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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원회’를 ‘원자력안정위원회’로 바꿔라

하늘기차 | 2015.03.12 11:56 | 조회 1635


2월 27일 새벽 1시10분쯤 서울 세종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월성1호기 수명 연장 표결 강행에 항의하는

방청객들과 이를 제지하는 원안위 관계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연합

[장정욱 교수의 ‘탈핵을 꿈꾸며’]‘원자력안전위원회’를 ‘원자력안정위원회’로 바꿔라

                                                                                                                 주간 경향 발췌

   국가 존망의 위기로 몰아갈 위험성을 가진 핵발전소의 안전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검토조차 없이 겨우 세 차례 ‘약 40시간의 심의’만으로 연장을 결정하는 원안위의 당사자 의식 부족과 무책임함에는 할 말조차 잃을 뿐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월성1호기의 수명 연장을 다수결로 승인하였다. 새벽 1시 무렵 반대파 위원 2명이 위원장의 표결 강행에 항의하여 퇴장한 상태였다. 월성1호기와 같은 ‘중수로’의 전문가조차 없는 원안위가, 정부(특히 산업부) 및 일부의 이해관계자(특히 한국수력원자력)가 밀실에서 결정한 연장 방침을 그저 추인(追認)하는 구조적 문제를 공공연히 드러낸 셈이다. 심지어 월성1호기의 안전상의 결함을 지적하는 기술자·교수들의 토론 제안까지 묵살하면서 연장 결정을 강행했으니 다수결의 횡포를 유감없이 발휘한 꼴이다.

기술자·교수들은 격납용기에 최신 안전기준(R-7)이 적용되지 않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핵마피아는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해도 ‘5중의 벽(壁)’으로 방사능 대량 누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5중의 벽이란 ▲세라믹 형태의 연료(Pellet) ▲핵연료봉의 금속 피복관 ▲원자로 ▲격납용기 ▲원자로건물을 가리키는데, 방사능 누출 방지를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것은 격납용기뿐이다. 만약 후쿠시마 사고에서 격납용기가 파괴되었더라면(일부 훼손은 있었지만), 한국도 막대한 피폭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국가 존망의 위기로 몰아갈 위험성을 가진 핵발전소의 안전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검토조차 없이 겨우 세 차례 ‘약 40시간의 심의’만으로 연장을 결정하는 원안위의 당사자 의식 부족과 무책임함에는 할 말조차 잃을 뿐이다.

   후쿠시마 사고 후 일본에서 새로운 안전(규제) 기준에 따라 가장 빨리 재가동 허가를 받은 센다이(川內) 핵발전소도 신청 후 허가까지 ‘1년 2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재가동 전까지 추가적인 공사계획·보안지침의 확인·설비점검 등이 필요해 실제 재가동까지는 ‘최소 8개월’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덧붙이면, 전력사업자의 의견 청취도 지금까지 약 700회에 이르고 있다. 월성1호기의 연장 결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졸속으로 결정한 월성1호기 수명 연장
 후쿠시마 사고 후 핵분열생성물(죽음의 재)을 일반 먼지처럼 “툭툭 털면 된다”고 한 사람이 원안위 위원장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 위원들이 사고 리스크에 대한 긴장감 및 상상력을 상실한 것도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닐 것 같다. 또, 연장 방침에 반대의사를 가진 위원에게는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원안위 사무국의 부작위(不作爲)도 과연 예상 밖의 일이었을까?

한수원은 월성1호기의 주요 설비를 교체한 덕분에 마치 신설 핵발전소처럼 안전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핵심 설비인 원자로 및 그 주변의 구조재, 격납용기 등의 교체는 불가능하며, 이것들은 설계·공사기간을 고려하면 최소 ‘40여년 전’의 낡은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된 노후설비들이다. 한수원 주장대로 배관을 신품으로 교체하였더라도, 수백 km에 달하는 전선 등의 케이블을 불연성(不燃性) 케이블로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심층(深層)방호의 4단계인 가혹사고 방지를 위한 설비의 도입 및 ‘최신 기술의 적용’(back-fit)의 구체화가 의심되는 상황이다.(칼럼 제10회 ‘국제 평균 미달 안전설비의 과대평가’ 참조) 게다가, 마지막 5단계 방재계획의 실효성은 더욱 불확실한 실정이다.

한수원의 주장은, 후쿠시마 사고의 원인을 낡은 배관의 파손에서 찾은 지진 진동설을 부인하기 위해 “후쿠시마 1호기의 주요 설비를 신품으로 교체했던 만큼, 지진으로 배관 등이 파손되었을 리가 없다”는 도쿄전력의 주장과 흡사하다. 그런데, 도쿄전력은 일본 국회조사단의 1호기 현장조사를 실제 상황과는 다른 허위사실로 막았다.

