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View Article

<글쎄다107번: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고서

하늘기차 | 2016.01.28 10:34 | 조회 1265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전홍표님은 이 책에 실망했다고 하면서 선을 긋는다. 여성의 관점에서 전쟁을 보고 있는데, 전쟁은 남성적이다. 여성의 시각에서 전쟁을 바라보니, 전쟁의 본질, 속성을 탈색시키고 있다. 그러니까 전쟁의 거대담론인 인간의 욕망과 그리고 그 욕망을 부추키는 자본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허구, 그리고 국민들의 무지와 어리석음으로부터 오는 충돌, 사회적, 정치적 접근의 음모들은 밀려나고 지엽적인 작은 소리들만 들려 혹 전쟁이 왜곡되지 않을까 노파심이 난다. 전쟁에대한 본질적인 이야기가 드러나지 않아, 자칫 개인의 감정 표현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 마치 겨울철에 블라우스 하나를 걸친 것 같고, 한 여름 겨울점퍼를 입은 것 같은 전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다.

    박경장님도 벨기에 한림원이 이 작품을 노벨문학상으로 선정한 이유는 문학적인 우수성 보다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가가 전쟁을 겪은 여인들을 찿아가서 일일이 대화하고 녹취하며,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낸 그 휴매니티를 높이 산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야기를 여자중심으로 그것도 1,2명이 아니라, 전쟁에 참여한 200여명의 여자들을 직접 만나 체험담을 녹취하여 기록했다는 것 자체, 그러니까 전쟁의 다른 감추어져있는 쪽의 체험을 생생하게 드러낸 인류 문화의 유수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45년 이 후 전후세대에 큰 충격을 안긴 작품으로서 더 이상 전쟁은 안된다는 의식을 깨우쳐준 기록이다.

    르뽀 형식의 다큐라 할 수 있는 사실적 기록과 순수 논픽션의 문학과의 단순비교는 어렵다. 전쟁이라는 주제는 수 없이 많은 문학을 탄생시켰다. 우리나라에도 전쟁을 소재로한 이야기들이 전쟁의 폭력에대해, 인간 존엄성의 파괴 등을 잘 표현해 준다. 남부군과 같은 작품은 전쟁으로 발현된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잘 표현해 준다. 그러니 르뽀 형식의 이 작품은 자료와 사료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이상권님-이 책 속엔 100가지 문학의 소재를 담고있는 풍선한 이야기 창고이다)그러나 문학으로 기억될 작품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문학이 등장인물(문제적 개인, 주인공)의 성격과 관계와 그리고 많은 매개체를 통해 전쟁의 리얼리티를 드러내 주는데 비하여 다큐나 르뽀는 Fact와 Fact를 경험한 자의 체험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이 책은 그동안 문학에서 도외시했던 여인들의 작고 사소한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전해주며 독특한 울림을 준다. 처절한 이야기들이 절절하다.‘전쟁이 후 빨강은 집에 없다’. ‘정육점에 갈 수 없다’, ‘전쟁에 관련된 장난감을 아이들에게 줄 수 없다’, ‘독일의 음악가들, 문학들을 그렇게 좋아하였는데, , , ’하며 또 ‘어떻게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생리가 없어졌어’하며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전쟁이후의 달라진 모습을 이야기하며 그 내적 고통을 어떻게 극복해 가는지를 잔잔하게 이야기해 주고 있다. 전쟁은 여전히 생활 속에 살아있으며, 일상이라는 말이 실제이다.

    처음에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전쟁에 참여하는 16, 17세, 아니 그 보다 더 어린 여자아이들이 나라와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당시 소비에트의 정치위원회에 직접 찿아가서 전선으로 총을 들고 싸우러 나가겠다고 하고, 위원회는 너무 어리고, 여자라서 보낼 수 없다고 하는데도 기여히 전장터로 나가 비행사로, 탱크병으로, 빨래병으로, 취사병으로 나아가며, 특히 간호사로 복무하며 목숨을 걸고 부상병자들을 총알이 빗발치는 장소에서 자기 보다 무거운 환자들을 총이 귀한 때라, 부상당한 병사가 소유하던 총 까지 들러 매고 아군의 진지로 끌고 와 치료해 주는 그 신념이 어디서 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6.25를 겪은 어른 세대들에게 듣기로는 모두 어이없이 원치 않는 전쟁에 끌려 갔지, 신념을 가지고 전쟁에 참여하였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였다. 알고 보니 소련은 어찌되었든 승리 국가이고, 또 스탈린의 공산파시즘 교육에 쇄뇌된 사람들의 모습에 일말 놀래며, 전체주의가 얼마나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을 전혀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지를 알게 해 준다.

