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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갈매기 식당)을 보고

하늘기차 | 2008.06.17 11:53 | 조회 1894


카모메 식당(갈매기 식당)을 보고

그냥 식당에서의 일들을 편하게 보여주는, 그러나 역시 긴장감이 있는(이것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퍼진다.
그래서 이 영화는 퍼진 느낌, 지루한 느낌이 없다. 그 긴장감이 드러나지 않은체 순연하다. 그것이 생명이 있는 것의
특징이다. 생명이 없는 것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갈매기 식당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다. 북유럽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에 자리잡은 주먹밥을 주 메뉴로 하는 일본식당이다. 그런데 영상이 처음부터 끝까지 물 흐르는 듯 하다.
그렇다 실제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사치에는 식당일이 끝나면 지역의 실내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한다. 그런데
그렇게 물살을 가르며 수영을 하는 모습이 평안하다. 물은 우리에게 평안하다. 수영은 이 영화의 하나의 상징이다.
그리고 사치에는 저녁에 합기도 기본 동작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한다. 나름대로 정신수양인 것 같다. 사치에의
여유는 바로 이 수영과 잠들기 전의 합기도 기본동작에서 오는 것인가? 그럼 나도 오늘부터 강령 16개 동작을 한 번
시작해 볼거나^^ ㅋ, ㅋ

일본에서 핀란드로 찿아온 두 여인은 모두 핀란드에대한 정보를 일본에서 얻어 찿아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두 사람 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다. 그런데 거의 무작정(이 말이 맞다. 막연히 동경하여) 핀란드에 찿아온 것이다.
영화에서 핀란드는 이상의 공간이다. 인생을 살다가 받은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상향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핀란드 여인이 술에 만취가 되어 갈메기 식당에 찿아온다. 이 여인을 극진히 치료해주며 내린 결론은
핀란드에서도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삶의 공간에 핀란드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갈매기 식당은 있다.

주인 사치에는 일본에서 무작정 찿아온 두 일본 사람을 자기 식당에 임시로 고용한다. 그런데 첫 번째
일본 여자인 미도리는 ‘독수리 5형제’라는 만화 영화의 가사를 사치에에게 가르쳐 주면서 가까워졌다.
노래의 첫 가사는 ‘누굴까? 누굴까? 누굴까?’인데 그 다음 대사가 도저히 생각이 안난다. 그런데 미도리가
그 가사를 정확히 복원해 준다. 누굴까? 누가 이 지구를 지켜줄까? 사치에는 ‘누굴까?’라는 가사를 읊조리다가
‘누구지?’하며 고개를 갸우뚱 한다.
‘그래 내 인생, 내 삶을 지켜줄 사람은 누구지?’

모두 이 질문에 답을 못한다. 그런데 갈매기 식당은 그 모두가 그 모두를 품어주고 아껴준다. 갈매기 식당에
처음 찿아온 핀란드 총각은 갈매기 식당의 첫 손님이라는 것 때문에 평생 갈매기 식당에서 커피를 공짜로 먹는
특혜를 입는다. 문제는 이 친구는 올 때 마다 커피만을 시킨다는 것이다. 그래도 주인 사치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친구가 술중독에 걸린 그 뚱뚱한 여인이 식당에서 필란드 쇠주 3잔을 먹고 뻗었을 때, 등에 들처메고
집에 까지 간 1등 공신이 되었다. 남편이 더 이상 함께 하지 않겠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우울증에 술로
하루 하루를 보내던 여인이 갈매기 식당을 찾은 것이다. 이 여인도 갈매기 멤버가 된다.

결국 우리 모두는 나그네이다. 그런데 갈매기 식당은 나그네들이 잠시 쉬었다가는 간이 역과 같은 곳이다.
그 갈매기는 누가 오든지 다 품는다. 갈매기 식당의 이전 경영자가 갈매기 식당에 몰래 와서 두고간 커피
분쇄기를 다시 훔쳐 가려다 들켰을 때에도 사치에는 기꺼이 커피분쇄기를 원주인에게 돌려준다. 사치에는
자기에게 있는 것을 나누어 준다. 나에게 있는 것 중에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었일까? 나누는 마음이 아닐까?
마음을 나누려면 넉넉해야 한다. 그 넉넉한 마음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누굴까? 누굴까? 누굴까?’, ‘누구지?’

안경쓴 2번째 일본여인 마사코는 핀란드에 도착하여 공항에서 자기 짐을 분실하였다. 오랬동안 찾지를 못했는데,
그 때 잃어버린 물건을 생각하며 중얼거리는 그 대사가 일품이다. 기억이 어렴풋한데

‘나에게 귀중한 것이 있기나 한 것인가?’

그래 맞어 나에게 정말 귀중한 것이 무얼까? 그동안 우리는 없어도 되는 것에 목메고 살지는 않았나? 핀란드에
와서 보니 사람들이 여유롭고, 단순하고, 급하지 않다.그래서 갈매기의 멤버들이 이야기 하는 중에 그 여유가
어디서 오지? 하고 묻는데, 이 때 독수리 오형제 중의 하나인 핀란드 공짜 청년이 ‘핀란드에는 숲이 있어요’ 한다.
숲이 핀란드 사람들을 여유있게 한다고 말 한다

이 때 마사코가 정신을 퍼뜩 깨며 숲으로 가야 한다면서 숲으로 떠난다. 깊은 핀란드의 숲에서 마사코는
버섯을 하나 가득 딴다. 그런데 잃어버리기를 잘 하는 마사코는 그 버섯도 또 잃어버린다. 그러고 얼마 있다가
공항에서 짐을 찾았다는 연락이 온다. 그래서 짐을 찾아 숙소로 가서 빽을 여는데 그 빽 속에는 황금색이
감도는 주황 빛의 버섯이 하나 가득이다. 아! 그래 맞아!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그 일본에서부터 잔득 가지고
와서 정말 귀중하지 않은 것을 찾아야 할 것이 아니라, 주황 빛의 그 하나 가득한 버섯으로 상징데는 숲이
주는 삶의 여유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마지막 장면이 눈에 선하다. 사치에가 인사하는 장면. 퍼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못내 감정을 다 드러내지
못하지도 않은 사치에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인사로 막을 내린다. 우리도 우리의 모습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드러낼 수 있는 공간과 멤버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어느 썬그라스 낀 아저씨가 고양이를 안고 부두가에 몇 번 나타나고, 글구 그 고양이를 마사코에게
왜 주었을까? 아직도 궁굼?%$#$#@!

이 영화를 만든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안경>이라는 영화도 짱이래요, 또 봅시다. ㅋ,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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