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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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7주기, 밝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늘기차 | 2021.02.22 12:10 | 조회 546


           세월호참사 7주기, 밝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연대하는 그리스도인들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 예수의 고난을 기억하고 동참하는 뜻 깊은 이날에 그리스도인들이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 모여들었다. 다시금 영하 7도의 추위가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들던 17, 11시부터 시작되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그리스도인 사순절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에 참여하기 위함이었다. 광장은 세월호 리본이 매달린 십자가와 노란 현수막과 피켓들로 노랗게 물들었다.

     2014416, 전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올해로 벌써 7주기가 됐다. 국가적 비극 앞에 충격 받은 많은 이들은 앞 다투어 광화문 세월호 광장으로 나아와 연대의 촛불을 들기도 했고, 2016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키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의 염원은 단순히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그 진상을 밝히는 것이었다.

     지난 2020년에는 사회적참사특별법이 일부 개정되어 공소시효가 연장됐고 이로써 그 오랜 바람이 이뤄지게 될지 국민적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특히 이번 119일 검찰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의 무혐의처분 수사 결과 발표는 진실을 기다려 온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에 그리스도인들은 사순절 집중행동에 돌입해 세월호의 진실을 향해 유가족이 걷는 고난의 발걸음에 동참하기로 결의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사회는 새길기독사회문화원의 정경일 원장이 맡았다.

     기자회견의 시작을 알리는 여는 발언은 성서한국의 박득훈 목사였다. 박 목사는 특수단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동안 이런저런 사람들이 세월호 유족에게 내뱉은 망언은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견딜 만 했다. 그들의 잘못이 너무 명백하기 때문이다. 비판하고 무시하면 될 일이다. 아니, 불쌍히 여겨줄 수도 있다. 그러나 특수단장의 말은 그 어떤 말보다 무섭고 가슴 미어지는 뼈아픈 말이다. 왜냐하면 세월호 유족이 진상규명을 외치는 것은 사건을 억지로 만들라는 요구요. 검찰로 하여금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수사하라는 요구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동안 법과 원칙 등을 핑계로 세월호 진상규명을 피해 온 정부와 수사기관을 향해 박 목사는 진정성 있는 수사를 요구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임관혁 특수단 단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은 우병우 라인이라는 점, 사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에 대한 수사를 서면으로 했다는 점 등 두 가지 이유에서 특수단의 수사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그는 세월호 유족은 지금 의지할 데가 없다. 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있다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세월호 유가족은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유족의 고통과 억울함을 외면할 분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들의 믿음과 신뢰에 꼭 응답해주시길 바란다며 간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1반 수찬이 아빠이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신임운영위원장인 김종기 운영위원장의 가족 발언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무력감에 슬픔과 분노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던 유가족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목소리를 내주던 그리스도인들에게 잊지못한다며 감사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제작년 특수단이 만들어질 때 똑같은 수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긴 것을 지금도 기억한다고 했다.

     하지만 특수단의 수사과정과 그 결과는 그의 기대를 엇나갔다. 김 위원장은 우리 가족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원 때부터 약속했던 진상규명 의지를 믿었고, 문재인 정권 4년인 지금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특수단의 수사를 지켜보자는 말뿐이었다. 그는 “(문 대통령은)대통령의 권한을 모두 행사해서 진상규명에 나서달라. 부디 7주기 이전에 가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해주길 바란다며 문 대통령을 향해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연대 발언으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와 416연대 박승렬 상임대표가 섰다. 먼저 이 총무는 역사의 부활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진실의 인양은 신앙의 과제라고 했다. 예수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기억하는 사순절을 맞아 세월호 진상규명을 염원하는 순례의 여정을 새롭게 시작한다. 예수님께서 진실을 가리는 어둠의 세력을 물리치시고 참 생명의 빛으로 부활하셨듯이 우리들의 기도 행진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공의의 역사가 펼쳐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는 말도 남겼다.

     다음으로 마이크를 넘겨받은 박 상임대표는 우리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2014416일 아이들도 역시 기다리라는 말 그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지 4년이 되는 동안 우리는 그 기다리라는 말 속에서 분노로 치닫고 있다기다리라는 말 속에서 4년을 보냈다. 허송세월의 4년이었다. (그동안) 무엇이 밝혀졌나? 대체 무엇이 진척이 있나.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을 위해서 기다리라고 했는지 이제는 입장을 밝힐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일갈했다. 또 그는 문 대통령을 향해 당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라. 역사의 물음 앞에 답해야 한다라며 지속해서 현 정부가 진상규명을 해달라는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책임 있는 답변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은 기독여민회 정혜진 연구실장과 교회개혁실천연대 이헌주 사무국장의 성명서 낭독으로 마무리됐다. 이 사무국장은 성명서를 낭독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당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은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 현수막이 날아가고 철제 구조물이 쓰러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세월호 유가족과 연대인들, 그리스도인들은 차디찬 바람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마 그보다 더 시린 정부와 특수단, 재판부의 냉혹한 태도를 이미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7주기를 두 달 정도 남긴 오늘, 문재인 정부는 차디차게 얼어붙어 상처투성이인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질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의 발언자들. 사진 위쪽 시계방향으로 박득훈 목사, 수찬 아빠 김종기 님, 박승렬 NCCK인권센터 상임대표, 이홍정 NCCK 총무.

