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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성탄에

나리꽃 | 2009.12.24 11:40 | 조회 1171
성탄행사준비로 마음이 분주하다.
그 분주함이 싫어 라디오에서 나오는 성탄음악을 들으며 고요한, 정말 적막하고 고요한 성탄이브를 보내고싶은 맘이 간절하다.
그러면서 바쁜것 다 미뤄놓고 커피한잔하며 신문뒤적이는데...
요즘 내 바짝마른 가재미같은 가슴에 따뜻한 물 흐르게하는 기사가 실렸다.



가슴에 얼음이 녹으면 눈물이 된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은국의 엄마입니다. 선생님이 은국이의 편지에 답하는 글을 써 주셔서 너무도 고맙습니다. ‘한국은 요즘 갑자기 추워졌다고 한다. 감옥에서 얼마나 추울까. 나는 먼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 마음이 그렇기에, 그 따스한 말씀에 울컥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선생님의 글은 저와 은국, 수많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여리고 가녀린’ 그 아이들이 한 줌의 햇살이 있는 담에 기대어 선 것 같은 안도감입니다. ‘아무도 자기를 기억하지 못하고 잊혀진 존재 같다’는 말을 했던 그에게 선생님의 글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될지 아실 것입니다.

저는 어미로서 단지, 그 아이가 행복하기만을 바랐습니다. ‘이념이 뭔데? 신념이 밥 먹여주냐?’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라크에 인간 방패로 다녀오고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다녀와서 그들의 참상을 말할 때조차 “그래, 그런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정도였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지켜보기는커녕, 외면하고 안 보려 했습니다. 지켜볼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들의 슬픔과 고통이 내 것이 될까 봐 두려워 피하기만 했습니다.

서준식 선생님의 옥중 서한을 읽고 ‘참으로 아름다운 분이다’ 하는 생각만 했지, ‘내 아들이 그런다면?’이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옷을 입을까? 무엇을 맛있게 먹나? 어디에 가면 어떤 물건이 싸고 좋은가?’ 하는 그저 생물적인 인간으로서 살던 저에게 은국이는 낯섦, 그 자체였습니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면 네가 해라

저를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바르게 살지 못해서 그런가 하고. 저는 지금도 두렵습니다. 감옥에 있는 은국이가 느낄 추위와 소외감과 이질감이 무섭고 밖에서 따스하게 먹고 자면서 태연히 살아가는 저도 무섭습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10분을 바라보며 “잘 있니?” “잘 있어요” 형식적으로 말하며 웃고 돌아서는 이 현실도 무섭습니다.

때로는 혼자 웁니다. 편지를 쓰다가도 울고, 편지를 받고도 훌쩍거립니다. ‘가슴에 얼음이 녹으면 눈물이 된다’고 누가 말하더군요. 이제 제 심장의 얼음이 녹나 봅니다.


하늘의 영광 버리고 이 땅에 오신 그분은 지금 어디서 가슴에 얼음이 생긴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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