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정의와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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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는 왜 지옥이 되었는가(한겨레 퍼옴)

하늘기차 | 2014.12.16 22:03 | 조회 1567

 


                일터는 왜 지옥이 되었는가
                                                                                                                                              한겨레12.14일 퍼옴


산업재해를 다룬 르포를 썼고, ‘일터는 왜 지옥이 되었는가’는 그 책 리뷰 제목 중 하나이다. 우리의 일터가 지옥인가. 지옥이란 표현은 과장되더라도, 직장이 지긋지긋한 곳임은 분명하다. 직장인들이 바둑 수를 배우려고 <미생>에 열광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새벽 3시 택시를 탔는데 술 냄새가 안 나면 그 사람은 정보기술(IT) 업계 직원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철야가 일상인 곳. 화장품 샘플 더 내놓으라 진상 부리는 고객 앞에서 웃어라, 입가에 경련 일게 웃어라 요구하는 곳.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안도가 끝나기도 전에 마흔만 넘어도 우후죽순 책상을 빼앗기는 선배들을 보며 전력질주를 다짐해야 하는 곳. 우리의 직장이다. 지긋지긋하다.

문제는 감정 소모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주 77시간을 일해온 아이티 노동자는 폐암으로 사망했다. 위암으로 목숨을 잃은 대기업 부장은 암 선고를 받은 날마저 자정에 퇴근을 했다. 판매원과 같은 감정노동자의 30%가 자살충동 경험을 고백했다.

내 목숨을 노리는 곳이 지옥이 아닐 리 없다. 내가 만난 산업재해 당사자들은 자신의 일을 통제하지 못했다. 그들은 ‘안 돼요, 싫어요’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권한이 없었다. 장난전화에 시달리는 콜센터 상담원은 전화를 끊을 권한이 없다. 야근에 찌든 회사원은 퇴근시간을 지킬 권한이 없다.

폭설이 퍼붓던 날 야간작업을 하던 19살 산업훈련생 머리 위로 지붕이 무너졌다. 전부터 야간작업의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청소년 야간노동 금지라는 조항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법전 어딘가에 있었다.

연륜이 있다면 달라질까? 철도청 시절부터 근무했다는 베테랑 노동자는 철로가 우는 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고장인지 안다고 했다. 그런 그가 선로를 제대로 고칠 시간이 없었다. 설비 작업은 외주화되고, 수많은 동료가 잘려 나갔다. 그는 언젠가는 사고가 날 거라 했다. 하지만 희망퇴직을 강요받는 나이 든 노동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다.

놀랍도록 우리는 우리 일을 통제할 권한이 없다. 밥줄이 그만큼 무섭기 때문이다. 월급 주는 이가 줄을 잡아당기며 요구하면, ‘그건 못 합니다’ 반대편에서 그 줄을 같이 당길 수가 없다. 팽팽한 줄이 끊어질까 두려워서다. 그게 내 밥줄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것은 옛말. 나는 비행기도 다시 돌리는 것이 한국의 오너다. 그런 권력이 저편에서 내 밥줄을 쥐고 있다. 밥줄은 고용의 안정이 보장되어 있지 않을수록 가늘다. 정규직에 노동조합이라도 있으면 ‘노’(no)라는 소리 한두 번은 해보지. 협력/파견업체 직원이면 원청 오너가 이맛살만 구겨도 낙하산 메고 뛰어내려야 한다. 비행기 회귀를 기다릴 시간도 없다. 가늘디가는 줄이 조금만 힘주어 당겨도 툭 하고 끊어질까 봐. 지금 위험이 문제인가, 야금야금 좀 먹는 내 건강이 문제인가. 저쪽에서 당기는 대로 질질 끌려간다.

그런데 ‘중규직’이라는 말이 들린다. 해고는 정규직보다 손쉽되, 처우는 비정규직보다 나은 고용형태란다. 중규직 손에 들린 밥줄 굵기는 얼마만 할까? 고용이 불안정한 가는 줄을 쥐고는 무엇 하나 제대로 요구할 수 없을 것이 뻔하다.

중규직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에는 고용의 경직성이 있다. 힘들게 취직해 열심히 일해 안정된 삶을 유지하려는 우리의 욕구가 누군가의 눈에는 경직으로 보이나 보다. 우리의 일터가 천국으로 보이는 걸까. 그래서 우리의 일터를 자꾸 지옥으로 만들려고 하는가.

희정 기록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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