    작년 SNS에 올라온 어느 대형 교회의 성탄축하 찬양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 전교인이 거대한 체육관같은 예배당에서 성탄감사축하찬양을 하는데, 남자는 검은 양복에 나비넥타이, 여성은 위아래 하얀색으로 차려입고, 거의 차려 자세로, 실내 관현악에 맞추어 약간의 미소를 띄우며 찬양을 하는데, 이건 하나님 이름 만 바꾸면 그대로 “하일 히틀러!”이다. 독일교회가 그렇게 히틀러에게 넘어가, 히틀러를 구세주로 찬양하지 않았던가? 지금 세계적으로도, 특히 우리나라에 파시즘의 냄새가 나는 것이 두렵다(지금 이 글을 쓰는 아침 신문에 황교연 총리가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의 공직가치 조항에 인사혁신처의 원안과 달리 민주성·다양성·공익성 등을 삭제하고 애국심 등만 넣으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 27일 확인됐다는 뉴스보도가 나왔다. 이미 파시즘의 냄새가 이 나라에 퍼지기 시작한지 오래다. 그는 신학을 공부한 독실한 기독인이다) 장기집권의 시나리오가 작동하고 있는 것 같은데, 뿐만아니라 사드배치, 탄저균 실험, 강정의 해군기지, 그리고 북한의 핵실험, 그리고 일본이 헌법을 고쳐 군대를 파견할 수 있게 되었고, 미국과 중국이 서로 세력 경쟁을 하는 와중에 서로의 힘겨루기를 어디서 할까? 일본? 중국? 미국? 자신들의 본토에서는 힘겨루기를 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고, 결국 또 약자인 한반도가 아닌가? 남북 정권의 파쇼와 이국의 세력다툼이 구체화됨에 따라 예수님이 예루살렘을 보며 독수리가 날아든다고 한 말이 자꾸 뇌리를 스친다. 예수님 당시에는 로마였지만, 지금은 미국이 독수리 휘장을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얼마전 미국의 핵폭격기 B52가 한반도로 날아온 것은 평화에 관심없는 한반도의 우매한 백성들에게 날아오는 독수리가 아닌가 싶다. 기가 막힌 것은 지난 24일 시청에서 기독교 꼴통보수 세력이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회를 한다고 하며, 여전히 미국기를 휘날리며 남한도 핵폭탄을 준비해야한다는 막말을 교계의 지도자 같지 않은 지도자가 하고 있는 것을 들었다. 통탄할 노릇이다. 백성이 깨어있지 않으면 명분없는 전쟁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

    전쟁터에 이방인 같은 여자들이 등장한다. 남자들은 ‘고지를 향하여 돌격 앞으로!’하는데, 여자들은 전쟁 중에 자기가 사랑하는 대위가 죽을까, 다른 전쟁터로 배치될까 걱정한다. 사랑이 피어난다. 여자들은 대지와 같다. 폐허가 된 땅에서 결혼을 떠올린다. 아마도 여자들만 산다면 전쟁은 없을 것이다. 전쟁 속에서도 여자들은 삶을 산다. 그러나 남자들은 땅뺏기를 죽어라 한다.

    러시아 여인이 전쟁에 참여한 생생한 체험이야기인데, 이것은 전쟁에 승리한 국가의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위의 글로벌한 체제 속에서 미국자본주의국가로부터 악마라고 공격을 받은 이란의 여전사들도 있을텐데, 그 여인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체험과 관점을 줄 것이다. 특히 PLO, 아프카니스탄등의 전쟁과 관련된 작품들은 또 다른 관점과 세계를 열어줄 것이다.

    나는 군에 있을 때 전차부대에서 근무하였는데, 책에도 나와 있듯이 2차대전 초기 러사아는 독일의 전차부대 와 업그래이드 된 독일군의 무기에 속수 무책으로 당하였고, 독일은 파죽지세로 글라디보스톡, 그리고 모스크바 코 앞에 까지 밀고 들어온다. 그러나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면서, 무수한 병기와 군수물자를 지원하면서 전선이 회복이 되는데, 그 때 여성들이 투입되며, 적지않은 역할을 한 것 같다.

    박한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을 통해 들은 이야기입니다. 보도연맹사건은 전쟁발발당시 수십만의 무고한 시민들을 집단살해한 사건입니다. 그 중에 최근 알려진 것은 폐쇄된 경산코발트광산의 우물에 150m 깊이에 그대로 수장시켜버린 유골들이 발굴되었는데, 유가족들이 이제서야 이러한 참상들에대해 그 진상과 명예회복을 위해 조심스럽게 증언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쟁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할 인간의 가장 큰 악입니다. 근데 여전히 전쟁은 끊이지 않습니다. 전쟁을 독려하는 주체는 누구인가요? 왜 전쟁은 끊임없이 인류의 생명과 평화를 위협하며, 지금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나요?

