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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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븍 머신

하늘기차 | 2009.11.25 12:33 | 조회 1592


도서관에 들어온 에스프레소 북 머신(Espresso Book Machine)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도서관은 책을 빌려주는 곳입니다. 그런데 만일 도서관에서 책을 인쇄해 이용자들에게 판매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출판사나 서점으로부터 상당한 항의가 있겠지요?^^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 바로 에스프레소 북 머신(EBM, Espresso Book Machine)입니다. 이야기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랜덤 하우스 출판사의 편집장을 역임하기도 했고 고급의 양장본으로 미국 문학의 고전들을 소개하는 Library of America 시리즈를 기획하기도 했던 저명한 출판인인 제이슨 엡스타인(JasonEpstein, 1928-)씨는 뉴욕 공공 도서관에서 있었던 강연을 통해 새로운 출판 방식에 대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했습니다. 그 때 엡스타인씨가 생각하던 것은 저렴한 비용에 자동으로, 특별하게 거창한 시설이 없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도서관이나 서점 혹은 커피숍 등에서 즉석으로 필요한 책을 인쇄해내는 그런 기계였는데요. 실제 그와 유사한 기계는 당시에 제프 마쉬라는 사람에 의해서 이미 고안되어 있었다고 합니다.(옆에 실린 사진은 Columbia College Today에 실린 엡스타인씨에 대한 기사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엡스타인 씨의 아이디어와 마쉬 씨의 기술이 만나면서 급기야 2003년에 OnDemandboooks 라는 회사가 설립이 되었고 이 회사에서는 1999년 강연에서 소개되었던 것과 같은 기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 4월에 워싱턴에 있는 월드 뱅크에 최초로 그 기계가 설치되어 월드 뱅크에서 펴내는 출판물들을 인쇄하기 시작했고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뉴욕 공공 도서관의 한 분관에도 설치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캐나다를 비롯한 전세계의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갔지요. 며칠 전 나온 보도에 따르면 대학 도서관으로서는 최초로 미시건 대학(University of Michigan) 도서관에서 이 기계를 설치하여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에스프레소 북 머신은 가로 약 3 미터 세로 1.5 미터에 높이 1.5 미터 정도의 크기로서 프린터와 자동 제본기 등이 연결된 형태의 기계로서 300 페이지 정도의 책을 7분이면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인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쇄한 종이를 풀을 발라 제본하고 원하는 크기로 자르는 기능 그리고 표지를 붙이는 것까지 모두 7분 안에 가능하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프린터를 하나만 사용한 경우이고 프린터를 한 대 더 설치한 모델에서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기계를 ATM for Books 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이처럼 빠른 속도와 함께 이 기계를 이용하면 인쇄에 필요한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레이저 프린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있는 프린터 용지를 사용하면 되구요. 또 제본을 위해 사용하는 풀의 경우 한 통의 풀로 10,000권 정도의 책을 제본할 수 있는데 풀 한 통의 가격은 100 달러 정도 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회사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페이지당 1센트의 비용으로 책을 만들 수 있다고 하는군요. 결국 300페이지 정도의 책을 한 권 인쇄하는데 3달러 정도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미시건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계의 경우 대부분의 책을 3-5분이면 인쇄해서 제본까지 마치고 이렇게 만들어진 책을 도서관에서는 10달러에 팔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렇게 만들어지는 책은 저작권이 소멸된 책들입니다. 미시건 대학 도서관은 지난 1990년대 부터 도서관에 소장 중인 책들 중 오래된 책들을 스캐닝하여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 왔고 구글 북 프로젝트에도 일찌감치 참여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모인 디지털 파일들 가운데 저작권이 소멸된 책들을 대상으로 이용자들이 원하는 책을 인쇄하여 판매하고 있는 것이지요. 현재까지 개발된 에스프레소 북 머신으로는 페이퍼백 밖에 만들지 못하지만 4도 인쇄까지 가능한 기계이다 보니 실제 출판사에서 만들어낸 책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 한다고 합니다. 이 기계는 여러 면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 같습니다. 위의 예에서와 같이 저작권이 소멸된 책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쓴 글을 모아 책으로 출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손쉽게 책을 만들수 있는 도구가 되겠지요. 그리고 도서관이 없는 지역에도 만일 이동도서관을 통해 이 기계를 가져갈 수만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 인쇄할 책을 디지털의 형태로 전송을 받거나 기타 하드디스트나 DVD 등의 형태로 가져간 후 이용자가 원하는 책을 즉석에서 인쇄하여 제공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계의 등장과 그것을 반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저는 재미있는 생각을 했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시대에 이렇게 쉽게 종이책을 만들어내는 기계가 각광을 받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왜 사람들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도 읽을 수 있는 내용을 굳이 종이를 통해 읽으려 할까요? 모니터를 통해 읽는 것과 종이를 통해 읽는 것에는 무엇인가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과연 "읽는다." 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혹시 "읽는다"는 행위는 읽는 도구에 따라 우리에게 다른 의미를 주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질문들을 모아 다음 글을 이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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