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View Article

글쎄다 15번째 적바림

하늘기차 | 2007.11.21 09:08 | 조회 1350
하늘기차는 심부름만 했습니다.

글쎄다 열다섯번째...2007. 10. 5 금요일 늦은 7:00~10:00


* 함께 하신 분들: 안홍택목사님, 박경장님, 문병준님, 송금희님, 채현숙...다섯 분.(박영주님이 나중에 오셨어요)


* 『카라마조프의 형제』도스토예프스키/범우사
...양도 많고 이야기거리도 너무 많아 이 작품을 한번에 한다면 작가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에 이번 모임에서는 1권 5편 5장 <대심문관>만 읽고 하자고...박경장님이 제안, 진행해주셨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 ‘대심문관(The Grand Inquisitor)'은 15세기 스페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한 종교재판관입니다. 신정일치시대 ’마녀재판‘이라 일컫는 이단자 처벌을 맡았던 사람이지요.

- 광야에서 예수님이 받은 세 가지 시험이 생각났습니다. 사탄이 예수에게 돌을 떡(빵)이 되게 하라 하니, 오직 ‘말씀’으로 산다고 하셨지요. 두 번째,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고 요구하자,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고 하셨구요. 기적을 바라지 말라는 것이죠. 세 번째, 산꼭대기에서 나(사탄)에게 절을 하고 나를 인정하면 세상(권력)을 준다고 했지만 그러지 않지요. 빵은 곧 자유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심문관도 예수에게 완벽하게 세상이 잘 가고 있는데 왜 왔느냐고 묻습니다. 사회주의로 가는 과정에 있는 러시아의 모습이 보입니다. 작가의 고민도 보이구요.

- 대심문관은 독백처럼 얘기합니다. “너(예수)는 천상의 빵인 ‘자유’를 선택했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 빵 대신 자유를 구가할 사람은 없다. 나약한 많은 인간들을 위해 우리(대심문관 같은 성직자들)가 신(예수)의 이름으로 그들을 구원하고 있다. 이것도 속임수지만...”

- 저는 <매트릭스>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몇 명 안되는 ‘그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그랬지요.

- 대심문관은 최선을 다합니다. 그는 인간이 가진 최고(best)로 베풀지요. 신은 필요치 않고 신의 이름만 빌려서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참 신의 뜻은 무엇일까요? 여기서 이반의 합리주의, 즉 무신론주의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논리도 그럴 듯 하지요. '죄‘의 문제도 거론됩니다. 예수 강림의 원 뜻은 하나님 앞에 죄인으로 서는 것인데, 한국 교회도 행복한 가족과 가정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즉 삶의 주변문제 해결이 교회의 역할인 듯 행동하고 있습니다. 큰 문제지요.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윤리적인 죄인이라기 보다 연약하고 벌거벗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하나님 앞에 서야함을 말하지요. 대심문관은 사람들이 원하는 역할을 다해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교회같지요. 본질적인 문제는 가리고 비본질적인 문제에 오히려 집착토록 만듭니다. 교회나 정치가, 재벌도 마찬가지죠. 당대의 대심문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신앙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것이지요. 도스토예프스키는 종교성과 근원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윤리적 문제를 뛰어넘어서지요. 윤리적 문제는 사람들이 많이 집착하지요. 하지만, 그는 신앙면에서 예수와 성서의 메시지를 생각합니다.

- 이반의 말들이 20대에 읽었을 때와 많이 다른 느낌입니다. 40대에 읽으니 화려하지만 공허하더군요. 이반은 대심문관을 통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지만 대심문관과 동일인물은 아니지요.

- 이반은 삶에 대한 진지함이 있는 사람입니다. 종교의 본질에, 예수의 ‘자유’ 본질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아닐까요. 대심문관과 이반을 비교해보면 재밌습니다. 대심문관은 고백을 통해 ‘우리의 비밀’을 폭로합니다. ‘우린 당신을 믿지 않는다’고. 아주 아이러니컬하죠. 우리에게 예수의 자유는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반은 끊임없이 고백하고 고민하고 무신론을 회의합니다. 대심문관을 끊임없이 회의하게 하지요.

- 독재자와 권력자들이 대형 교회 지도자들이 바로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면서 자신이 곧 하나님 행세를 하는 겁니다. 마치 대심문관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것 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행태를 같이 만들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성경과 하나님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 니체는 살면서 고민하다 간 사람이죠. 프로메테우스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준 사람이구요, 대심문관처럼. 예수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고 십자가에 달렸습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이 원하는 것을 주며 영웅적인 죽음을 맞이합니다. 예수냐? 프로메테우스냐?입니다.

