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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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유가족행전’은 계속됩니다, 주님과 함께.

하늘기차 | 2016.01.02 07:43 | 조회 1321



                                      '세월호유가족행전’은 계속됩니다'(복음과 상황에서)

세월호 유가족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교회를 떠났습니다. 그들 중 대다수는 하나님에게서조차 등을 돌렸지만, 교회는 떠났을지라도 여전히 하나님을 믿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부모들이 모여 분향소 한편에 있는 기독교 예배실을 지키고 있습니다.

연초에 분향소로 ‘찾아오는 예배’를 기획하고 매주 목요일과 주일 두 번의 예배를 진행하면서 1년간 70여 교회가 예배를 위해 방문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참사를 외면했던 교회를 향한 원망으로 대부분의 발언 시간을 썼지만, 이제는 여전히 함께해주고 같이 움직여주는 교회들에 대한 감사와 현 유가족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할애하고 있습니다.

예배에 이어 봄부터 시작한 성경읽기모임에서는 누가복음에 이어 사도행전을 읽고 있습니다. 예배도 좋지만 말씀을 통해 우리 자신을 만나는 경험이, 그날을 생각하면 하나님이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하나님은 분명히 우리 편이라는 고백을 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성경읽기시간이 그 어느 시간보다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지난 1년간의 성경읽기모임을 돌아보며 말씀 안에서 어떻게 몸부림치고 어떻게 하나님을 만났는지 그 여정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예수님의 탄생이 기쁠 수만은 없구나’
성경읽기 첫날 누가복음 1장과 2장을 읽으면서 엄마들은 아이들의 태몽 이야기를 했습니다. 마리아처럼 거창한 수태고지는 아니더라도, 한 생명으로 엄마를 찾아오면서 보내준 신호인 태몽을 서로 나누면서 처음 아이가 온 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아이들 가운데 태어나자마자 어려운 고비를 넘긴 아이들도 있어서, 그 고비를 잘 넘긴 것에 대해 함께 감사하며 눈물지었습니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었는지 서로 아이들 자랑으로 시간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러다 시므온의 예언을 읽으면서 통곡했지요.

시므온이 그들을 축복하고, 아이의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했습니다. “이 아이는 이스라엘의 많은 사람들을 넘어지게도 하고 일어서게도 할 것입니다. 또한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표적이 될 것입니다. 이 일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생각들이 드러날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마음은 칼로 쪼개듯이 아플 것입니다.” (누가복음 2장 34절, 쉬운성경)

우리 아이들의 죽음은 부정한 많은 사람들을 걸려 넘어지게 했지만, 숨어 있는 양심들을 일깨워 일어서게 하고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이 사회의 숨겨진 민낯을 드러내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 일로 아이들과 유가족들은 표적이 되었고, 우리들의 가슴은 칼로 쪼개는 아픔을 맛보아야만 했습니다. 성경에는 많이 표현되지 못한, 어머니로서 마리아의 아픔이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칼로 쪼개지는 아픔”, 어미로서 갖는 저희들의 심정을 너무나 잘 표현한 말씀이었습니다. 탄생에 과한 기쁨의 소식에서 시작해서 눈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첫 시간. 하지만 성탄절을 앞둔 저희 모두에게, 기쁨의 흥분과 더불어 다가올 예수의 삶, 예수가 오신 목적을 기억할 이유를 알려주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많은 기적들을 보면서 던지는 질문, 왜?
예수님의 생애에는 너무나 많은 기적들이 나옵니다. 예전에는 놀라움으로, 때로는 약간의 불신으로 바라보았던 기적 장면들이 이제는 아쉬움과 원망으로 재해석됩니다. 참사 당시 하나님께서 기적을 보이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하나님은 그 수많은 어른들 중 한 사람의 꿈에라도 나타나 이 일을 막게 하시거나, 안개를 걷어주시고 파도를 잔잔케 하시고 악한 마음을 먹은 자들이 뉘우치고 악을 행하지 않도록 막지 않으셨을까? 이제는 그 누구에게도 쉽게 기적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마지막 순간 엄마 다음으로, 어쩌면 아빠보다 더 많이 불렀을 하나님…. 그 애절한 부르짖음을 하나님은 왜 외면하셨을까? 그때 한 어머니가 말을 했습니다. “하나님은 여러 번 사인을 보내 주셨다고 생각해. 아이들 가운데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들이 많았고, 짙은 안개로 출항을 막으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이 더 커서 하나님의 그런 막음도 거절한 게 아닐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나님 편을 들어야 인간의 악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에 마음을 다잡고 계속 성경을 읽어나갔습니다.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인가?
예수님께서는 끊임없이 기득권자들을 향한 비난을 하십니다. 그들의 외식에 역겨워하셨고, 하나님의 마음은 늘 약하고 소외된 자들을 향해 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뜻을 펼치고 실천해야 할 사명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음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이 살아 계시면 저 깊은 바닷속 9명의 미수습자들과 함께 상처받고 눈물짓는 가족들과 함께하시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 예수님과 하나님은 우리 편이구나, 그러니 겁먹지 말고 진실을 외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도 만난 자가 되어, 부잣집 문 앞의 헐벗은 나사로가 되어 더 가까이 하나님을 보게 됩니다. 저희 곁에서 함께 울고 계신 하나님을….

