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정의와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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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인문학" 이 불편한 이유

하늘기차 | 2015.08.14 13:33 | 조회 1664



 "엄마 인문학" 이 불편한 이유      -폐북에서 퍼옴-

1. 페북에 여러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기사에서 "엄마가 변해야 아이 삶도 바뀝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띈다. (http://hankookilbo.com/v/ca4ad580cb384c16892dc89e8cb428be) <엄마 인문학>이라는 제목의 책의 저자인 김경집 교수가 20-4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어느 강연에 대한 기사이다.

김 교수는 "기존 교육 시스템으로 아이를 가르치면 바보가 됩니다. 아이의 삶을 바꾸려면 엄마가 바뀌어야 해요" 라고 강연에서 강조하면서, "아이들에게 더 좋은 삶을 살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엄마들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결론내린다.

...

2. 학원보내지 말고 책을 함께 읽으라고 하면서 엄마들이 알아야 할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고 아이를 기르는 것이 "역사적 사명"임을 각인시킨다. 이 기사에 나온 이야기가 SNS에 계속 회자되는 것을 보면서, 뭔가 불편하다. 그 불편함의 정체를 간략하게 나누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적 제도의 문제를 사적이고 개인적인 결단의 문제로 전이시킨다.

즉 현재 한국사회에서 아이들의 '불행함'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엄마들' 때문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정치, 교육제도의 고질적인 문제들이라는 것을 외면한다. 한국사회처럼 무수한 종류의 '학원'들의 존재는 결국은 우리 사회 교육 시스템의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이다. 이 세계 어느 나라에 한국과 같이 이토록 다양한 '학원'들이 도시나 시골을 막론하고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이러한 기형적 사실은 외면한 채, 단지 '엄마'들에게 학원 보내지 말고 함께 책을 읽으라고 하면서 마치 이제까지의 문제점이 "엄마들이 변하지 않아서" 생긴 것인 듯, 한국사회의 지독한 문제들을 엄마들에게 책임전가 하고 있다.

둘째, 가부장제적 성분업을 '자연화'하고 재생산한다.

여기에서 '자연화 (naturalization)' 란 어떠한 사실을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인간이 태어날 때 부터 규정된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듦으로서, '왜'라는 물음표를 박탈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교육과 삶이 전적으로 '엄마'들의 몫이며 아이들을 잘 교육하는 것이 "엄마들의 역사적 사명"이라는 강조가 전하고 있는 메시지는, 사실상 전통적인 가부장제적 메시지이다. 즉 여성/엄마의 가장 주요한 존재이유는 사적 공간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며, 남성/아빠는 공적 공간에서 일하는 역할을 한다는 전통적인 성별분업을 아무런 비판적 문제제기 없이 재생산하고 있다.

아이들 양육과 교육에서의 '아빠의 부재'는 결국 '사적공간'에서의 아빠/남성들의 배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여성들의 '공적공간에서의 배제'로 인한 문제만이 아니라, 남성들의 삶도 '사적공간에서의 배제'로 인하여 그들 삶 역시 불균형과 왜곡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게 한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

3. 한국의 엄마들은 그 문제 많은 한국의 교육시스템과 사회구조에서 아이를 기르기 위해 하루 하루 전쟁과도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거기다가 이제 "아이들에게 좋은 삶을 살게 해주는 것"이 "엄마들의 역사적 사명"이라는 인문학자의 엄중한 '경고의 짐'까지 지고 살아야 한다.

한 아이의 "좋은 삶"은 한 사회의 '모든 것'이 요청된다. 가정과 같은 '사적 공간'에서의 관계들 뿐 만 아니라, 공교육제도, 직업선택, 사회적 인식과 대우, 사회보장제도등 한 '아이'가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데에 이 '모든' 것들이 요청되는 것이다. 교육은 정치적 제도와 경제적 구조들과 맞물려 있으며, 공교육에 아이들을 맡기는 부모들은 이러한 정치-경제-교육제도들의 얽히고 섥힌 문제점들을 개별적 '결단과 선택'에 의해서만 바꿀 수 없는 것이다.

4. 나는 부모의 유학생활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아이들이, 정작 자신의 '고국'에 돌아와서 가장 '불행한 삶'이라고 생각하며 하루 하루를 '고통스럽게' 지내고 있는 것을 무수히 듣고 보아왔다. 타국에서는 매일 '행복한' 삶을 살던 그 아이가, 학교가는 것을 그렇게 즐겁게 생각하던 아이가, 정작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와서 학교생활을 끔찍하도록 고통스럽게 경험하면서 견디다 못해서 자신의 엄마 아빠를 뒤로 하고 자신의 삶을 종결짓는 경우도 내 주변에서 여럿 있었다. 그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엄마 인문학> --
나는 이 책 제목을 저자가 붙인 것인지 아니면 출판사에서 붙인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이 제목이 암시하고 있는 메시지, 그리고 이 제목이 배제시키고 있는 문제들, 그리고 한국의 교육-정치가 양산해 온 지독한 문제들을, 돌연히 모두 '엄마'들에게 돌리는 그 뉴앙스에서 '상품화된 인문학'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며 착찹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강남순(미국 텍사스 기독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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