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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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대의 금서를 갈망하면서

마법사 | 2008.10.24 14:09 | 조회 1234
오늘도 비가 부슬부슬 내립니다. 국화는 서리 한번 맞아보지 못하고 시들었네요. 아침에 오래된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기실 그 출판사는 거의 문닫을 위기에 처했는데, 다음주에 저희집에 오고 싶다고요. 반가운 얼굴이라 그리하라했더니 요새 책이 팔린다네요. 백남룡의 <벗>입니다. 이 책은 북한의 중견작가 백남룡씨가 서정성있게 쓴 글로 북한에서 나온 문학치고는 문학성이 뛰어난 글입니다. 중편소설인데, 80년대 대학생들이 많아 보았지요, 한때는 지하철 가판대는 물론 고속버스 터미널에서도 팔린 책입니다. 아주 많아 팔렸지요. 더구나 백남룡선생은 지금 남과 북 작가들 교류에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시는 분입니다.

이야, 이 책이 다시 금서라기에 금서목록을 다시 쳐보았습니다. 북방부 수뇌부 결정이라는데, 거기에 오른 책들은 제가 80년대에 보던 책들에 비하면 다들 양반이네요.
놀랍게도 권정생 선생님의 <우리들의 하느님>도 금서네요. 하하하하, 권선생님은 돌아가셔도 복(?)받으셨네,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이 왜 반미금서로 낙인찍혔는지 불가사의합니다. 아동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이 책은 녹색평론사에서 너온 권선생님의 산문집으로, 선생님의 소박한 마음이 들어있습니다. "한 20여년 전, 친구한테 얘기했던 게 생각난다. 내용은 내가 만약 교회를 세운다면, 뾰족탑에 십자가도 없애고 우리 정서에 맞는 오두막 같은 집을 집겠다. (22쪽) 전 이 글을 보고 <교회당 종지기> 글을 쓴 선생님을 떠올렸지요. <우리들의 하느님>에는 선생님의 종교관이 깊이 들어있어요. "교회는 70년대에 들면서 갑자기 권위주의, 물질만능주의, 거기다 신비주의까지 밀려와서 인간상실의 역할을 단단히 했다. 조용히 가슴으로 하던 기도는 큰 소리로 미친 듯이 떠들어야 했고, 장로와 집사는 직분이 아니라 명예가 되고 계급이 되고 권력이 되었다. (24쪽)"이라든가 " 함께 일하지 않고는 일주일 계속 책상머리에 앉아 설교준비를 해도 고통받는 사람들엑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설교를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부 사정은 동무과부만이 안다. 일하지 않고는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른다. 일주일 동안 일을 하고 나면 주일날 그야말로 넘치도록 충만한 설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하면서 시간 있는 대로 한적한 곳에 가서 기도하면 구태여 40일간 금식기도를 안해도 영혼의 양식을 구비할 수 있다. (41쪽) "같은 글을 보면 알 수가 있지요. 이런 대목도 있어요." 예수는 종의 몸으로 이 세상에 오셨다. 거지와 친구가 되자면 거지가 되어야 하고, 과부 사정은 동부과부가 가장 잘 안다. 훌륭한 사람이란 바로 상대와 가장 가깝게 사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상대는 바로 억울하게 고통당하고 있는 나의 이웃들이다. (52쪽) " 그래서 저는 이분이야말로 살아있는 예수님이 아닌가 하고 종종 생각한 적이 있어요. 이런 책이 금서라니.....참, 황당하여, 우리 어린이문학하는 이들조차 믿지 않아요. 그 책이 국방부에서 금서라니., 아직도 어린이문학을 하는 이들조차도 모르더군요. 그만큼 황당했다는 뜻이지요.











강대석씨가 쓴 <김남주평전>도 금서네요. 한 작가의 삶을 조명한 글조차 금서네요. 강대석씨는 김남주 선생님하고 가까운 친척으로 알고 있으며, 그분의 글을 많이 쓰고 계시지요. 청소년판 <김남주>도 냈습니다. 이 책은 그냥 김남주라는 사람을 분석(제가 보기에는)해놓은 글인데, 이것도 금서네요. 김남주 선생님이 다들 잘 아시겠지만 <프란츠파농>으로부터 깊은 사상적인 영향을 받은 분으로, 한평생 감옥에서 사시다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분이지요. 그분의 책은 두 권이나 금서이군요.



제 친구인 전상봉씨의 책도 금서네요. 이 친구는 오랫동안 통일운동을 하였고, 무시로 감옥을 들락거리다가 몇년전 자신의 저서를 냈는데, 통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거지요. 근데 초판도 소진되지 않은 책이 이번 일을 계기로 재판찍었다고 좋아하네요.

<미군범죄와 한미소파>도 금서네요. 이 책은 수많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한미소파의 문제점을 지적한 책인데, 이런 것도 금서네요.

<지상의 숱가락 하나>는 MBC에서 소개하여 백만부가 넘게 나간 책인데, 그 책 본 사람은 다 문제가 있네요.
다 잡아가야지.

<세계화의 덫>은 요새 벌어지고 있는 전 세계의 경제파탄을 어쩌면 예견한 책이기도 하지요. 세계화란 게 그런 거잖아요? 왜 이런 책을 보면 안 되나?


박준성 선생외 여러 사람들이 쓴 <80이 왜 20에게 당하는가>. 노동운동을 하시는 박준성 외 여러 사람들의 담론을 담은 글엮음집인데, 재작년엔가 나왔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이 책은 정말 북한하고 아무런 관련없는데, 이것도 금서네요.

아, 저도 작가로서 이런 금서 하나 갖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분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우리 금서들 한 번 다시 봅시다.



금서목록


북한의 미사일 전략(전용호)
북한의 우리식 문화(주강현)
지상의 숱가락 하나(현기영)
역사는 한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허영철)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박준성 외)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전영호)
통일 우리 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전상봉)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노암 촘스키)
대학시절
핵과 한반도(최안욱)
미군 범죄와 한미소파(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소금 꽃나무(김진숙)
꽃속에 피가 흐른다(김남주)
507,정복은 계속된다(노암 촘스키)
우리역사 이야기(조성오)
벗(백남룡)
나쁜 사마리안들(장하준)
김남주평전(강대석)
21세기 철학이야기(21세기코리아연구소)
대한민국사(한홍구)
우리들의 하느님(권정생)
세계화의 덫(하랄드 슈만)
삼성왕국의 게릴라들(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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