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젠틸리 2호기와 월성 1호기는 소위 ‘쌍둥이’ 원전이다. 둘은 같은 구조에 1983년에 상업가동을 시작했으며 설계수명 만료연도도 지난 2012년으로 동일하다. 게다가 캐나다는 월성 1호기의 중수로(캔두) 원자로를 개발한 기술 종주국이다. 우리나라의 월성 1·2·3·4호기가 중수로 원자로이다. 

월성 1호기는 오는 12일 수명연장 재심사를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달 15일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이은철·이하 원안위)는 33차 전체회의를 열어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허가를 10시간가량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시 원안위는 심의하는 위원들 의견이 찬반으로 갈리고 일부가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는 등 논란을 거듭한 끝에 차기 회의에 재상정해 심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젠틸리 2호기는 지난 2012년 폐쇄를 결정했다. 수명연장에 드는 비용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젠틀리 2호기와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에 드는 비용 차이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캐나다지부의 원전전문가 숀 패트릭 스텐실씨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월성 1호기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 좌담회에서 이들의 비용 차이가 8배에 이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캐나다지부의 원전전문가 숀 패트릭 스텐실씨가 지난 10일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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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해 투입된 비용이 5600억 원 정도라고 공개한 바 있다. 원자로 설비 교체 및 개선 비용 5380억 원과 후쿠시마 사고 반영 비용 260억원이 합쳐진 금액이다. 후쿠시마 사고 반영 비용은 쓰나미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발전기, 방벽 설치 비용이다. 반면 젠틸리 2호기 수명연장에 드는 비용은 4조 원에 이른다. 안전성 연구비용, 터빈 교체비용, 컴퓨터 시스템 교체 비용, 물가상승비용 등이 추가됐다.  

이유가 무엇일까. 숀 패트릭씨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을 지목했다. 먼저 한수원이 실제 비용을 제공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지금까지 한수원이 공개한 비용은 5600억 원이 전부이며 나머지 항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장다울 한국 그린피스 선임캠페이너는 이에 대해 “항목 자체가 산정이 안 된 것인지 공개를 안 하는 것인지 조차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월성 1호기 수명연장에 적용되는 안전 기준이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수로 원자로는 25년 이후에도 계속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핵심설비를 교체해야 하며 2~5년 주기로 운영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때마다 안전성 평가를 받는다. 교체되는 핵심설비는 원자로 압력관, 냉각재공급자관, 터빈발전기, 증기발생기, 주제어실의 컴퓨터 시스템 등이다.

숀 패트릭씨에 따르면 캐나다의 이 과정은 상당히 개방적이며 여러 단계를 거친다. 먼저 수명연장을 추친하려는 캐나다 원전사업자는 신규원전에 적용되는 기술기준에 준하게 통합안전성평가서를 작성해 캐나다 원안위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원안위는 공청회와 직접의견수렴 단계를 거쳐 이 평가서를 업데이트 한다. 이 과정에는 다양한 개인, 단체가 참여할 수 있다.

   
▲ 월성 1호기
 

숀 패트릭씨는 “그린피스는 지난 15년 동안 원안위 공청회 등에 수차례 참가했으며 원안위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자금도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 그린피스 캐나다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캐나다 원안위에 청구한 정보공개건수는 200여건에 이르며, 캐나다 원안위는 이에 대해 1만 5000쪽이 넘는 기술 자료를 공개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젠틀리 2호기 수명연장에 드는 비용은 약 1조원에서 4조원대로 증가해 통합안전성평가서에 반영됐다. 증가한 항목은 압력관 교체, 터빈교체, 컴퓨터 시스템 교체 등이었다. 그리고 결국 수명 연장 비용이 운영 이익보다 크다는 이유로 폐쇄 결정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숀 패트릭씨는 “시민들의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월성 1호기 적용되는 안전기준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중수로 원자로를 수출한 캐나다에서조차 월성 1호기와 같은 중수로 원자로는 폐쇄되는 추세다. 22개 원전 중에 이미 3개는 폐로를 결정했고 6개 원전도 2020년까지 운영하고 폐로 될 예정이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중수로 원자로를 허용하지 않고 경수로 원자로만 사용한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중수로 원자로는 냉각수 공급에 이 생기면 핵분열이 멈추지 않고 계속 돼 출력이 급증하는데 이것이 멈추지 않으면 핵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면 경수로는 핵 연료는 녹아내릴지언정 출력이 급증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오늘' 퍼옴(이하늬 기자,2015년 2월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