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정의와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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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개척자들이 제주로 가려 하는가?

하늘기차 | 2019.04.12 15:51 | 조회 1314


                   왜 개척자들이 제주로 가려 하는가?

                                                                                                                  송강호(개척자들 대표)

평은 개척자들의 고향이다. 사역팀이 그런 고향 같은 양평을 떠나 제주도 현장으로 자리를 옮기려 한다. 물론 2년에 서 4년 정도의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다. 화재 이후 건물도 거의 다 완성되어 그 어느 때보다 넉넉하고 편리한 공간이 마 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그 동안 주변에서 우리의 울타리가 되어 주었던 개척자들 마을에 위탁하고 우리는 제주 강 정 마을의 컨테이너에서 살아 가려고 한다.

 

이미 해군기지는 완공되었고 그간에 해군 기지 반대 운동에 뛰어 들었던 활동가들도 하나 둘 강정 마을을 떠나고 있다. 해 군 기지 반대 주민회가 새로이 결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이들이 다수파에서 소수파로 밀려나 있다. 강정 마을 주민 들 대부분이 해군기지를 기정 사실로 인정하고 좋든 싫든 이제는 어쩔 수 없이 해군들과 더불어 살아가야만 하는 현실이 라고 여기고 있다. 마을회는 해군기지를 인정하는 반대 급부로 주어지는 마을 지원 사업을 조금이라도 더 따내려고 혈안 이다. 당연히 아직도 강정에 남아있는 평화 활동가들이 이들의 눈에는 가시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해군기지를 적극적 으로 찬성했던 사람뿐 아니라 한 때 이를 반대했던 사람들에게 까지도 활동가들의 존재는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런 상황에서 왜 우리가 물길을 역류하듯 제주 강정마을로 활동 거처를 옮겨야 하나?

 

1.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다.

주변이 복잡하고 요란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 강정과 제주는 그렇게 복잡 다단한 상 황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눈앞의 이익에만 정신을 팔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제주도는 전쟁기지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일제 시대 일본이 결 7호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제주도를 본토 방위를 위해 군사기지화 했던 이래 이제는 다시 한반도 방 위를 위한 병참기지가 되고 있다. 설령 지금 이것이 건설사업이나 요식사업에 이익을 준다 할 지라도 또 이로 인해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는다 할 지라도 이 모든 이익이 미래의 전몰자들을 위한 장례와 위로금이라는 사실을 깨닫기에는 너무 우리의 혜안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돼지의 사타구니에서 피를 빨아먹는 빈대는 언젠가 그 돼지와 함께 불타 죽게 되어있 다. 제주도가 군사기지화 되면 제주도는 언젠가 전쟁의 잿더미 위에 앉게 되어있다. 내년은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폭 피 해 75주년이 되는 해다. 제주도민들은 왜 하필 다른 도시가 아니라 이 도시들이 전대 미문의 전쟁 피해 지역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만 한다. 이유는 군사기지 때문이다. 제주도의 현인들은 제주도가 비무장 평화의 섬이 되는 길 이 살 길이고 번영으로 나가는 길임을 깨닫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제주도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2. 강정은 평화 운동의 중심지

천주교 제주교구의 강우일 주교는 강정이 비록 작은 마을이지만 강정에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고 예언한 바 있다. 나는 이 예언이 모든 국민의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공명하고 있는 더 고전적인 평화 통일의 예언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구호다. 나는 이 한라는 제주이고 그 출발선은 바로 제주의 최남단 강정이라고 믿고 있다.

해군 기지가 강정에 건설된다고 했을 때 나는 이를 막아야한다고 생각해서 온몸으로 막다가 감옥살이를 세번이나 했다. 그래도 이 기지가 건설되는 것을 보면서 나는 감옥에서 왜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응답해 주시지 않는 것일까 의문을 가졌었다. 그러나 그 이후 나는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사건을 떠올리며 신이 약속한 땅은 일주일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40년 동안이나 방랑하며 헤맬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하게 되었다. 가나안은 준비된 자들을 위한 곳이었다. 애굽에서 종살이하며 노예 의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들을 걸러 내기 위한 세월이 필요했다. 진정한 자유인 만이 신이 약속한 새로운 땅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강정이 바로 그런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현재 대다수의 강정주민들은 해군기지 없는 구럼비 바다를 다시 받을 자격이 없다. 고향을 팔아먹고 돈에 타협하며 의리를 저버리는 이들에게 구럼비는 너무 숭고한 곳이다.

