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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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박사의 최후 진술문

하늘기차 | 2020.09.27 17:39 | 조회 1287






 

                                                       송강호 최후진술문

<924일 징역 2년의 실형 선고를 받은 송강호님의 827일 검사 구형 당시 최후 진술문>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무죄입니다. 저는 저의 지분이 있는 공동의 재산을 부당하게 빼앗겼습니다. 구럼비는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고 머물 수 있었던 공유재산입니다. 그곳에서 어린이들은 뛰어 놀았고 젊은이들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으며 나이든 이들은 기도 드리고 묵상을 하던 우리 모두의 재산이었습니다. 구럼비는 아름답고도 거룩한 장소였습니다. 저에게 구럼비는 매일 아침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대면하는 장소였습니다. 제주도정도 구럼비 바위를 절대 보존 지역으로 지정해서 보호 했었습니다. 처음 그곳을 절대 보존 지역으로 지정할 때는 전문가들의 세밀한 조사와 심사 숙고에 따른 판단과 결정이 있었습니다. 제주도에 절대 보존 지역이 더 있지만 바닷가에 위치한 절대 보존지역은 구럼비 바위가 유일합니다. 제가 구럼비를 처음 보았을 때 그 광경은 설악산의 울산 바위가 제주 바다에 가라 앉아 그 윗부분만 거대한 평상처럼 펼쳐져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드넓은 너럭 바위 위에서 맑은 용천수들이 솟아 올라 왔습니다. 저는 왜 사람들이 이 구럼비가 기도를 드리고 명상을 하는 신령한 장소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바다에서 불어 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태양이 달군 온돌 같이 따뜻한 바위 위에 앉아 발 밑에서 솟아나는 맑고 깨끗한 샘물을 마시며 세상 시름을 모두 내려놓고 자유롭게 몇날 며칠이고 기도 드리고 묵상할 수 있는 천혜의 장소였습니다. 제게 구럼비 바위는 하늘을 향해 열린 거대한 제단과도 같았습니다. 그 안에는 제가 이전에 알지 못했던 붉은 발 말똥게, 새뱅이, 층층고랭이, 물 솜 방망이, 염주 괴불 주머니 같은 희귀한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었고 그 앞 바다속에는 연산호, 해송, 나팔고둥, 금빛 나팔 돌산호 같은 천연 기념물과 멸종위기종 해양 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구럼비 일대는 대한민국과 제주도 만이 법과 규정으로 지켜내려는 곳이 아닙니다. UNESCO도 해양 생물권 다양성 본존지역으로 이 일대를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만일 재판장님이 10년전 이 구럼비에 오셔서 그 바위위에 서서 주변을 둘러 보셨었더라면, 앞에는 범섬, 문섬, 섶섬이 푸른 바다위에 조각배 처럼 떠 있고 뒤로는 한라산이 병풍처럼 보듬고 있는 거대한 너럭바위의 모습을 보셨더라면, 그리고 지금은 자취를 감춰버린 수많은 돌고래떼들이 힘차게 바다위로 차고 오르며 유영하는 그 상서러운 모습을 그 바위위에서 내려다 보셨더라면 왜 이곳이 우리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만 할 절대 보존지역일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 하실 수 있었을 거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성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자연 유산이 말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게다가 구럼비 주변에는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집터와 도기들이 많이 매장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구럼비가 품고 있는 이 아름다운 자연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소중한 문화 유산을 파헤치고 부셔뜨려 그 위에 시멘콘크리트를 부어 매장해 버리는 미친 짓을 막기 위해 온몸으로 싸웠습니다. 이 아름답고 거룩한 바위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그대로 우리 후손들에게 돌려 주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해군은 애초부터 구럼비의 자연적, 문화재적 가치에 대해 관심이 없었습니다. 구럼비는 단지 자신들의 거처와 시설을 짓기 위한 상품화 된 부동산이었을 뿐입니다. 해군은 형식적으로나마 법적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서 각종 전문위원들에게 연구 용역을 맡겨 구럼비가 자연으로서의 보존 가치가 없고 문화재로서의 특별한 가치가 없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대변하도록 회유하고 압박하였습니다. 이것은 제게 이상한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전문가들이나 학자, 연구자들의 역할이 보통 사람들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감추어진 사실들을 밝혀내고 일반인들에게 그것들의 소중한 가치를 알게 하는 것이라고 상식적으로 생각했었는데 이들은 그 반대였습니다. 2011년 제가 직접 경험한 일입니다. 해군으로부터 용역을 의뢰 받은 한 환경 전문 단체가 구럼비 일대에 서식하는 붉은 발 말똥게를 약천사 인근의 대체 서식지로 이주 시키겠다고 채집을 했었습니다. 제가 주무관청인 영산강 유역 환경청에 그런 방식의 동물 이주가 성공한 사례가 있느냐고 물의 했더니 유감스럽게도 자신들은 성공사례에 대한 보고를 받아 본 적이 없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그래서 붉은 발 말똥게의 강제 이주를 막기 위해서 전문용역업체 직원들의 채집활동을 감시하던 차에 새벽에 수상한 채집자들이 구럼비 바위에 나타났다는 제보를 받고 그곳으로 달려 갔습니다.