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평야. photo=호남학연구원 홈페이지.
한 가마에 4만 3000원 받고 팔아
서씨는 올해도 부지런히 쌀농사를 지었다. 4만 5600평 논에서 40kg짜리 나락(도정하지 않은 쌀) 2850가마를 수확했다. 김제 농협 미곡종합처리장에 30%를 팔고, 나머지 70%를 일반 업자에게 팔았다. 가마당 4만3000원을 받았다. 작년보다 1만원 정도 덜 받은 값이다. 서씨가 나락을 팔아 얻은 돈은 총 1억2255만원이었다.
이 돈이 모두 서씨의 손에 들어갔다면 아무 걱정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뺄셈이 시작된다. 농사를 짓기 위해 들인 생산비를 빼고 나면, 그의 주머니에 남는 금액은 얼마나 될까?
토지 임대료와 농기계 임대료 등을 빼면…
쌀농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토지 임대료다. 4만5600평 땅은 서씨 땅이 아니다. 농촌에서 ‘농자유전(農者有田)’ 원칙은 깨진 지 이미 오래. 땅주인은 따로 있다.
서씨가 땅주인에게 지불한 임대료는 무려 7524만원이다. 나락을 팔아 받은 돈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토지 임대료는 해마다 선금으로 준다. 내년에 농사지을 걸 올해 미리 주는 식이다.
작년엔 나락값이 올해보다 1만원 비쌌다. 임대료는 나락값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그런데 서씨 땅의 주인은 “쌀 직불금이 나올테니 임대료를 더 올려야겠다”고 했단다. 서씨가 올해 1필지(1200평)당 198만원씩, 38필지 총 임대료 7524만원을 선불로 지불한 것은 그래서였다.
서씨는 2일 “땅 얻어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을’이다 보니, 땅주인이 원하는 대로 값을 쳐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억2255만원-7524만원-881만원-3149만600원은=?
1억2255만원-7524만원=4731만원. 이 돈에서 다시 농기계 임대료를 빼야 한다. 농기계 한 대 값은 보통 5000만~6000만원. 비싼 건 1억원 가까이 한다. 사서 쓸 수가 없으니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쓰는 게 대부분이다. 서씨가 올해 빌려 쓴 농기계는 경운기,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지게차, 농업용 트럭 등이다. 이 비용이 총 2850만원. 이걸 제하면 서씨에게 남은 돈은 1881만원 뿐이다.
그런데 아직 빼야 할 돈이 더 남았다. 비료, 농약, 모판, 기타(새참, 기름, 농기구 등) 비용이다. 여기 들어간 돈을 모두 합치면 3149만600원. 1268만600원이 적자다. 볏값 판 돈 1억2255만원이 순식간에 1268만 적자로 변했다.
올해 정부 보전금은 가마당 2만8000원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농가 소득 보장을 위해 ‘쌀 소득 보전 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적자가 돼버린 서창배씨는 올해 수익을 보전 받을 수 있을까. 이제 덧셈이 시작된다.
정부가 정하고 있는 산지 쌀값 80kg 한가마 당 목표금액은 18만8000원. 이보다 쌀값이 떨어지면 85%를 보전해준다. 올해 산지 쌀값 추정치는 15만5000원이다. 목표가에 비해 3만3000원이 떨어진 것. 이 3만3000원의 85%인 2만8050원을 정부에서 보전해 준다.
1ha(핵타르) 당 생산되는 80kg 쌀은 약 63가마. 서씨의 경우 15.2ha(4만5600평)를 경작해서 957.6가마를 생산했다. 서씨가 받게 되는 총 직불금은 약 2686만원이 된다.
1년 소득이 1500만원에 못미쳐
직불금은 중앙정부에서만 주지 않는다. 지자체에서 주는 직불금도 있다. 서씨의 경우 전라북도에서 30만원, 김제시에서 28만원을 받는다. 정부로부터 받은 2686만원에 지자체 보조금(30만원+28만원)을 합치면 2744만원을 받게 된다. 여기서 적자를 본 1268만600원을 빼면 서씨 앞으로 떨어지는 돈은 약 1476만원이 된다. 이게 25년차 농부 서씨와 아내가 1년 내내 농사지어 번 돈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빼야 하는 것이 있다. 서씨와 아내의 인건비, 바쁠 때 일시적으로 고용했던 인부들의 인건비다. 인부 인건비는 평균 하루에 남성 10만원, 여성 5만~6만원 정도다. 1476만원에서 이를 다시 제하면 정부 보전금을 다 받아도 서씨는 빈털터리가 된다.
빚만 1억5000만원… 계속 쌓여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