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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없는 삶, '뽁뽁이'가 발목 잡다

하늘기차 | 2017.07.25 10:05 | 조회 1249



           

               쓰레기 없는 삶, '뽁뽁이'가 발목 잡다

                                                                                         오마이뉴스(17.07.24 20:53l/글·사진: 조수희)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여행 21] 쓰레기 제로 라이프 도전기

     몇 년 전 도서관에 갔다가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라는 책을 발견했다. 제목에 반해 집어 든 책은 혁명적이었다. 저자 비 존슨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며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고, 재활용을 뛰어넘어 물건을 재사용하고 스스로 물건을 만들었다. 존슨의 가족이 1~2년 사이 만든 쓰레기의 양은 딸기잼 병 크기의 유리병에 넣을 수 있는 정도였다. 친환경적인 삶이기도 했지만, 생활비도 상당히 줄일 수 있는 매력적인 생활방식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쓰레기 제로 라이프 운동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기념으로 나도 4일간 쓰레기 제로 라이프 운동을 해보기로 했다. 원칙은 화장실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를 제외한 모든 쓰레기를 최대한 만들지 않는 것이다. 특히 일회용품은 쓰지 않기 위해 손수건, 텀블러, 스테인리스 컵을 항상 가지고 다니기로 했다.
 제대로 쓰레기 제로 라이프를 하는 사람들은 비데, 재활용 헝겊, 신문 등으로 화장실 휴지까지 대체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로 만들지만, 여행 중 카우치 서핑으로 생면부지인 사람 집에 머물면서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었다.

쌀은 주머니에 샴푸는 병에... 포장 없는 가게
[1일째]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후. 바로 간절기 옷을 사야 했다. 샌프란시스코로 오기 전에는 섭씨 40도 안팎의 도시만 여행했다. 당연히 한여름에 입을 옷밖에 없었다. 7월 초 샌프란시스코의 최고 온도 섭씨 25도 정도로 한국의 10월 날씨 정도였다. 새 옷을 사는 대신 중고품을 파는 가게인 '굿윌'에서 분홍색 긴팔 셔츠를 하나 샀다. 옷을 담을 쇼핑백은 거절했지만, 옷에 붙어있는 가격표는 어쩔 수 없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버스표도 어쩔 수 없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관광객용 정액권 카드가 없어서 매번 버스표를 새로 사야 했다. 샌프란시스코 원산지 맥주 한 병도 마셨다. 가격표와 버스표는 매립지에 묻히게 될 쓰레기지만, 맥주병은 재활용이 되니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2일째] 한국에서 소포가 왔다. 배낭 가슴 줄을 분실해서 한국의 배낭 회사에 새로 부속품을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예상치 못한 종이 상자 쓰레기가 생겼다. 종이 상자 안에 든 가슴 줄은 '뽁뽁이(에어캡)'에 쌓여 있었다. 가슴 줄을 굳이 에어캡에 싸야 했을까. 퇴비로 만들 수 있는 신문지에 싸거나, 아니면 딱히 포장하지 않아도 괜찮았을 텐데. 쓰레기 제로 라이프 원칙에 따르면 종이 상자는 퇴비화할 수 있지만, 비닐로 된 에어캡은 매립지로 보내진다.

 


 샌프란시스코 레인보우 그로서리

   식료품 쇼핑에 나섰다. 샌프란시스코 쓰레기 제로 라이프 이용자들이 극찬하는 가게 '레인보우 그로서리'에 갔다. 레인보우 그로서리는 1975년에 생긴 협동조합 슈퍼마켓이다. 레인 보우 그로서리에는 일명 '벌크' 코너가 있다. 벌크 코너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물건이 없다. 캐놀라유, 올리브유, 해바라기유, 참기름 등의 기름류는 커다란 금속 통에 담겨 있다. 소비자들은 레인보우 그로서리에서 생화학 분해 가능한 플라스틱 용기를 5센트에 사거나 각자 준비해온 용기에 기름을 담았다
    벌크 코너에는 없는 게 없었다. 초밥용 흰쌀, 초밥용 현미 쌀, 재스민 쌀, 렌틸콩, 강낭콩, 병아리콩, 미소 된장, 김치, 밀가루, 소금, 설탕, 각종 향신료, 콘플레이크, 코코넛 버터, 파스타, 올리브 등의 식료품은 물론 주방세제, 샴푸, 린스, 로션 등의 생활 화학용품도 있었다. 심지에 개, 고양이 사료까지 벌크로 팔았다. 모든 상품은 금속 통, 나무통,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대용량으로 들어있었다.
    재활용 용기와 준비해간 줄 주머니에 렌틸콩, 현미 쌀, 펜네 파스타, 김치를 담고 저울에 무게를 잰 후, 상품 번호와 무게를 기록해 계산원에게 가져갔다. 계산원은 상품 번호와 무게를 참고해 가격을 매겼다. 물건 구매 후 영수증을 챙겼다. 레인보우 그로서리에서는 환경호르몬 BPA가 함유된 감열지 대신 일반 종이를 쓴다. 레인보우 그로서리의 영수증은 퇴비가 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레인보우 그로서리 

