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8일, 안산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개신교 부스에서 정기 저녁 기도회가 시작했다. 분향소가 설치된 지 8개월 만이다. 그동안 기독인들이 서울 광화문, 국회, 파이낸스센터, 대한문 등에서 기도회를 했으나 안산 분향소에서 매주 모이는 기도회가 시작한 것은 처음이다.
기도회의 시작은 2014년 12월 안산 분향소에서 한 어떤 작은 모임이었다. 분향소를 찾은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하나님의선교' 동아리 대표인 학생 전이루 씨(신대원 2학년), 의선교회 이은재 전도사가 박은희 전도사와 단원고 2학년 10반 김다영 양 아버지 김현동 씨에게 부스 현황을 들었다.
▲ 1월 8일, 안산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개신교 부스에서 정기 저녁 기도회가 시작됐다. 세월호 유가족, 신학생, 목회자, 평신도 등 18명이 모였다. 기도회는, 주체하는 단체를 조직하지 않고 세월호 가족과 동행하기 원하는 기독인이면 누구에게나 열린 모임이다. 당분간은 매주 목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기도회와 친교를 한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
현재 분향소에 설치된 종교 부스는 가톨릭, 개신교, 불교이다. 그동안 가톨릭은 하루도 빠짐없이 미사를 해 왔다. 매일 밤 8시에 수원교구 차원에서 30~40명이 모인다. 특별한 순서가 있을 시에는 100여 명이 넘는 신자들이 참석하여 분향소 내 다른 곳에서 미사하기도 한다. 불교는 상근하는 사람이 있어 봉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개신교 부스는 상근하는 사람이 없다.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10시, 간단한 기도회가 있을 뿐이다. 유가족이 모이지 않을 땐 그마저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다. 겨울을 맞이해 천막 텐트가 컨테이너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개신교 부스는 없어질 뻔도 했다.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안산시청도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은희 전도사가 사정하여 간신히 개신교 컨테이너를 설치하였다.
이야기를 들은 전이루 씨는 안산에 교회가 많은데 정기 모임이 왜 잘되지 않을까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의논 끝에 정기 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그 시작으로 1월 8일 오후 5시,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기도회' 첫 저녁 모임을 가졌다. 유가족 3명과 장신대 학생들, 목회자, 평신도 등 18명이 모였다. 저번 논의에 참석한 이들의 연락을 받은 소수가 참석했다. 모인 수는 많지 않았지만 둥그렇게 앉으니 컨테이너가 꽉 찬 느낌이었다.
그들은 기타 반주에 따라 찬양을 부르고 누가복음 24장 13-25절을 읽고 각자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5반 이창현 군 어머니 최순화 씨는 엠마오로 가는 지친 제자들에게 예수가 찾아왔듯이 기독인들이 찾아와 주었다며 고맙다고 했다.
전날 기도회 소식을 듣고 멀리 용인에서 온 고기교회 안홍택 목사는 본문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당시 제자들에게 예수의 십자가 죽음은 너무 큰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하나님을 볼 수 없었습니다.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가 제자들을 찾아가 그들의 마음을 열어 주었습니다. 십자가 이후 부활 생명의 역사를 보여 준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도 너무나도 큰 사건입니다. 저에게, 유가족에게, 기독인 모두에게 그렇습니다. 마치 하나님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더 크신 분입니다. 어떠한 권세나 시스템보다 더 크신 분이 하나님입니다."
참석자들은 서로 말씀을 나누면서 위로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 모두가 그동안 느꼈던 신앙에 대한 고민과 회의감에 치유를 받았다. 모임의 지속성과 유가족, 실종자 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일회성 기도회가 아닌 정기 저녁 기도회가 생겨서 반갑고 앞으로 꾸준한 모임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유가족들이 먼발치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는 개신교인들이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랐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
기도회 후 참석자들은 다과를 먹으며 서로를 소개하고 모임의 지속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박은희 전도사는 일회성 기도회가 아니라서 더욱 반갑다고 했다. 전부터 정기 모임이 생기길 바라 왔다며 앞으로 유가족들이 몇 명 참석하는 것과 무관하게 꾸준한 모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유가족들이 먼발치에서 '개신교인들이 와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랐다.
참석한 이들은 기도회를 매주 지속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했다. 주최하는 단체를 따로 조직하지 않고 세월호 가족과 동행하기 원하는 기독인이면 누구에게나 열린 모임이 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기도회는 유가족을 위해 기도할 뿐만 아니라 참사 후 신앙과 교회에 대한 회의감을 고민하는 유가족들과 기독인들이 함께 모여 답을 찾아가는 모임이 될 예정이다. 당분간은 매주 목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기도회와 친교를 한다.
다음 주 목요일에는 기도회에 앞서 오후 3시부터 세월호 참사를 조명한 책, <눈먼 자들의 국가> 중 박민규, 진은영 작가 등이 쓴 쓴 글을 읽고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지속적인 기도회가 되기 위해서 여러 교회와 단체의 참여가 요청된다. 관심이 있는 기독인은 이은재 전도사(010-5204-9199)에게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