 

                                              성  명  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그리스도인 사순절 집중행동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참사 7주기 전에 약속을 이행하라!”

   코로나로 인하여 밤낮으로 힘들어하시겠지만, 아들의 죽음을 생방송으로 보면서 아 무것도 할 수 없었던 피 토하는 심정 알고 계시리라 믿겠습니다. 살려주세요. 가족 들이 하나둘씩 쓰러져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시간이 없습니다. 아이를 보러 갈 시간이 점점 다가옵니다. 아이를 만나면 해줄 수 있는 말 만들어 주세요. 너희의 죽음의 진실을 국가가 밝혀주었다고.

                                - 4반 안형준 아빠 안재용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글> 중에서

      청와대 앞 분수대 중앙에는 봉황 동상이 있고, 그 둘레 사방으로 다정한 가족의 동상이 있다. 대통령과 정부의 기본 의무는 국민의 일상을 평화롭고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라는 의미를 형 상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행복한 가족 동상 앞에서 세월호 참사로 아이들을 잃고 가슴 이 부서진 엄마와 아빠들이 수십 일, 수백 일 동안 피켓팅을 하고 삭발을 하고 눈비를 맞으며 노숙 농성을 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성역 없는 진상규명 약속 이행하라!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참사 정부 기록을 제한 없이 공개하라!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수사 시작하고 책임져라!

     416가족과 시민이 국회나 검찰청이나 대법원이 아니라 청와대앞에서 피켓을 들고 농성을 해 온 것은 억울한 이들의 변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아직남아있기 때 문이다. 대통령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았을 때 다시는 손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 으로 아이들과 약속한 안전한 나라를 되새기며, ‘4.16생명안전공원’, ‘국립안산마음건강센터건립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만으로는 진상규명을 할 수 없다. 전 대통령 박근혜 씨도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유 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때 싸웠던 시간보다 문재인 정부 에서 기다리며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고 비통하게 토로한다. 4.16가족과 촛불시민이 정치인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세우고 더불어민주당을 헌정사상 최다 의석 여당으로 만들어 준 것은, 이 땅에 더이상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개혁을 완수해 달라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주요 개혁과제는 지지부진하고, 세월호 참사 수사는 아직도 원점을 맴돌고 있다. 게다가 최근 검찰 특별수사단이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사참위가 제기한 17개 의혹 중 15개에 대해 무혐의처리하거나 특검에 인계하겠다는 부실한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 한 달이나 지났지만 청와대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 미흡하면 나서겠다.”던 약속을 망각했는지 아직도 검찰특수단 수사 결과와 새로 운 수사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4.16가족과 시민은 커다란 분노와 불안에 휩싸여 있다.

     형준 아빠 안재용 님이 말한 것처럼, 시간이 많지 않다. 기다림의 시간은 더 빨리, 더 아프게 흐 른다. 202259일이면 대통령 임기가 끝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 하지 못한다면 이후 정부는 문재인 정부도 못 밝힌 것을 우리가 무슨 수로 밝히겠는가?’라며 핑계를 댈 것이다. 내일의 무책임성의 빌미를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요구한다.

 첫째,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참사 7주기까지, 대통령 임기 완료 전에 반드시 진상규명 을 하겠다는 약속을 재천명하고, 그 약속을 실행할 계획을 밝혀라.

둘째,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부여한 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행사하여 국 가정보원과 군·경 등이 보유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관련 정부 기록을 모두 공개하라.

셋째, 문재인 대통령은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 미흡하면 나서겠다.”던 약속대로 검찰 특수단의 부실수사 결과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새로운 수사를 시작하고 책임져라.

     우리 그리스도인은 기억하는 사람들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이천여 년 동안 기억해왔다. 우리는 7년 전 죽임당한 아이들을 기억하겠다는 약속, 우는 자와 함께 울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는다. 우리는 이번 사순절과 7주기까지 이곳 청와대 앞에서, 그리고 각자 있는 곳에서, 피켓팅, 기도회, 단식기도 등을 통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행동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 령도 스스로의 약속을 기억하고 지킴으로써 억울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한을 풀어준 따 뜻하고 용기 있는 가슴의 대통령으로 역사 속에 평가받고 기억되기를 바란다.

                                  2021217재의 수요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연대하는 그리스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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