예수님의 죽음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예수님의 죽음은 철저하게 만들어져 갑니다. 권력을 빼앗기기 싫어하는 이들과 돈으로 매수된 사람들과 무관심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 모두가 만들어가는 예수님의 죽음은, 이 일에 가담한 모든 이들과 여전히 그들 모습을 답습하는 수많은 이들의 죄의 결과입니다. 결국 대속은 수동적이기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뤄진 것 같습니다.

예수의 의지로 끌어온 고난이 아니라 예수에게 강요된 고난과 죽음이기에 저희는 더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죽은 아이들도 자신들의 죄보다는 이런 악의 구조 안에서 계획되고 방관당한 죽음이기에 더 부끄럽고 더 미안하고 더 처절합니다. 대속은 결국 나의 죄가 타자의 숨통을 끊어 놓을 수 있다는 연대의 책임을 묻게 하는 하나님의 신호임을 배웁니다. 십자가를 보며, 세월호 참사를 보며 저희는 우리의 일부가 나로 인해, 아니 우리들로 인해 잘려나간 고통을 두고두고 곱씹어야 합니다. 이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죽은 몸입니다.

예수의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들 vs. 세월호를 지우려는 세력들
제자들에게 십자가는 부끄러운 과거를, 참을 수 없는 아픔을 끄집어내는 상징입니다. 하지만 초대 기독교인들은 이 십자가를 신앙의 상징으로 삼았습니다. 그것은 십자가가 십자가의 죽음으로 드러난 사실들, 우리 안의 나약함과 탐욕과 잔인함과 온갖 죄된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이 거울을 봐야 이전과 다른 삶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기독교가 2,000년을 넘게 그 생명을 유지해온 것은 유명한 설교가 때문도 아니고 크고 화려한 교회 때문도 아닙니다. 부끄럽고 아픈 현장을 상징으로 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안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세월호 지우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뉴스에서 세월호 이야기를 내보내지 않고, 아이들에게 세월호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하고, 유가족을 종북 좌파로 매도해서 고립시킵니다. 무엇보다 참사의 현장인 안산과 단원고의 원형 보존을 훼방하고 있습니다. 단원고 주변 곳곳이 재개발로 지정되어 추억 속의 건물들이 허물어지고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교실도 정리하라는 압박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참사의 현장을 반면교사의 장으로 삼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아무런 성찰 없이 그저 잊으려는 조급증을 내고 있습니다.

다행히 1월 말 고등학교 배정 발표 전까지는 교실 존치가 허락되었지만, 이후에 훼손 없이 어떻게 보존할 건지는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못했습니다. 참사의 공간을 들여다보며 반성하고 교육과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을, 가족들은 여전히 교육청 앞 피케팅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폭풍 ‘유라굴로’ 속에서도 살아남은 267명 vs. 호수 같던 바다에서 죽은 304명
사도행전 읽기 마지막 날 부모들을 흥분케 하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바울을 태운 일행이 라새아를 떠나 로마를 향해 무리한 출발을 하다가 광풍을 만나 표류하는 이야기였습니다. 항구에 늦게 도착했기에 이미 시기를 놓쳐버린 상황에서 무리한 출발을 하는 것을 바울은 말립니다. 그럼에도 선장과 선원들은 무리한 출발을 강행하고, 결국 표류하고 수심 40미터 깊이의 바다에 가서 배가 멈춥니다. 선원들은 몰래 탈출을 감행하지만 바울의 지시로 군인들이 그들의 탈출을 막습니다. 두 물살이 만나는 곳에서 배가 파선하지만 사람들은 널빤지나 부서진 뱃조각을 잡고 헤엄쳐 전원이 살게 되지요.

2,000년 전 이야기입니다. 그럼 우리는 어떠합니까? 세월호 청문회를 통해 가족들이 확인한 것은 지시를 내린 사람은 있지만 지시를 받은 사람은 없다는 것, 지시를 내린 사람은 지시가 이행되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 지시를 받는 사람은 지시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확인도 할 수 없는 지시는 공중에서 사라졌고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습니다. 아니, 아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부모들이 550명 잠수사 투입이라는 뉴스를 아이에게 전하며 안심시키고 있을 때, 현장에는 잠수사가 한 명도 없었고, 이후에도 30명이 채 안 되는 잠수사들이 일을 했습니다. 나중에 해군이 일부 투입되었지만, 물에 발 한번 담그지 않았습니다. 현장과 다른 보고서를 온종일 작성해서 상부에 올리고 언론에 뿌리기만 급급했지 정작 현장에서는 후진국 수준보다 못한 구조 작업이, 아니 수습 작업이 벌어졌습니다. 거짓을 보고한 게 부끄럽지 않느냐는 말에 오히려, 뉴스 보도대로 (고무보트 한 대에 550명 잠수사가 들어갈 수 있다고) 이해한 국민과 유가족 심지어 아이들을 비웃습니다.

2,000년 전 267명의 생명을 살린 지도자도, 선장과 선원의 야비한 도주를 막은 군인(공무원)도 우리에게는 없었습니다. 2,000년 전보다 더 미개한 이 나라를 구하는 방법은 어찌 보면 대단한 과학 기술이기보다는, 생명을 사랑하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읽으면서 말씀 속의 내용이 진실이라 확신을 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겪는 진실도 알리기 위해 가족들도 사도들처럼 끝까지 알려야 한다는 소명 의식이 생깁니다. 진실이 승리하는 그날을 소망하며 ‘세월호유가족행전’은 계속됩니다. 주님과 함께.    

 

박은희 전도사님 글
단원고 2학년 3반 고 유예은 학생 어머니. 화정교회 전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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