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반클라이번의 임군
평소 클래식보다 가요를 좋아하지만(찬송이나 가스펠은?)... 2022년 개최한 반클라이번 콩쿨에서
우승한(등수가 의미 없는 다른 차원의 수준을 보여준) 만 18세의 임윤찬군.
최고의 테크닉, 빠른 운동신경(손가락의 속도가...아마 예민한 신경의 소유자일 듯), 불필요한
움직임이 거의 없는(보는 이가 좀 거북하게 느낄 수 있는 얼굴 표정이나 몸짓이 거의 없으며, 보통의
연주자와 달리 건반을 치는 손가락이 건반과 매우 가까이 붙어 있음), 한 음도 슬쩍 넘어가지 않는
강력한 타건 능력과 페달링 등등. 그래서 그런지 여타 어떤 피아니스트보다 소리 자체가 깨끗하고
분명하며 매우 매력적이다(음율이 아니라 피아노 소리 자체가 좋다고 느껴진 건 거의 처음인 듯)
이런 어린애도 참여하나?라고 속으로 생각했다는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대회 심사위원장인
마린 알솝(사진)은 지휘 후 눈물을 보이고 그와 함께한 연주가 자기 음악 인생의 하이라이트였다고
말했다는데, 수십년 or 1세기에 1~2명 나올까 말까 한 피아니스트라 말하는 이들도 있다(단 현재
까지는).
유튜브 덕으로 클래식계의 벼락스타가 된 그는 대회가 끝나고 3주가 지난 현재 대회 결승전
연주(43분짜리 피아노협주곡으로 연주회가 아닌 콩쿨임에도 기념비적인 연주라는 평가를 받으며
연주 후 반클라이번 60년 역사상 가장 긴 시간 기립박수를 받음. 또 준결승의 끔찍한 난이도의
연주곡도 그 테크닉과 음악성이 경이적인 수준으로 심사위원 중 한 명은 들을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인터뷰를 하기도)의 조회수가 5백만을 향해 가고 있다(다른 참가자들의 평균 조회수는 수만회)
그런데 그가 보인 매력, 어떤 끌림에는 좀 영적인 요소도 있다는 생각이다. 등수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음악만을 생각하며 작곡가에게 바친다는 마음으로만 연주한다는 그의 연주가 엄청난
호응과 찬사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마 모든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는 요소들이
더해져 있다 할 수 있는데 이는 바로 겸손함과 순수함, 본질에만 집중하는 단순함(나, 즉 에고가
사라짐), 외적 요소에 영향받지 않고 전진하는 용기 등이다(물론 타고난 재능과 엄청난 노력이
함께 있고). 이런 요소가 소리에 담겨 있어 사람들은 말을 안해도 이를 느낄 수 있고 어떤 영향력을
전달 받는데 이는 영적인 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유 없이 자연스레 눈물이 흐른다는 이들, 자신이 삶을 제대로 살아왔는지 반성하게 된다는
이들, 겸손해진다거나 정화된다는 이들 등등. 믿기기 힘든 모습을 보여준 그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초심을 잃지 않으며 또 그가 추구하는 영역에서 진정한 진리를 발견하길
바란다.
이제 내가 하나님 앞에서(또 사람들 앞에서도) 겸손한지, 순수한지, 다른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기고 예수 그리스도에게만 집중하는지.. 그 어떤 설교보다도 말 없는 소리가 나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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