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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 싸이클 다이어리

하늘기차 | 2005.05.11 12:34 | 조회 1198

모터 싸이클 다이어리

지금 영화를 어제 보다가 졸려서 못 다본 체게바라의 라틴 아메리카 여행기를마저 보고 잔잔한 감흥에 글을 올린다.

30살되는 형과 23살의 체가 그 고물 오토바이를 타고 라틴대륙을 거슬러 올라간다.
거스러 올라가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물론 힘이들지만 모든 에너지를 모아여행길에 쏟는 열정이 좋다.

체는 이 여행을 통해 진실된 라틴의 현재를 본다.
광산에서 일용 광부를 땡볕 아래 앉혀 놓고 뽑는 광산 직원을 향해“물이라도 주고 뽑아!”라고하며 대들고,너를 사유지침입죄로 체포하겠다는 직원의 트럭을 향해 돌 팔매질을 한다.이 모습이 바로 체의 모습아닌가?광산에서 만난 집 없이 떠도는 한 젊은 부부에게 애인에게 선물해 주려고 숨겨 놓았던 돈을 다 주어버린다.

다 주어버리는 체의 모습 속에 작은 예수의 모습을 본다.여행의 도착지인 페루의 나환자 촌에서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위해 봉사하는데,친목을 위한 축구경기가 끝나고.점심식사 시간에 식사를 하는데,다른 사람은 모두 식사를 주는데,자신과 동행인 형에게만 식사를 주지않는다.이유를 물으니,원장수녀님의 방침이란다.이에대한 체의 한 마디“비기독교적이지않나요?”한다.수녀의 말“여기는 원칙만 있고,예왼 없다”고 한다.이 왠 율법의 틀이며,바리세적인가?점심을 굶고 그늘에 쉬고 있는 체에게 진료를 받은 환자들 서넛이 먹을 거리를 가지고 온다.

이 영화는 영웅을 묘사한 영화가 결코 아니다.그런데도 마치 물위에 떨어진 나뭇잎의
파장처럼 나의 마음을 건드린다.라틴의 힘든 하층민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교차된다.광산에 일자리를 얻으려 찿아온 젊은 부부는 지금 apt개발로 쫓겨나는 우리 서민의 모습과 다를게 무언가?!아니!지금 당장 우리 마을에 도로건설로인하여 동네를 떠나야할 우리 마을 식구들이 떠오른다.

치기어린 출발이지만(나도 그 나이 때 얼마나 많은 객기를 부렸던가,나의 23살을 떠오르게 하는)체는 이 여행을 통해 삶의 전기를 마련한다.음악과 투박한 풍경 모두가 다 좋다.군더더기 없이 잔잔하게 두 청년의 무전여행을 담백하게 묘사하는 그 진행이 좋다.그 속에서 체의 변화의 동기가 충분히 설명된다.

나환자촌을 떠나기 전 함께했던 사람들로부터 생일선물로 받은 뗏목을 보기위해 강을 건넌다.사람들이 모두 미쳤다고 한다.한 번도 이 강을 건넌사람이 없다고 한다.꽤 먼거리인데,가운데로 가면 물 살도 더 쎌텐데,천식이라.수영은 호흡인데,어떻게 하겠단 말인가.죽기로 건너겠다는 것인가?체는 여기서 앞으로의 인생을 시험하는 것인가?젊은 부부와 만나고,후에 형과 대화 속에‘라틴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라는 짧은 대사가 나오는데(정말 이런 정치적 대화는 극히 절제되어 언급되는데,그것이 너무 매력적이다)그 때 체는 총 없이 어떻게 혁명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장면이 생각난다.체는 이 강건너기를 통해 자신의 삶이 어떠해야할지,즉 라틴해방,라틴연대를 위한 강 건너기를 이 곳에서 시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갑자기 대학 MT때 강촌에서 그 새벽에 술에 온 통 취하여 후배 둘과 함께 노 없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널 수 있다,없다 싱갱이를 벌이다.노 없이 조각배에 올라 판자떼기로 배를 저어가다 다시 돌아온 생각이 왜 날까?)

하나 궁금한 것은 도대체 이 영화를 누가 만들었을까?하는 것인데,헐리우드는 분명아닐테고,이 곳,저 곳 살펴보니 ‘아하!’다.그 중앙역이라는 영화,그 영화 감독이란다.지금처럼 교회 홈피가 있었으면 한 마디 적었을 것이다.참 멋 진 감독이다.나도 영화감독 했으면 이런 영화 만들고 싶다.

하여간 긴 여행을 마치고 영화가 끝날 때 이 영화가 말하려는 대사가 나온다.체의 독백을 통해...

“이 건 영웅적 인물들의 얘기가 아니다.이 건 공통된 뜻과 열망으로
한 동안 나란히 나아갔던 두 사람에 관한 얘기이다.우리의 시각이
너무 좁고,편향됐던건 아닐까?그래서 경솔하게 판단한 건 아닌지?
그럴지도...“

“이 대륙여행은 생각 이상으로 날 변화시켰다.
난 더 이상 내가 아니다.과거의 나와 같은 난 없다.”

이 건 정말 영웅의 이야기가 아닌 것은 이 독백을 한 후에 형이 짧게“야!내 생일은 사실 4월이 아니라 8월이야,여행동기를 만들려고 그랬어,너두 알고 있었지?하며 웃는 장면은 다시 우리 이야기로 돌아가게 한다.감독은 철저하게 우리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하고,나도 그 것이 좋다.

그러나 체가 작은 쌍발 프로펠라가 달린 작은 비행기에 올라타고,짧은 작별인사를 하는 순간 비행기의 문이 쿵 닫히며,체의 얼굴이 사라진다.젊은 두 청년의 이야기이지만 비행기 문이 쿵 하며 닫히는 순간 두 청년의 여행이야기는 그 순간 사라진다.

아무리 두 젊은이의 이야기지만 비행기 문을 매몰차게 닫아버리는 그 감독의 뜻은 아무리 일반 청년의 평범한 삶이라 할 지라도 처해있는 라틴아메리카의 상황을 비껴 갈 수 없음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체의 독백대로 비행기의 문이 닫히는 순간 객기어린 대륙여행을 떠났던 두 청년의 이전 삶과 비행기에 몸을 실은 체와는 이제 이별인것이다.이것이 라틴아메리카이고,이 것이 작가의 마음인 것 같다.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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