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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는 알고 있다'를 읽고(182번째 글쎄다)

하늘기차 | 2024.02.02 09:50 | 조회 53



                엘레나는 알고 있다(182번째)

 

-세상에는 일상 속에서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이 소설은 매우 드물게 그 기본 설정 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만약 타살이라면 파킨슨병에 걸린 엄마가 도움 없이 혼자 사건을 추적해가는 복수극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겠지만 헐리우드 액션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문장이 단원 없이 길게 서사를 이어가는데 지루하지가 않다. 독자가 이해할 수 있게 잘 섞여있어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속도감 있게 읽어 내려갔다. 대화에대해 어떻게 느꼈는지?

-아르헨티나라는 카톨릭국가의 종교적 규범과 그리고 사회의 규범이 어떻게 그 사회 구성원의 일상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야기를 주인공인 엘레나 1인칭 시점으로 끌고 가는데, 마치 카메라가 비추는 것처럼 엘레나의 시선을 따라, 즉 고개를 못 드는, 고개 밑 세상, 시각, 시점을 따라 주인공의 정보, 생각, 감정을 전달한다.

-주인공 엘레나는 온 몸이 마비되며 치매로 이어지는 파킨슨병으로 몸, 마음, 생각, 인식에 혼란이 찿아오는데,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이 상황을 엘레나의 몸 속에 들어가 엘레나가 살아가는 세상을 보는 것처럼 이러한 몸 상태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가를 불편하게 느끼게 한다.

-p94~종교적 틀을 거부하는 엘레나. 엘레나와 본당 신부가 리타의 장례절차에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신부는 주님의 뜻에의해 엘레나가 커다란 고난을 겪는다고 하며 믿음이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하자, 엘레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의 육신은 주님에게 속하며 오직 인간은 사용 권한 만 있다고 하자. 자기에게는 이미 오래 전에 사용 권한이 없다고 한다. 그 권리를 하나님이 아니라 망할 년의 병이 빼앗았다고 한다. 마지막날에 하나님께서 따님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도록 기도하라고 하자, 최후의 심판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며, 단지 진실을 알기 원하는데, 신부는 엘레나가 원하는 진실이 아니라, 따님이 하나님 허락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죄된 진실을 이야기 한다.

-p98제가 무슨 죄를 지었다는 말씀이지요? 허영과 교만의 죄. 멋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내 세우는 것이야 말로 가장 큰 허영이지요.

-p99엘레나에게 어머니라는 굴레를 씌우려 하자, 제게 아무 이름도 붙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p120~콘스티투시온 역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기 위해 중앙홀을 가로지르는 엘레나의 모습은 마치 투명 망토를 쓴 보이지 않는 인간의 모습이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의 사람들과 무관한 또는 세상 공기에 오염되지 않은 것 같은. 시간이 멈추어진 것 같다.

-p122엘레나의 시간은 땅속을 달리는 지하철의 시간과 다르다. . .p123그녀는 알약으로 시간을 잰다.

-“엘레나는 알고 있다고 하는데, 목을 세울 수 없어 시선은 아래로 꽂혀있다. 그럼 알고있는 것이 무었일까? 리타의 죽음은 엘레나의 성격 때문이 아닐까?

-“엘레나는 알고 있다라는 제목에서 <엘레나만 모르고 있다> 혹은 <엘레나는 모른 척하고 있다> 혹은 <엘레나는 알면서 모른 척 하고 있다> 혹은 <진짜 알고 있는 사람이야말로 엘레나이다> 라는 재미있는 설정이 떠오른다.

-엘레나는 독특하게 자신에대해 정상적으로 바라보며, 자기 병에대해서는 3인칭, ‘망할년이라 하며 자기와 병든 자아를 분리하여 표현한다.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의 주인공이 알츠하이머 병에 걸렸는데, 여기서도 자기와 병든 자아를 분리한다.

-지난 달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도 주인공의 친구 인선이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하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제주로 내려가는 내용을 생각하며 리타가 엄마 엘레나를 돌보며 감당해야할 일의 중압감에 결국 우울증에 시달리며 자살을 하지 않았나 할 때, 나이드신 어른을 모시는 돌봄의 문제는 단지 소설이 아니라 지금 우리들, 나의 문제이며, 사회적 문제이다.