    박경장님은 전쟁과 관련한 문학작품을 둘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하나는 월남작가 바오 닌전쟁의 슬픔이고 또 하나는 죠지오웰 ‘카탈로니아’(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입니다. 기회있을 때 읽기로 했습니다.

      죠지오웰과 관련해서는 자료를 찿다가 보게된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인 김동원님의 전쟁을 이야기하는 두 가지 방식 제목하의 글을 올려봅니다.(2010년12월25일, 토)

나는 정치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 기자가 있었다. 1936년 취재차 갔던 스페인에서 그는 펜과 수첩 대신 낡은 소총과 허름한 군복을 입고 의용대에 입대한다. 단지 파시즘에 대항하는 전쟁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의 나라 전쟁에 참여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스페인에 처음 왔을 때, 그리고 그 얼마 동안도, 정치적 상황에는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알지도 못했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만 알았지, 어떤 종류의 전쟁인지도 몰랐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내전이 종식될 무렵 그는 모든 자유주의자들과 혁명세력들이 막아내려 했던 프랑코의 파시즘보다 더 무서운 적이 바로 곁에 있었음을 깨달았다. 전선의 참호에서 함께 싸웠던 동지들이, 자신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을 프랑코의 사주를 받아 전쟁을 패배로 이끈 “트로츠키주의자”로 몰아 즉결 처형에 부쳤던 것이다.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여 영국으로 탈출한 그는 공산당 계열의 거의 모든 신문들이 스페인에서보다 더 무서운 숙청의 펜을 휘두르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울분과 억울함에서, 아니 그보다는 자신이 처음으로 맡았던, 짧지만 강렬했던 바르셀로나 혁명의 내음을 잊지 않기 위해 그는 한 편의 르포를 써내려갔다. 그 르포의 제목은 <까딸루니아 찬가 Homage to Catalonia>, 그 기자는 바로 조지 오웰(George Orwell)이었다.오웰은 이 전쟁 이후 “내가 어디에 서 있는가를 알게 되었다”고 회고하며 그 이후에 쓰여진 모든 글의 한 줄 한 줄이 "정치적"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기자로서 그에게 전쟁은 취재해야 할 사실들(fact)의 연속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그에게 전쟁은 끊임없는 반성과 번민, 그리고 분노를 통해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된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 고통을 거쳐 훗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적 목적이란 세계를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욕망, 성취하고자 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여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보려는 욕망이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책도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견해 자체도 하나의 정치적 태도이다.”

 

             

               전쟁은 왜 일어날까요? 왜 인류에게 전쟁은 끊이지 않을까요?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133개(1/7페이지)
문화산책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책과 영화 하늘기차 5687 2005.09.02 16:36
공지 채식주의자를 읽고(66번째 글쎄다... 그냥 꿈이야) 첨부파일 하늘기차 5362 2012.04.10 16:45
131 '엘레나는 알고 있다'를 읽고(182번째 글쎄다)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43 2024.02.02 09:50
130 '빛 속으로'를 읽다.(166번째 글쎄다) 사진 가는 길 343 2023.01.04 20:57
129 '최선의 삶'을 읽다.(165번째 글쎄다) 사진 첨부파일 eventhere 349 2022.07.23 21:43
128 반클라이번의 임군 사진 첨부파일 하늘바람 282 2022.07.09 12:06
127 답글 RE:반클라이번의 임군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294 2022.07.28 06:33
126 8번째 글쓰기 작품들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256 2022.05.02 18:01
125 사랑일기(김광석, 박학기, 하덕규)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292 2022.04.27 07:42
124 장 그르니에 '섬'을 읽다. (163번째 글쎄다) 사진 첨부파일 가는 길 579 2022.04.26 23:59
123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162번째 글쎄다)를 읽고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411 2022.03.13 14:14
122 모바일 가을 사진 첨부파일 [1] 지선 310 2021.10.28 11:19
121 풍경 사진 첨부파일 [1+1] 하늘기차 470 2021.03.24 13:06
120 거리에 핀 시 한송이 글 한 포기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637 2020.11.20 19:20
119 올챙이 연못 첨부파일 sinawy20 642 2020.05.19 12:52
118 순교자(김은국, 문학동네) 글세다, 2019년 11월 11일 사진 첨부파일 곽문환 434 2019.12.23 09:14
117 작가 한강의 뉴욕타임스 기고문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708 2017.10.11 12:09
116 文學은 1대1로 대결하는 예술… 떼거리로 하는 게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990 2017.08.19 13:30
115 택시운전사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1117 2017.08.18 13:19
114 부끄러움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812 2017.02.11 14:55
113 대형서점엔 없고 독립서점에 있는 것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1686 2016.09.04 07:08
112 여름 제사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832 2016.08.28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