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아이스 박스 같은 통을 하나씩 어깨에 메고 무엇인가를 잡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 사람들을 잡으려고 달려가자 그들은 필사적으로 달아 났습니다. 한 참을 뛰어가서 그 사람들을 잡아 그들이 메고 도망친 그 의문의 상자를 열어 본 순간 저희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 통 안에는 붉은발이 달린 붉은 발 말똥게가 아닌 온 몸이 거무스름한 흔히 보는 보통게들 이었습니다. 그들의 보고서에 기록된 이주 목록의 숫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밝혀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저는 자기 집단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우리의 구럼비를 파괴 하려 드는 해군에 맞서 지난 10년동안 비폭력적인 투쟁을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차례 구속 수감되었습니다. 언젠가 검찰의 기소장을 보니 저를 평화를 빙자하여 법질서를 어지럽히는 악질이라고 쓰여있었습니다. 지난 번 제가 강정마을의 전 이장이었던 조경철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했을 때 그 법정의 검사는 제가 누범 전과자임을 강조하면서 제 목격과 증언을 폄훼하려 하였습니다. 앞에 계신 검사님께서도 저를 구제 불능의 전과자라고 이미 낙인을 찍은 채 3년 징역을 구형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원래 소심한 사람입니다. 대학생이었을때도 부모님을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아서 단지 동기들과의 의리 때문에 억지로 시위에 참여했을 뿐 당시 박정희 독재 정권 말기의 그 광기 앞에서 조차 민주화 운동의 전면에 나설 용기가 없었습니다. 우리 세대라면 누구나 한두가지 쯤의 무용담을 늘어 놓을 만한 19876월 항쟁때에도 저는 이제 첫돌을 갓 지난 아기와 젊은 아내와 함께 누렸던 행복에 빠져 거리에 나선 수많은 시민의 대열에 동참하지 못했던 소시민이었습니다. 장로회 신학대학을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 철학을 공부하였습니다. 그 후 목사가 되기 위해 장로회 신학 대학원에 입학하여 수학하던 중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추천으로 독일 개신교단(EKD)의 장학금을 받아 하이델베르그 대학(Heidelberg Universita”t)에서 공부하여 신학박사가 되었습니다. 5년동안 독일 대학에서 수학하던 중 르완다 전쟁터와 보스니아 전쟁지역을 직접 방문하게 되었고 저는 그곳에서 어떻게 기독교가 전쟁에 개입하여 평범한 사람들을 잔혹한 학살자로 변질시키는지 그 충격적인 현장들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전쟁 피해자들을 돕는 일을 저의 평생의 과제로 여겨 20년이 넘도록 동티모르 내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아체 내전의 피해자들과 아이티와 로힝이야 난민들을 돕는 일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검사님, 판사님, 저는 이전에 한 검사님이 비난했던 것처럼 그런 악한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여러 차례 구속 재판을 받았던 것은 오로지 강동들에게 빼앗긴 구럼비를 다시 국민들에게 돌려 달라는 양심에서 우러난 행동때문이었지 달리 저의 사익을 취하기 위해서 그 어떠한 반사회적인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습니다. 평생 전쟁피해자들을 도우며 살아온 평범한 시민을 소위 악랄한 범죄자로 만든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 해군입니다. 저는 이들이야 말로 강정마을 주민들의 땅을 공갈과 협박으로 강탈한 강도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이미 화순, 위미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정상적인 대화와 민주적 절차를 통해서는 주민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해군은 먼저 해녀들을 비밀리에 매수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협조하는 자들에게 온갖 이권을 줄 것을 약속하여 돈에 욕심을 내는 마을 주민들을 먼저 자기편으로 끌어 들였습니다. 그들은 마치 일본이 조선을 식민통치하기 위해서 합법을 가장하고 친일 부역자들을 매수했던 것과 똑 같은 방식으로 마을 공동체를 파괴시키고 원하는 땅을 차지했습니다. 해군기지 건설과정이 그렇게 부정과 불법으로 점철되었기 때문에 결국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강정 마을 회관까지 찾아와 주민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게 된 것 아닙니까? 이 불법과 비리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변호인단이 증거목록으로 재판장님께 이미 제출한 경찰의 인권 침해 보고서에 들어 있습니다. 구럼비 바위는 그렇게 강도들에게 빼앗겼습니다. 저는 이 구럼비를 지키기 위해 싸웠고 빼앗긴 후에도 되찾기 위해서 지금까지 싸우고 있습니다. 구럼비가 파괴되는 것을 막으려고 중장비를 몰고오는 길목에서 목에 쇠사슬을 묶고 목숨을 바치려고도 했었고, 체포과정에서 차 바다에 턱이 걸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6명의 경찰들이 두 다리를 잡고 잡아 당기는 바람에 이들이 부러지고 턱밑이 찢어지기도 했습니다. 만일 그 날 그 밑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더라면 결국 제 목뼈가 끊어졌을 겁니다. 