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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 김진숙님의 이야기

하늘기차 | 2012.02.06 15:08 | 조회 1186

민중의 소리 2월1일 퍼옴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309일간의 고공농성을 펼쳤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
산본부 지도위원이 법정에 섰습니다. 검찰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지도위원에게 “
불법에는 응당 책임이 따라야 한다”며 1년 6월의 징역을 구형했습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 사태가 일
단락되었지만 이제 그는 쌍용차를 떠올리며 “약속만 지켜졌어도 살아있을 생목숨이 오늘도 죽어간다”
고 말합니다.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약속 이행”을 호소합니다. 다음은 민주노총 부산본부에서
보내온 김 지도위원의 최후진술문 전문입니다. 김 지도위원에 대한 선고공판이 내달 16일 예정되어
있습니다. 과연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됩니다./편집자 주


어제 쌍용차에서 노동자가 또 죽었습니다.
스무번 째 입니다. 정리해고가 벌써 스무번 째 죽음을 불렀습니다. 약속만 지켜졌어도 살아있을 생목숨들입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수천 명 노동자의 생존이 걸린 노사 간의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져야 합니다.
몇 달을 고생해서 교섭안을 만들고 피를 말리는 교섭을 하고 노사 간의 신뢰를 전제로 체결된 단체협약을 한진중공업은 번번이 어겨왔습니다.
2003년 두 사람의 목숨을 잃은 대가였던 단협이 그렇게 버려졌고 2007년, 2010년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전태일이 죽은 지 30여 년이 지나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목을 맨 김주익,
2500명 조합원의 대표이자 준엽이 준하, 혜민이 세 아이의 아버지였던 사람입니다.
650명을 내쫓겠다는 사측에 맞서 2년간 싸워서 마침내 노사합의를 했지만,
그 합의를 사측이 일방적으로 번복을 하던 날 밤, 그는 85호 크레인에 혼자 올라갔고
129일 만에 결국 크레인에 목을 맸습니다.
129일 동안은 물론 그의 죽음 이후에도 교섭은 되지 않았고 사측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2주일 만에 곽재규라는 노동자가 85호 크레인 바로 밑에 있는 4도크에 투신을 했습니다.
두 사람의 죽음 이후, 저의 복직을 제외한 노사간의 오랜 숙원 과제들이 한꺼번에 다 해결됐습니다.
임금이 올랐고 식당이 새로 지어졌습니다.
그래도 회사는 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생산성은 높아졌습니다.
사람이 안 죽고도 그렇게 됐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다른 조선소에 비해 60%밖에 안 되는 임금이었지만 이전보다 오른 임금도, 깨끗한 식당도,
살아있는 사람들에겐 다 미안하고 죄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거의 매일 만나고 가족보다 가깝고 살갑게 20여 년을 지내왔던
두 사람을 한꺼번에 땅에 묻고 돌아온 초겨울 밤.
보일러를 올리려다 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을 했습니다.
두 사람의 동지를 차가운 땅에 묻고 돌아와 너는 따뜻한 방에서 자려하느냐.
그러고도 네가 그들의 동지일 수 있는가.

그 후 저는 8년간 단 하루도 보일러를 켜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고도 지워지지 않은 죄책감들,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할 부채감들.
8년 만에 노사간의 불안한 평화는 다시 깨졌습니다.
사측이 다시 정리해고의 칼날을 빼들었던 것입니다.
제가 2009년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을 받으면서 저에 대한 해고가 부당했으므로 복직시키라는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사측이 거부하면서 매일 아침마다 출근시위를 일 년 넘게 했습니다.
새벽 다섯 시면 일어나 김해, 마산, 울산에서 출발해 7시 10분경이면 벌써 공장에
도착하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노동자들.
제가 아침마다 확인하는 건 그들의 불안한 눈빛과 나날이 줄어드는 숫자였습니다.
2003년 2,500명이던 조합원이 지금 800명입니다.
말 한마디 못하고 쫓겨난 하청 노동자들까지 포함하면 수천 명이 사라졌습니다.
2,3년 사이 마산, 울산, 율도, 설계실 등이 차례차례 폐쇄됐습니다.
영도공장엔 3년 동안 수주 한척 못 받는 사이 필리핀 수빅조선소엔 도크가 모자라 배를 못 지을 지경입니다.
김주익, 곽재규가 목숨을 던져 지켜낸 천금같은 조합원들. 더 늦기전에,
다 사라지기 전에 누군가는 지켜야 했습니다.
작년 1월 6일. 저는 주익 씨가 목을 맸던 계단을 지나 85호 크레인에 올라
주익 씨가 앉고, 주익 씨가 누웠던 자리에서 309일을 보냈습니다.
곽재규 동지가 몸을 던진 4도크를 하루에도 몇 번씩 내려다보며 4계절을 다 보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살아서 내려왔습니다.
제가 병원에 입원한 다음 날 주익 씨 누나가 죽을 쑤어 오셨습니다.
“우리 주익이도 이래 살아 내리왔으모 얼매나 좋았겠노.”
저를 붙잡고 우는 그분에게 많이 미안하고 죄송했습니다.
대한조선공사를 한진이 인수한 이후 분규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2003년까지 13년 동안 노조위원장 6명 중 임기를 마친 사람은 단 한 사람 뿐입니다.
두 명은 구속된 후 해고됐고, 한 명은 고성으로 율도로 쫒겨다니다 명퇴당했고, 두 명은 죽었습니다.
제가 크레인에서 내려온 직후 85크레인은 해체됐습니다.
이번 노사대타협을 계기로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평화롭게 함께 사는 일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지금 희망버스에 대한 탄압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소환장이 남발되는가 하면 희망버스 차비를 입금했다는 이유로 개인통장에 대한 조회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희망버스가 아니었다면 85크레인에선 또다시 불행한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릅니다.
희망버스는 자본이 버린,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버린 노동자를 살리자는 자발적 연대였습니다.
IMF이후 한해 90만 명이 정리해고 당하는 현실, 한 사업장에서 스무 명이 목숨을 잃는
정리해고가 더 이상 무분별하게 자행돼선 안 된다는 절규였습니다.
한진중공업이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면 희망버스는 아예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조기에 타결됐다면 5차까지 이어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경찰의 무리한 진압이 없었다면 아무도
다치지도 끌려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희망버스는 사람을 살리자는 개인들의 간절한 염원이었고, 부당함에 대한
정의로운 시민들의 저항이었습니다.
희망버스로 인한 송경동, 정진우 두 분의 구속에 저는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끝으로 현대자동차 주거침입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대법원에서까지 불법파견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법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럼 누가 처벌받아야 합니까.
법을 안 지킨 자본입니까. 아니면 법을 지키라고 싸운 노동자들입니까.
저는 금속노조 조합원이고, 현대차 정규직 조합원 교육에도 초청받아
몇 번 공장을 출입한 경험이 있어 금속노조의 교육요청에 응했을 뿐입니다.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약자들을 보호해야 법의 권위는 지켜진다고 믿습니다.
약속을 어기고 법을 안 지키는 자들부터 처벌해야 정의로운 사회가 된다고 믿습니다.
저의 장기간 농성으로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쳤고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으나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고마움과 죄송함을 전합니다.
끝까지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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