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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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촛불기도회

kihyukee | 2014.10.05 22:29 | 조회 2201

지난 10월 1일 수요예배를 서울 청와대 앞 청운동에서 농성중인 유가족 천막 앞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가족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촛불기도회를 주관하여 드렸습니다.

 

오후 5시에 교회에서 모였는데 예상보다 함께 하시는 분들이 많아 급하게 9인승 승합차를

한 대 더 수배하여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저녁 퇴근 시간이 가까워 일찍 출발한다고 했으나

양재동에서 현대자동차 노조 집회로 길이 많이 막힌데다 퇴근시간이 겹쳐

7시 기도회 시간에는 겨우 앞 차 만이 맞추었습니다. 그래서 뒷 차를 잠시 기다리는 동안

직접 광화문에 들렀다 걸어오신 전홍표님, 그리고 서울 서 퇴근 후 함께 하신 안호숙 집사님이

합류해 주셨습니다. 잠시후 뒷 차가 도착하고 함께 예배를 드리는 몇 분이 더 합류하여

기도회는 시작되었습니다.

 

청운동 주민센터에서 매일 월 ~ 금요일까지 저녁 7시면 드리는 이 기도회는

기독교 장로회 총회에서 파견된 이윤상 목사님께서 첫날부터 매일 이 자리를 계속 지키시고

있었습니다. 비록 길거리이고 주변에 사람들이 무심한 듯 지나다니며 길건너 청와대 방면에는

경찰차와 경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분하며 엄숙하게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 원래대로라면 유가족께서 오셔서 증언을 하시는데 예배가 조금 늦게 마치고

광화문에 유가족들의 회의가 있는 관계로 증언은 들을 수 없었으나 이곳을 지키시는 이윤상 목사님의

경과보고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목사님은 이곳에서 유가족을 가까이 지켜보는 일이 쉽지 않은데,

특히, 유가족들의 고통스런 흐느낌과 깊은 슬픔에 너무 마음 아프며, 그리스도인이 우는 자들과

함께 해야함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예배 후 유가족께 준비한 떡을 드리면서 우리 일행 모두는 유가족들의 천막에 들어가 약 20여분 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유가족들은 떡과 과일과 음료를 내어주셨으며 기꺼이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얼마 전에는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생존한 일반인 승객이 다녀가셨는데 단원고 아이들을

이야기하며 참 착했던 아이들이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며 정말로 자신의 아이는 너무너무

착했다고 말씀하시는 데... 한 편으로는 우리들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어머니이며

또 한편으로는 정말 착한 아이들의 약하고 착한 엄마일 뿐인 그 분들을 왜 수십일동안

한 데 있도록 해야하는지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었습니다.

 

비록 정치인들의 행태가 너무도 실망스럽지만 결국에는 진실을 밝히려는 유가족들과 또 유가족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있는 수많은 이들이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진실을 밝혀 억울하게 숨져안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며 좀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가는데 힘을 모으기로 약속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답답한 마음에 저는 장로님께 삼사십년 전에 비해 과연 우리사회는 나아졌는가 물었는데

장로님께선 물론이며 분명히 우리 세상이 좀 더 나아지리라고 믿는다는 말씀에 위안과 힘을 얻었습니다.

사실 요즘 대부분 사람들은 바쁘고 자신의 일 챙기기도 버거워합니다. 그래서 옳은 일에 대해

무관심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삶의 양태를 이제는 조금 바꾸어 함께 하는 옳은 일에

일상의 한 켠을 내어줄 수 있다면, 그래서 잊지않고 끈질기게 묻고 실천하며 행동한다면 결국에는

진실이 밝혀져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이날 예배 때 기도를 해주신 안병우 집사님의 기도문을 함께 올립니다.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는 아버지 하나님,

고기교회 교인들은 오늘 가족을 잃고 애통해하는 세월호 가족들을 위로하고 함께 하기 위해 청운동에서 예배를 드립니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로 자신의 생명보다 더 귀한 아이를 잃은 슬픔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고 있는 이 가족들을 위로하시고, 긍휼히 여겨주시옵소서.

자식을 잃은 아픔에 더해 왜 이렇게 생이별을 해야 했는지, 물어도 물어도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는 이 가족들의 분노를 주님, 받아주시옵소서.

자신의 가족만의 안전이 아니라 이 아픔이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지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가족들의 소망을 주님, 들어주시옵소서.

저희들은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그저 이들을 멀리서 응원하고 함께 아파하며,

시민들이 잊지 않고 기억하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한 원인이 낱낱이 밝혀져서 이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노란 리본을 수놓으며, 작은 배를 만들며, 저희들의 마음을 모아 주님께 간절히 기도할 뿐입니다.

저희들은 주님의 계획을 알지 못합니다.

그저 이유도 모르는 채 많은 사람들이, 특히 어린 학생들이 우리 곁을 떠난 사건에서 무엇이 주님의 뜻인지 헤아리고자 기도할 뿐입니다.

주님, 우리 사회가 병들고 썩은 것을 탓하시려고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까?

정녕 하나님의 정의를 이 땅에 펴시려고 하십니까?

저희들은 주님의 뜻을 알지 못합니다.

저희들은 슬프고 두려합니다.

진실을 묻어두려는 세력과 대결하기에는 저희의 힘이 너무 미약합니다.

어린 학생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에는 저희가 너무 이기적이고 게으릅니다.

이들이 잊혀질까 두렵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사람이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도리마저 짓밟아버리는 횡포가 너무 슬픕니다.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겨주시옵소서.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따듯한 마음과 끝까지 기억하는 인내를 허락하시옵소서.

저희에게 주님의 정의와 평화를 지켜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시옵소서.

저희에게 그칠 줄 모르는 자본의 탐욕과 부당한 권력에 맞설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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