제가 구럼비에 들어 가서 기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해군은 특수부대 SSU를 동원하여 수중에서 집단폭행을 하기도 했고 바닷물 속에 집어 넣고 숨을 쉬지 못하게 고문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명백한 증거 동영상들이 방송으로까지 공개 되었지만 군사 법정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기각시킴으로서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지난 37일 제가 해군기지의 휀스를 끊고 구럼비에 들어가 기도드린 것도 강탈당한 구럼비의 진짜 주인은 나를 포함한 우리 국민 모두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증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제게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 도둑이 절취한 장물은 다시 원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한데 일국의 대통령까지 나서서 그 취득과정에서의 부정과 불법을 시인한 강탈당한 구럼비는 왜 다시 원래의 주인들에게 반환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제가 무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쟁도 군대도 반대합니다. 제게는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가 우리 나라의 국인보다 더 소중합니다. 이웃한 중국이나 일본과도 전쟁이 아닌 협력과 친선으로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웃국가들과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군사기지가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묵상하는 영적인 제단보다 더 중요하고 우선한다는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일까요? 누가? 어떤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할 수 있습니까? 폭력만이 결국 우리를 구원하다고 믿는 이들에게는 군대와 무기가 중요하겠지만 신()의 존재와 신()의 역사를 믿는 이들에게는 신령한 장소가 주요합니다. 저는 신학자(神學者)로서 신령하고 거룩한 장소를 지키고 그곳에서 종교행위를 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검사님, 검사님은 우리 나라를 대표하여 저를 기소하였습니다. 검사님의 구형은 우리나라가 저에게 내리려는 엄중한 단죄입니다. 그런 검사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검사님은 제가 왜 지난 37일 구럼비에 들어 갔는지 그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제가 그곳에 두시간 가량을 머물며 무엇을 하였는지 알고 계십니까? 검사님이 저의 가족이었더라면 아마도 제가 왜 그랬을지 알고 싶었을 거고 알아내셨을 겁니다. 가족은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은 자기 나라를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국가는 국민을 사랑 할 의무가 없습니까? 검사님은 외견상 드러난 사실들을 가지고 법이 정한 규정에 따라 기계적으로 구형을 하면 임무가 끝나는 것입니까? 검사님께는 관심 없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습니다. 8년전 구럼비를 폭파하던 날 바다에 있던 제게는 망치로 가슴을 때리는 것과 같은 충격파가 밀려왔었습니다. 8년이 지난 바로 그날 기지 안으로 들어가 그리웠던 구럼비 바위를 보니 반가우면서도 슬펐습니다. 위용도 생명력도 잃어버린 인공 조형물이 되어 버린 구럼비 바위의 초췌한 몰골과 바다가 아닌 고인 연못에 갇혀 버린 처량한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바위위에 무릎을 끓고 앉아 두 손을 모았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제주도가 군사기지 없는 비무장 평화의 섬이 되게 해주십시오. 제주도민들과 우리나라 국민들이 제주도가 동북 아시아의 지정학적 중심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그래서 제주도를 군사기지화 함으로써 한반도를 지키는 변방의 부속도서로 전락시키지 말게 해 주시고 도리어 제주도가 동북아시아의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평화회담과 협상의 장소가 되게 해주십시오. 제주도민들이 군사기지에 빌 붙어 먹고 살지 않게 해주시고 평화가 제주도의 산업이 되어 남을 업신여길 만큼의 부자도 없고 남에게 빚을 질만큼의 가난한 사람도 없는 거지 없고, 도둑없고, 대문 없는 제주도의 전통이 지켜지게 해 주십시오.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서 도민 스스로가 피스 메이커들이 될 수 있도록 각급학교에서 평화를 가르치고 배우게 하여 주옵소서. 그래서 한라에서 백두까지 평화 통일의 기운이 펼쳐지게 해 주시고 제주도처럼 비극적인 역사의 희생양이 되었던 일본의 오키나와와 중국의 타이완에서도 비무장 평화의 섬 운동이 일어나서 이 세 섬들이 둘러싼 동지나해가 전쟁도 군사훈련도 그치고 군함의 기항도 군용기의 기착도 허용하지 않는 공존과 평화의 바다가 되게 해 주십시오. 이를 위해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우리 나라를 전쟁의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갈 제주 해군기지를 하루속히 폐쇄하게 해 주시고 매장된 구럼비 바위를 다시 복원하여 원래의 주인인 시민 모두에게 개방하게 해 주시며 전쟁과 살인을 훈련했던 해군기지와 그 시설들이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할 젊은이들을 길러내는 평화대학으로 전환되게 해 주십시오. 그래서 정부와 군부에 의해 깨어지고 상처입은 강정마을 공동체가 다시 회복되고 갈등하던 주민들이 서로 화해하며 강정이 다시 생명평화의 마을로 거듭나게 해주셔서 강정이 비록 작은 마을이지만 이곳에서 평화가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가게 해 주십시오. 아멘