   플라스틱 용기에 담기지 않은 벌크 상품은 일반 상품보다 가격도 저렴했다. 그날 따로 가지고 간 유리 용기에 시어버터 샴푸를 담아 구매했다. 가격은 1lb(파운드)4.5달러. 0.56lb를 사서 세금을 제외하고 2.52달러를 냈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같은 상품의 경우 용기까지 포함해 무게를 측정해보니 2.30lb였고, 가격은 세금을 제외하고 10.9달러였다. 재사용 용기에 담아 물건을 구매하는 게 1달러 정도 저렴했다. 레인보우 그로서리의 상품뿐 아니라 소비자가 구매하는 대부분 상품 가격에는 15%의 포장 용기 비용이 포함돼 있다.  
   쓰레기 제로 생활 체험 둘째 날. 생화학 분해 가능한 용기 3개와 영수증, 매립지로 가는 에어캡, 버스표, 재활용 가능한 유기농 콜라 캔을 쓰레기통에 넣었다. 식료품을 담는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용기 쓰레기는 하나도 없었다. 식료품 쇼핑을 다녀왔는데도 이렇게 적은 쓰레기를 만들다니.
   한국에서는 마트에 갈 때마다 '두부가 담긴 플라스틱 용기는 도대체 어디로 갈까, 혹시 갈기갈기 찢겨 조각돼 바다를 떠다니다가 그걸 새가 먹고 고통스러워하다 죽는 게 아닐까', '이 플라스틱도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의 매립지에 묻혀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염병이나 퍼트리는 악취 나는 쓰레기가 되겠지'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돈 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문제를 떠넘기는 사회 구조에 편승하는 게 아닐까'라는 죄책감이 들곤 했다. 레인보우 그로서리는 내 죄책감을 순식간에 해결해줬다

일회용컵 위기 넘겼지만... 딤섬에서 무너지다
[3일째] 아침을 먹으러 부엌에 갔다가 무심코 플라스틱 비닐봉지에 든 머핀 하나를 집어 들었다. 카우치 서핑 호스트 트렌톤이 손님용으로 사둔 머핀이었다. 이미 머핀은 내 입속에 들어가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매립지로 직행하는 쓰레기 하나가 탄생했다.
  샌프란시스코 여행 셋째 날, 커다란 고목으로 유명한 레드우드 포레스트공원에 갔다. 공원 입장표를 사고, 무심결에 공원 안내 지도를 챙겼다. 입장표야 어쩔 수 없이 매립지로 향하는 쓰레기지만, 지도는 깔끔하게 잘 보고 다시 도로 가져다 놓으면 되는데 그걸 또 깜빡하고 숙소까지 챙겨왔다. 공원지도 종이는 코팅된 특수 재질의 종이인 듯했다. 퇴비화 불가능한 매립지행 쓰레기가 또 만들어졌다.
[4일째] 4일쯤 되니 쓰레기가 제법 쌓였다. 쓰레기 제로 라이프는 이대로 실패인가. 특히 매일 쌓이는 영수증과 버스표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영수증 같은 감열지에는 특히 환경 호르몬의 일종인 BPA가 묻어 있어 자주 만지면 몸에도 좋지 않다.
   아침을 먹으러 근처 카페에 갔다. 한국에서는 감히 맛보기 힘든 아보카도 셰이크를 주문했다. 간 아보카도에 연유와 아이스크림을 섞은 음료수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따르려는 종업원에게 늘 가지고 다니는 스테인리스 컵을 내밀었다.
   샌프란시스코 여행 4일째, <온더로드>의 저자인 잭 캐루악이 활보했던 거리와 차이나타운에 갔다. 중간에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온종일 관광할 예정이어서 점심 도시락을 만들었다. 점심을 밖에서 사 먹을 경우 쓰레기를 만들 확률이 100%이기 때문이다. 쓰레기 제로 라이프 운동을 하는 사람 대부분 점심 도시락을 싼다.
   버스를 타고 차이나타운으로 향하는 길, 문뜩 가방이 허전해 열어보니 기껏 만든 점심 도시락을 숙소에 놓고 왔다. 배는 고프고 어쩔 수 없이 점심을 사 먹으러 차이나타운의 딤섬 집에 갔다. 새우 딤섬 5개를 3달러에 파는 싸구려 딤섬 집이었다. 딤섬은 일회용 종이 접시에 담겨 나왔다. 포크는 당연히 플라스틱. 쓰레기 제로 라이프 도전 4일, 마지막 날 일회용품을 쓰고 말았다.



▲ 샌프란시스코 레인보우 그로서리 4일동안 만든 쓰레기 일부

쓰레기 제로 라이프 도전은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 무심결에 집어든 머핀은 플라스틱 비닐에 쌓여 있었고, 가난한 배낭 여행객이라 비싼 식당에 가지 못해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싸구려 식당에서는 음식을 일회용품에 담아줬다. 버스표와 영수증 쓰레기를 매일 버렸다. 물론 생화학 분해 가능한 플라스틱 용기를 썼고, 플라스틱 물병과 컵은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손수건을 가지고 다닌 덕에 종이 수건도 쓰지 않았다.
   이 정도 수준으로 쓰레기 제로 라이프를 사는 사람과 비교 불가능했다. 도대체, 쓰레기 제로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 걸까. 어떻게 하면 1~2년 치 쓰레기를 딸기잼 병 크기만 한 유리병에 다 담을 수 있을까.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해보기로 했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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