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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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당에 ‘불편한 오두막’ 짓고 생태체험 권하는 까닭은”

하늘기차 | 2015.07.17 08:45 | 조회 2530

왼쪽부터 주종원, 최성각, 채미정, 정상명.

 

“앞마당에 ‘불편한 오두막’ 짓고 생태체험 권하는 까닭은”

                                                                                                                         한겨레 2015-07-15

춘천 툇골 풀꽃평화연구소 차오르다 공동체

     발단은 ‘콩 농사’였다. 지난해 10월 강원도 춘천시 서면 툇골, 차오르다 공동체의 상주 가족 4명은 500여평 콩밭의 가을걷이 결산을 끝내고 약속처럼 한숨을 쉬었다. 귀농 2년차 초보 농군 부부의 서툰 솜씨라 해도 ‘연 수익 56만원’은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하늘 아래, 어떤 젊은이는 자고 나면 몇조 단위의 재산이 불어나고 있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데, 일년을 꼬박 땀 흘린 노동의 대가는 고작 이것밖에 안 되다니! 어떻게 하면 이런 기이한 시스템 속에서 젊은 농군을 지켜줄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 덕분에 ‘제3의 풀꽃운동’을 시작하게 됐네요.”

   지난 6일 문을 연 블로그(blog.naver.com/o-dumak/)를 통해 차오르다 공동체의 대표이자 풀꽃운동 주창자인 정상명·최성각씨가 소개한 ‘피어라 생태감성-불편한 오두막’의 탄생기다. 풀꽃평화연구소 툇골지소 앞마당의 닭장 터에 자리한 이 오두막은 지난봄부터 꼬박 4개월 넘게 공동체 회원들이 십시일반 시간과 기술과 마음을 모아 손수 지은 통나무 민박집이다. 인도에서 12년간 나그네 삶을 마치고 툇골로 귀농한 주종원·채미정씨 부부가 운영을 맡았다.

 

인도에서 ‘가난한 행복 12년’ 끝내고

귀농한 초보농군 주종원·채미정 부부

지난해 콩농사 수익 ‘56만원’에 한숨

풀꽃운동 창립자 정상명·최성각 대표

“젊은 농군의 꿈 지켜주고자 민박 제안”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체험 권유

 

    요즘 방송에서 유행하는 ‘유기농 생태체험 프로그램’이 색다른 재미를 추구한다면, 이 오두막은 ‘사서 하는 불편체험’을 통해 새로운 생태운동의 가능성을 지향하는 셈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불편한 오두막은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작심한 사람”을 환영한다. 그래서 ‘할 수 없는 일, 해서는 안 될 일’이 더 많다. ‘펑펑 쏟아지는 뜨거운 물은 없습니다. 그러니 샤워가 안 됩니다. 하루쯤 참든가 개울물을 수건에 적셔 훔치거나 등목을 하면 됩니다. 바로 문밖으로 개울이 흐르고, 그 상류 100미터에서 끌어들인 청정 시냇물입니다. 그래도 꼭 씻기를 원한다면, 오두막 가까이에 있는 산속 찜질방을 안내해 드립니다.’ ‘취사시설이 변변찮습니다. 드실 음식물을 준비해 오거나 캠핑장비로 야외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제를 사용한 설거지는 곤란합니다. 특히 남은 찌개류를 개울에 버리는 것은 매우 난폭한 일입니다. 돌아갈 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심야 고성방가 떼창은 좀 곤란합니다. 이웃 농부들의 숙면을 방해하면 새벽 일찍 일을 나갈 수 없으니까요. 덧붙여, 지나친 음주도 삼가 바랍니다.’ ‘수세식 화장실도 없습니다. 천연 발효 퇴비를 이용한 거름제작소이고, 그나마 문밖에 떨어져 있습니다.’ ‘문에 망을 치긴 했지만 풀벌레도 많고, 천장이 낮아 자주 머리를 부딪칩니다.’ ‘산골짜기라 가게도 멀고,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없습니다. 버스는 하루에 세 번 들어옵니다.’

    “개울에 놓인 길이 6미터의 통나무다리를 건너 오두막으로 들어오는 순간 ‘치외법권의 독립공화국’처럼 소비문명의 세계를 잊어버리는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신영복 선생이 <서경>에서 읽어낸 무일사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잠시 ‘물질적 편리와 왕성한 소비 수준을 유지하며 살아야 한다’는 강박감을 벗어나 ‘다른 삶’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고요.”

   원래 닭장터이던 팔각형의 오두막 안쪽 흰 벽에는 공동체에서 제시하는 ‘다른 삶’의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새소리 담요를 덮고, 거위 잠꼬대와 같이 잠듭니다. 책 읽고, 편지 쓰고, 눈이 아프면 산책합니다. 잠이 오면 자고, 눈이 떠지면 뜰에 나와 멍하니 앉아 있습니다. 뒤뜰에서 철봉을 하거나, 샌드백을 쳐도 됩니다. 짝사랑했던 사람에 대해 고백하기 좋습니다. 연인들은 결혼을 약속하기 딱입니다. 부부싸움하기 좋을 만큼 조용합니다. 깊은 밤, 갑자기 확 서러워져서 펑펑 울어도 됩니다. 자전거로 근처 호숫가를 돌면 머리카락이 바람에 막 날립니다. 숲 속에는 저마다 원조라고 우기는 오리 숯불구이집도 여럿 있습니다.’

어찌 보면 지극히 소박한 시골살이 체험 공간을 두고 ‘제3의 풀꽃운동’을 표방하는 데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오두막을 고안한 공동체의 두 대표는 1999년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창립해 새와 돌멩이, 갯벌의 조개 등 자연에게 ‘풀꽃상’을 드리는 방식으로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2004년부터는 풀꽃평화연구소를 열어 웹진 ‘풀꽃평화 목소리’ 발행과 환경책 기획 등으로 생태문화 메시지를 퍼트려왔다. 이듬해에는 이곳 툇골로 이주해 텃밭 농사나마 자연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삶을 실천해왔다. ‘오두막’은 시골살이 10년의 경험을 세상과 나누는 또다른 운동인 셈이다.

   오두막 운영을 맡은 주·채씨 역시 풀꽃세상의 초창기 회원으로 환경운동을 함께하며 부부의 인연까지 맺었다. “우연히 여행 갔던 인도의 바라나시에서 가난하지만 마음 편한 삶에 매력을 느껴 잠시 머문다는 게 12년이나 훌쩍 지나갔어요. 하지만 어릴 적 강릉에서 자랄 때부터 마음 한구석에는 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지구 생태계를 구하자는 거창한 뜻이라기보다는 ‘내 먹을거리나마 내 손으로 직접 짓자’는 바람이지요.”

   남편 주씨는 지난해부터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함께 공부한 동기 4명과 최근 ‘바른농 영농조합’을 꾸려 본격적인 농부 수업을 하고 있다. 풀꽃세상 1호 회원이어서 ‘처음풀’로 불리는 부인 채씨는 “올해는 콩 대신 유기농 대파를 심었는데 가뭄으로 수확이 신통치 않은 듯해서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첫 오두막 손님맞이를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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