 

이것이 제가 바로 그 날 구럼비에서 드린 기도를 간추린 것이며 또한 제가 지난 세월 구럼비에서 드린 기도였습니다. 구럼비를 군인들이 막아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때는 강정포구 방파제 끝에서 구럼비를 내려다 보며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이 기도를 드렸습니다. 지금은 감옥 안에서 이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처음에 구럼비에서 이 기도를 드릴때는 내가 하나님께 아뢰는 소원이라고 생각 했었는데 10년동안 이 기도를 드리다 보니 점차 이 기도가 하나님의 예언이고 신탁이라는 믿음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법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 법정에 선다는 것은 절망을 의미합니다. 그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든 아니면 타인에 의해 할 수 없이 끌려 나왔든 법의 심판을 기다린다는 것은 사회에서는 더 이상 해결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막장에 서 있음을 뜻합니다. 그 막장에서 저는 오랫동안 덧 없는 희망을 가져 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법정을 신성한 곳이라고 믿기도 했고, 법의 정의로운 심판을 희망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저의 순박했던 기대는 점차 냉소와 체념으로 바뀌었습니다. 판사들은 정말 정의로운 판결에 대한 신념이 있는 것일까? 한 사람의 희생양을 살리기 위해 국가와 민족을 단죄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저는 지난 10년 동안 이 법정에 여러 차례 호출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같은 질문을 해왔습니다. 이번이 세번째 구속 재판입니다. 한 번도 실형을 선고 받은 적은 없지만 이미 도합 16개월의 실질적인 징역형을 살았습니다. 구속 사유는 모두 [도주의 우려]였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이것은 오판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가 누구인지 모르는 법관들에게서 판단 받아 왔습니다. 저는 지금도 이 법정의 저울이 이미 기울어져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더 이상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누적된 오판의 결과 강정마을은 파괴되었고, 해군들은 우리들의 구럼비를 빼앗을 수 있었습니다.