이와 별개로 원안위 조성경 위원의 자격 논란까지 불거졌다. 원안위법의 위원자격 조건(제10조)을 위반하는 경력의 소유자, 즉 “최근 3년 이내 원자력 이용자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한 사람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원자력산업회 부회장 출신이라는 전력 때문에 벌어졌던 강창순 전임 위원장의 자격 논란과 비슷하다. 대학 교수는 교육자로서 일반 시민보다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만큼, 법적 판단 전에 스스로 거취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아울러, 조 위원의 자격 여부에 대한 검증작업을 소홀히 한 원안위 사무국의 책임자(사무처장)도 업무태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자격 논란 이전에 원안위는 그 자체가 문제 투성이다. 현재 원안위는 상근 2명과 비상근 7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상근만으로 구성되는 미국·일본 등의 원자력규제위원회와는 달리 비상근 위원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더욱이, 원안위의 지원조직에 불과한 사무국의 책임자가 ‘상근’ 위원을 맡고 있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무책임한 ‘원안위 설치법’은 핵마피아의 기득권 보호를 목적으로, 원안위를 핵발전소 확대정책을 합리화하는 후견인 역할에 한정시키고 있다. 즉, 원안위는 ▲정부의 핵발전소 추진방침을 존중(!)하는 원안위 사무국이 만든 보고서에 대해 ▲핵발전소 추진에 적극적인 인물들로 구성된 전문위원회가 기술적인 내용을 검토한 후 ▲원안위가 형식적인 거수기 역할로 추인하는 체제로 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전문위원회의 경우 후쿠시마 사고 후에도 핵발전소 및 재처리의 추진을 강변했던 인물들이 대부분으로, 마치 핵마피아 집행부를 옮겨놓은 듯한 착각마저 일으키게 한다. 심지어 어느 대학 총장은 학교업무가 적은지 전문위원을 겸직하고 있다.

핵발전소의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추진기관’인 원자력진흥위원회가 있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함께 들어가 있는 모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이 범죄조직과 같은 건물에서 동일 책임자의 지휘를 받는 꼴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지침·기준과의 정합성을 늘 강조하는 핵마피아가 추진·규제기관의 분리에 관한 IAEA의 권고를 약 20년 동안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 현재 민주주의가 정착된 국가 중에 두 기관이 분리되지 않은 나라가 있는가.

따라서 환경부 산하 또는 다른 부처의 설립을 통한 원안위의 분리야말로, 공정하고 집중적인 안전(규제) 활동을 보장하는 긴급 과제로서 최우선적으로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 등의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독자적인 예산편성권과 인사권을 통한 ‘독립성’ 확보 ▲규제담당관 교육기관(미국) 설치를 통한 ‘전문성’ 확보 ▲철저한 정보공개 및 회전문 인사의 방지를 통한 ‘투명성’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비상근이 다수인 위원회의 문제점
 

 
 여하튼, 국가 존망을 좌우할 핵발전소의 안전 문제를 겨우 7명(퇴장 2명 제외)의 표결 강행으로 결정해도 되는 것인가? 원안위가 스스로 신뢰를 잃는 행위를 되풀이하는 이상, 차라리 실태에 걸맞게 원자력‘안정’위원회로 개칭하기를 권한다.

덧붙이면 국내 핵마피아는 국내의 핵공학·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아도취 증세를 보이면서, 전문가(?)인 자기들에게 핵발전소의 안전 및 정책을 전적으로 맡길 것을 주장한다. 지난해 7월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제22회 원자력공학국제회의(ICONE-22)가 열렸는데, 국내 참가자는 중국(195명)·일본(156명) 등보다는 적지만, 체코의 인근 국가인 독일(36명)·프랑스(23명)·러시아(27명)보다 많은 54명이었다. 한국과학기술원·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전력공사를 중심으로 서울대·포항공대 등에서도 참가하였다. 그런데 ‘일본원자력학회지’(아토모스 2015년 2월호)의 60쪽에 국내 핵마피아의 자아도취와는 정반대되는 글이 실렸다.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 소속 참가자 T씨의 보고문이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한국·중국 발표자의 연구내용이 질적으로 미·일·유럽의 연구자들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심지어 일본에서 ‘30년 전’에 연구한 것을 양국의 연구자가 발표하는 경우조차 있었다.”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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