- 예수의 신비는 ‘자유’인데, 자유의 실체는 뭘까요?

- 대심문관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입니다. 완벽하죠. 예수는 어떻게 보면 합리적이지 않습니다.합리성을 뛰어 넘지요. 그런데 요한복음은 논리적이죠. 그런데 끊임없이 ‘아버지’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내가 온 것은 아버지의 뜻이다. 이는 ‘아버지와 하나되는 것’을 의미하고, 아버지의 뜻과 자기 뜻이 합일을 이룬 완연일치입니다. 이것이 ‘자유’지요. 하나님 아버지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꾸 뭔가 하려 하고 명분을 내세우려고 합니다. 예수는 그렇지 않지요.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통해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이 마음이 바로 인간관계 속에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사람은 본질적으로 가난하고 궁핍합니다. 자유할 수 없지요. 약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대심문관은 빵을 주려 하고, 예수는 내적 감흥을 주려 합니다. 본질적으로 돼야 한다는 거죠. 이건 솔직해야 가능합니다. 예수의 사랑이 뭡니까? 바로 십자가에서 보여준 사랑입니다. 자기 생명을 내놓는 것이죠. 생명을 줄 수 없을 때 빵이나 돈을 주는 겁니다. 대심문관은 사람들이 자유로울수 없다고 하는데, 이는 사탄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자기의 본질, 즉 연약함을 솔직히 인정하면 자유롭습니다. 자유는 무한정 자유는 아니죠. 성경의 자유는 윤리와 논리를 넘어서는 아버지 하나님과의 일체 안에서의 내적 자유입니다.

- 부록에 보면 베르자예프가 대심문관에 대해 쓴 대목이 있는데 참 재밌습니다.(읽어주심)

- ‘자유’는 가치 개념은 아닌 듯 합니다. 가치는 차등이 있으니까요. 믿음으로 가능하지 싶은데, 내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인정받는 것이죠. 그 안에 평화와 자유가 있다고 봅니다. 교회가 자꾸 무언가 하려고 하고, 가르치려 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만났을 때에도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기적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공생애 시작하기전 사탄의 유혹하는 모습과 똑 같습니다. ‘공과’가 하나님 앞에서 무슨 소용 있습니까? 오직 은혜이지요! 우린 그걸 자꾸 잊어버립니다. 이것도 태생적인 것 같습니다. 자유롭지 못한 것이죠. 기독교 문제는 ‘자유’에 대한 고민인 듯 합니다.

- 사람은 태생적으로 약하다는게 맞습니다. 우리 육체는 먹어야 하고 욕구가 있지요. 안 먹으면 죽으니까요. 그래서 불멸을 꿈꾸며 ‘신’과 기적을 만든 존재를 섬기려 할 듯 합니다. 이런 육체를 가진 ‘나’가 국가적 개념까지 강한 자유를 우리가 유지할 수 있을까요? 베르자예프는 말합니다. “종교는 결국 인간...(잘 못 들어서...^^) 인간의 영혼의 깊이는 아주 깊지요. 예수님이 주신 자유의 신비가 바로 이것입니다.

- 예수님 말씀 가운데,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할지니 다시는 종의 멍에를 매지 말라. 사랑의 수고로 나눔을 가져라.”

- 체제안에서 본연으로 돌아가려는게 어렵지만, 본연으로 돌아가려고 추구하는 목적지가 바로 ‘자유’가 아닐까요. 가톨릭의 ‘예식’에도 의미가 있을 거라 봅니다. 아직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 우리가 가진 것은 없습니다. 가지지 않은 게 옳지요.

- 지상의 빵을 누가 포기하겠습니까? 예수가 모범으로 보여줬지요. 그런데 예수님은 구원하기 위해 오셨는데, 구원받은 사람은 없나요?

- 성경 <창세기>를 보면 ‘벌거벗은 이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인정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반의 모습이 고민하고 자유하는 모습인데 이도 보기에 좋을 듯 합니다ㅣ.

- ‘자유’는 개개인이 느끼는 것 아닐까요?

- 개인으로 갈 수 없지요. 성경은 예언서를 통해 계속 역사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시대성’을 모른채 지나갈 수는 없습니다.