 

-리타가 자살하기 직전 엄마를 미용실에 보낼 때의 마음은 어떨까?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로는 죽기 전 자기 주변을 정리하는데, 리타도 그렇지 않았을까. 엄마를 미용실로 보내며 스스로를 가누지 못하는 엄마를 깨끗게 몸단장 해주며 죽기 전 자신과 일치시키고자 하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리타가 죽기 전에 엄마와 자신을 동일시 한다는 것에 공감을 못하겠다. 더 이상 자기가 엄마를 돌보지 못할테니, 엄마를 다른 손에 맡기어 깨끗하게 몸단장 해드린 것이다. 나중에 관리가 안되어 발톱이 밖으로 빠져나올 정도가 된 것으로 볼 때, 계속되는 엄마 돌봄에 진이 빠진 리타는 의도적으로 엄마를 미용실에 보내어 단장케 한 것이다.

 

-엘레나와 리타의 강한 성격이 계속 부딪히는데, 리타는 의사 선생님이 이제는 파킨슨플러스에 걸린 엄마를 돌보아야 하는데, 마치 어린 아이와 같다고, 그래서 엄마처럼 돌보아야 한다는 말에 나는 엄마가 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리타는 이사벨이 낙태를 하려는 것을 못하게 하며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아이를 낳게 하는데. 모성에대한 자기 연민의 투영이 아닌가?

 

-p227~파킨슨플러스라는 말에 리타는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는 거 잖아요하며 흥분하여 부르짖는다. 232~그 플러스에대해 리타는 해결책이 없다는 박사에게 해결책이 하나 있다고 하나, 박사는 리타에게 뭘 말하는거니?”하고 묻자, 리타는 당신도 알고 있어요라고 한다. 그러자 박사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리타? 플러스, 뭐가 더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그 이상 원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박사님도 잘 아시겠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가는구나. 누구든 선택할 권리가 있어요, 박사님. . . 여기서 리타는 자기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직감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리타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카톨릭신자로서 엘리사의 낙태를 반대하는데, 반면 엘레나는 카톨릭신앙을 거부하며 스스로 리타의 엄마라는 것을 강조하는, 그래서 엘레나의 삶 속에 스며들어있는 여성성, 모성이라는 중압감이 엘레나의 리타와 엘리사와 박사, 경찰과의 대화를 통해 드러난다.

-엘레나는 타살자를 찿기위해 도움을 요청하러 찿아간 엘리사에 의해서 오히려 타살의 주장은 무너진다. p233비오는날에는 성당 근처도 안간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 따님은 무슨 이유로 거기를 갔을까요? . . . 어쩌면 바로 그것, 평소 자신이 가장 무서워하던 것을 찿아 나선 것인지도 모르죠. p245비가 오는데 딸이 나갔어요. 비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그게 바로 나예요. 엘레나가 고백한다.

 

-엘레나는 이사벨과 만나 이야기할 때 까지, 정말 이 죽음이 자기 때문이라는 것을 몰랐을까? 그래서 이사벨이 제 생각에는 딸 리타가 그저 당신이 가진 것을 더는 견딜 수 없었던 것 같아요라고 하자, 엘레나는 딸이 그런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우는 것 보다 소리치는 것이 더 쉬울 때가 있으니까요. 리타가 오늘 이 자리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면 서로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었을텐데”, 그러나 엘리사는 그건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서 따님은 깨달았어야 한다고 하면서 충격과 상심이 너무 컸던 나머지 더는 살고 싶지 않다고 느꼈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고 하는데, 무엇을 알아차렸어야 했다는 것인가요? 엄마 엘레나와 딸 리타의 소통의 부재?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사회, 종교, 제도, 우리의 일상 속에 표면화 된 여성성, 모성을 억압하는 이야기의 틀을 갖고 있으나, 보다 근원적으로는 산다는 것, 그래서 생명을 잉태하는 것과 관련하여 엘레나, 리타, 엘리사 등의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 일상의 삶 속에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엘레나와 리타의 대화, 엘레나와 경찰, 그리고 의사, 리타와 엘리사, 특히 엘레나와 엘리사의 돌봄과 관련한 전혀 다른 이해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의 삶에 있어서 옳바른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엘레나는 살고 싶다고 한다. 몸도 이렇게 망가져 있고, 딸은 죽었지만 계속 살기로 했다고 한다. 엄마의 생명에대한 본능적인 욕망이 결국 딸 아이가 죽음의 상황에 이를 때 까지도, 그 우울증의 정황을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 앞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야 하는, 살 수 밖에 없는, 살라고 명 받은 생명(生命)을 살아내야 하는 그래서 내일도 역시 알약을 먹어야 하는 . . .

- 생명 앞에 이율배반적인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더군다나 생명을 나눈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의 부재를 안고 살아야하는 인생에 우리는 무슨 희망이 있을까? 오늘도 우리는 각 자의 알약에 의지하며 하루 하루를 연명하는 삶 밖에는 살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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