 피하는 내게 명훈이가 자꾸 덧붙인다. 근데요.... 있자나요....... 명훈아, 난 화장실 불 빛 아래 서 있고,
넌 시커먼 어둠속에 서 있고,
니 뒤로 까맣게 밤이 달려들고,,,,
얘 저얼루 쫌 갈래?


미안하다 정말 난 왜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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