나는 신이 강정에 해군기지를 짓도록 허락하셨다고 믿게 되었다. 강정은 이제 갈림길에 놓여있다. 해군기지에 빌붙어 살아가든지 아니면 끊임없이 해군기지를 맞서 대항하여 마침내 이를 쫓아내고 고향 본토를 되찾든지 그 둘 중의 하나다. 다른 선택지는 사실상 없다. 이것이 신이 강정 주민들에게 내린 숙제다. 만일 해군기지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강정마을은 기지촌으로 전락하는 것이고 해군기지를 쫓아내면 세계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투쟁과정을 통해 강정은 세계의 평화 활동가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평화 운동의 성지가 될 것이다. 이 강정에서 평화 통일의 역군들이 성장할 것이고 온 세계의 전쟁을 막고 갈등을 해결하는 반전 평화 운동가들의 산실이 될 것이다. 나는 제주 해군기지를 쫓아내고 이 시설과 건물들을 바로 그런 평화 운동가들을 양성하고 온 세상에 파송하는 국제적인 평화대학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강정의 평화활동가들과 개척자들의 과제라고 믿고 있다.

 

3. 공평해가 시작되는 곳이다.

제주도는 한반도의 주변부가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인 중심지다. 먼저 제주도민들의 주변부인 의식이 제주도의 미래를 가로막는 장애다. 이 동북아시아의 중심에는 일본의 오키나와와 타이완이 이웃하고 있다. 제주의 평화 운동가 조약골은 동북아시아의 세 섬이 둘러싸고 있는 소위 동지나해를 공평해(공존과 평화의 바다)라고 부를 것을 제안했다. 나는 개척자들이 제주도가 이 섬들과 손을 잡고 평화로운 섬들의 연대를 만들어 나갈 것을 희망한다. 우리는 이 섬들의 평화 운동가들과 청년들과 함께 2014년부터 평화를 위한 섬들의 연대를 만들어 지금까지 매년 이 섬들을 돌며 평화 캠프에 참여해왔다. 나는 이 공평해에서 군사기지로 인해 갈등과 고통을 겪고 있는 여러 섬들에 고립되어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는 주민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저항할 수 있도록 응원하기 위한 항해를 구상하게 되었다.

 

개척자들은 2007년부터 해상에서의 평화활동을 위해 인도네시아 술라베시에서 항해훈련을 해왔다. 이를 위해 술라베시 섬의 전통 범선 산덱(Sandeq)을 사용해왔다. 이제 이 동북아시아의 섬들을 항해하기 위한 현대적인 세일링 요트를 일본에서 구했다. 너무 싼 중고 요트라서 손볼 것도 많다. 그러나 분명 우리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제 한국과 일본과 타이완의 옛 개척자들을 이 평화 항해 프로젝트에 초대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젊은이들을 훈련시켜 함께 이 공평해를 항해해 나갈 것이다. 나는 평화의 나라는 우리의 상상 속에서 확장되고 발전해 나간다고 믿고 있다. 마침내 평화의 상상력이 군사력과 폭력을 이길 것이다.

강정 평화 운동은 기로에 서있다. 지금까지 온갖 부침에도 연연함이 없이 현장을 지켜오셨던 문정현 신부님도 점차 연로해지시고 건강이 염려된다. 앞으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을 텐데 개인 활동가들을 제외하면 그 공백을 메울 만한 다른 단체가 있을 지 우려된다. 개척자들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강정의 해군기지 반대 운동의 핵심부에 있었고 지금도 개척자들에서 몸담았던 활동가들이 현직을 떠났어도 여전히 강정과 제주에서 선구적인 평화 운동가들로 자리 잡고 있다.

 

나는 2015년 강정을 떠나면서 해군기지를 강정에서 쫓아내고 대신 그곳을 평화의 대학으로 바꾸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것이 평화의 섬 제주도에 걸맞은 일이고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 전체가 평화롭고 안전해지기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강정마을에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삼거리 식당을 지키며 평화 활동가들에 따뜻한 밥을 지어 주시는 종환 삼촌이나 해군 기지 때문에 병든 부인을 홀로 놔둔 채 감옥살이를 하신 강부언 어르신처럼 묵묵히 진실을 붙잡고 강정마을을 지키고 있는 억눌린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나의 약속을 잊지 않고 기억한 채.


                                    고기교회는 개척자들의 평화행동에 공감하며 후원하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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