- 이성적 사고의 한계가 느껴집니다. 저는 그냥 작은 일을 하면서 느끼는 기쁨, 이런 것이 ‘자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이반과 알료사가 헤어지며 말하는 대목을 보고 베르자예프가 말했습니다. ‘반항하는 이반의 모습에서 그리스도의 참 자유를 느낄 수 있다’고. 우리는 알료사가 아니가 바로 이반의 모습이지요.

- 욥은 당대 의인이었습니다. 하나님도 인정하는 의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하나님과 대면하면서 그의 의로움 그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게 됩니다. 욥의 고뇌하는 모습이 이반의 모습과 같지요.

-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의 범죄를 통해 근원적인 문제를 이끌어내는 듯 합니다.

- 키스하는 대목도 인상적입니다. 대심문관이 예수에게, 알료사가 이반에게, 조시마 장로도 하지요. 대심문관이 계속 고백하는 동안 예수는 아무 말도 않습니다. 마지막에 키스를 받고 나서도. 그리스도의 진리(자유)는 silence로 영원한 침묵으로 신비롭게 처리한 것이죠. 인간 영혼의 깊이까지 내려 간 형제들의 심리묘사가 정말 뛰어납니다. 이것이 ‘러시아’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양의 합리주의와 개인주의와는 동떨어진 듯 하죠. 서구에는 ‘민중’ 개념이 없으니까요.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에 있으면서 샤먼적이죠.


* 다음 모임: 2007. 11. 16. 금요일 늦은 7시

* 읽을 책: 『그리스비극』현암사

소포클레스편에서 <외디푸스왕>, <안티고네>,
에스킬루스편에서 <오레스테스> 3부작,
에우리피데스편에서 <엘렉트라> 부분만 읽고 합니다.

서구 드라마의 기원이 되고 있는 그리스의 3대 비극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현대 비극으로 넘어가 세잌스피어를 읽을 예정입니다. 지금 세종문화회관에서 하고 있는 공연도 보시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송금희님이 손수 구워오신 유기농생크림케익을 맛있게 나눠 먹었습니다.^^)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133개(5/7페이지)
문화산책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책과 영화 하늘기차 5780 2005.09.02 16:36
공지 채식주의자를 읽고(66번째 글쎄다... 그냥 꿈이야) 첨부파일 하늘기차 5539 2012.04.10 16:45
51 [책] I do, I do, I do, I do, I do. 강기숙 2039 2008.08.09 22:23
50 [책] 고정희에 의한 고정희를 위한 變奏 박경장 1212 2008.08.01 18:03
49 [책]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3] 한동우 1322 2008.07.29 17:03
48 [책] 천개의 찬란한 태양 장혜정 1210 2008.06.24 10:39
47 [책] 그리스인 조르바 - 산투리와 춤과 여자 [6] 한동우 2246 2008.06.23 19:47
46 [영화] 카모메 식당(갈매기 식당)을 보고 사진 첨부파일 [4] 하늘기차 1894 2008.06.17 11:53
45 [책] <관리의 죽음> 우연이라는 인생 희비극 [8] 박경장 1583 2008.05.26 12:19
44 [책] 이 풍성한 오독(誤讀)의 즐거움 [2] 한동우 1468 2008.05.16 15:28
43 [책] 글쎄다 스무번째, 파우스트 [8] 강기숙 1179 2008.04.07 18:29
42 [책] 상실의 시대 적바림 (이호정) [4] 나리꽃 1266 2008.03.18 23:25
41 [책] 글쎄다_18_적바림 [2] 채현숙 1011 2008.02.14 12:29
40 [책] 글쎄다_열일곱번째 적바림 [1] 채현숙 1427 2008.01.07 18:45
39 [책] 글쎄다 열여섯번째_적바림 [212] 채현숙 1549 2007.11.26 10:26
>> [영화] 글쎄다 15번째 적바림 [3] 하늘기차 1351 2007.11.21 09:08
37 [영화] 글쎄다 14 번째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1117 2007.09.11 08:48
36 [책] 열세번째 글쎄다 _ 이제 스스로 걸을 수 있다? [1] 한동우 1131 2007.08.06 14:47
35 [책] 글쎄다_12_사진_04 사진 첨부파일 [1] 채현숙 1014 2007.07.21 01:50
34 [책] 글쎄다_12_사진_03 사진 첨부파일 [1] 채현숙 1149 2007.07.21 00:48
33 [책] 글쎄다_12_사진_02 사진 첨부파일 [1] 채현숙 1256 2007.07.21 00:12
32 [책] 글쎄다_12_사진_01 사진 첨부파일 [50] 채현숙 1130 2007.07.20 0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