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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wig van Beethoven: Missa Solemnis in D major - Chistian Thielemann

하늘기차 | 2016.03.23 19:07 | 조회 834

 


<지강유철 설명>

우리에겐 베토벤 하면 9번 교향곡 <합창>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베토벤 자신에게는 아니었습니다. 그가 최고의 작품으로 꼽은 것은 <미사 솔렘니스>였습니다. 이 작품은 의학적으로 그의 귓병을 고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을 뿐 아니라 황달 등으로 몸이 최악의 상태에서 하루 2-3...시간씩 뿐이 못 자는 악조건 속에서 작곡한 곡입니다. 예배 음악으로 작곡하진 않았지만, 즉 연주회용으로 작곡하였지만 그러나 베토벤은 언젠가 이 작품은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서 깊은 신앙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의도로 작곡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저는 베토벤이 스코어 어딘가에 적어놓은 '안과 밖의 평화를 위한 기도'란 메모를 떠올립니다. 여기서 안과 밖이란 중의적 표현이겠지요. 마음의 평화와 국가 간의 전쟁이 없는 평화말입니다. 그리고 베토벤은 마지막 곡에서 전통을 따라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를 거부하고 그냥 평화를 주소서라고 임의 수정을 했습니다. 음악 평론가들이나 학자들은 베토벤이 이를 통해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는 이들 뿐 아니라 교회 밖의 이들에게도 평화를 주소서, 라고 하기 위해 '우리에게'를 지웠다고 합니다. 인류의 평화를 위한 베토벤의 염원은 <합창> 교향곡에서 뿐 아니라 <미사 솔렘니스>(장엄 미사)에서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것입니다.

절기나 계절과 관계 없이 이 곡을 즐겨 듣습니다만, 들을 때마다 베토벤에게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한 번도 이 작품을 소개하거나 동영상을 올리지 않은 것은 워낙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곡이고, 이 곡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말해 왔기 때문에 굳이 나까지 보탤 게 있겠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과 차별 되는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구요. 워낙 명곡이라 정말 많은 지휘자들이 음반을 남겼습니다만 저는 비교적 최근의 연주를 골랐습니다. 이런 곡에 사람들이 최고라 부르는 연주를 꼭 들어야 한다는 욕심이 없습니다. 틸레만의 연주를 최고로 여기는 사람들은 별로 없겠으나 저는 이 정도로 만족합니다. 이 연주는 1945년 2월 드레스덴을 휩쓸었던 연합군의 융단폭격에 의해 25,000명 이상의 민간인들이 희생된 것을 추모하는 공연 실황입니다. 연주를 맡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1951년부터 매년 이 참혹한 비극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콘서트를 지속해오고 있다. 틸레만은 2010년의 추모콘서트에서 지휘를 했습니다. 지휘봉을 내려놓고 지휘하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추모 음악회이기 때문에 박수 없이 끝나는 연주라 더 감동이 됩니다.

추신:
이 동영상이 유튜브에 여러 개가 올라와 있습니다. 제가 올린 동영상은 화질과 음질이 좋은데 3분여 동안 관객들의 침묵이 짤려 있습니다. 해서 댓글로 그 부분이 살아 있는 동영상을 올립니다. 마지막 부분으로 가시면 3분 동안의 엄숙한 침묵을 보실 수 있습니다.

 

미사에서 쓰이는 전례문에는 ‘통상문(通常文:1년을 통해 변하지 않는 부분)’과 ‘고유문(固有文:교회력에 의해서 변하는 부분)’이 있다. 전자 중에서 5개의 통상문, 즉 키리에(kyrie:연민의 찬가), 글로리아(gloria:영광의 찬가), 크레도(credo:신앙선언), 산크투스(sanctus:감사의 찬가), 아뉴스 데이(Agnus Dei:평화의 찬가)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음악적으로 일괄해서 작곡한 것을 미사곡이라고 한다. 가장 단순한 것은 단선율의 그레고리오성가 및 그러한 종류이지만, 14세기경부터 점차 복음악(複音樂)의 곡이 나타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5개의 장이 각각 다른 작곡가에 의해 독립적으로 다루어졌으나, 프랑스의 G.마쇼가 전 5악장을 한 묶음으로 한 미사곡을 쓴 이래, 이것을 본뜨는 사람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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