 

재판장님은 1999년 그린녹(Greenock)재판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해 68일 엔지젤터(Angie Zelter)와 엘렌 모슬리(Ellen Moxley)와 울라 로더(Ulla Roder)세 사람이 스코틀랜드 고일에 위치한 팔스래인 해군기지에 잠입하여 핵 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해군의 중요 시설들을 파괴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 해 1021일 그리녹 주법원(Sheriff Court)의 주법관 마가렛 김블렛(Margaret Gimblett)은 이 세 연인에 대해서 무죄를 판결하였습니다. 무죄 선고의 이유는 이 해군기지의 시설들이 무고한 시민들까지 무차별 살상을 할 수 있는 비인도적인 무력 사용과 전쟁에 사용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영국의 팔스래인 해군기지와 제주 해군기지 사이에 별다른 차이를 모르겠습니다. 제주 해군 기지는 핵 잠수함과 미국의 핵 항공모함이 자유롭게 출입하는 위험한 군사시설입니다. 재판장 김블렛은 무죄를 선고하며 유명한 Gordon’s Criminal Law를 언급합니다: “No act is punishable unless it is performed by a criminal mind.” 범죄 의도를 갖고 행한 것이 아니라면 그 어떤 행위도 처벌할 수 없다. 저는 이 법정에서 그리녹 재판의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에게 씌워질 범죄자라는 오명에 앞서 불쌍한 저를 위로합니다. “송강호, 너는 무죄다!” 이 법정이 저에게 어떠한 판결을 내리든 역사는 저의 무죄를 기록할 것입니다. 법은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힘없는 시민을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 아닌가요? 만일 법이 한 사람의 희생양을 살리기 위해서 국가를 정죄할 수 없다면 그 법정은 가야바의 법정(요한복음 11;49,50)이 될 것입니다. 판사님, 검사님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저의 진술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저의 재판을 위해 수고해 주신 변호사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 저희들을 사랑하고 염려하여 재판 기일 때마다 방청해 주신 여러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0.8.27 송강호

<구속수감 179일째, 오늘 9242년 실형 선고를 받은 송강호에게 응원의 편지를!>

1. 주소 : (63166) 제주도 제주시 제주우체국 사서함 161호 송강호 (수용번호 219)

2. 온라인 편지 : 인터넷 교정본부 온라인민원 (인터넷서신) / 스마트폰 법무부 온라인민원서비스 (인터넷서신)

3. 면회 방법 : 면회는 주 1, 회당 2명 교정본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 필수. 주말은 접견이 불가능합니다. 면회일정 조정을 위해 접견예약 전 사전협의 부탁드립니다. 문의 0107208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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