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View Article

장 그르니에 '섬'을 읽다. (163번째 글쎄다)

가는 길 | 2022.04.26 23:59 | 조회 591









45일 글쎄다

장 그르니에 을 읽고 모임

 

 




각자가 느낀 단상과 명구를 자유롭게 나누었다. 들어가며,


안홍택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 세 챕터까지. 단락단락이 툭툭 끊어지는 느낌

굉장히 수상쩍다. 뒷 부분에 가니 이해가 가기 시작. 이 사람의 글을 쓸 때의 환경, 지향성에 대한 짐작이 되었다. 꼰대가 되어 이렇게 추상적이고 허무주의같은 개념에 대해 공감이 되지 않았다.


박경장

옛날에 시도한 적은 있었다. 새로 본 느낌은 처음 시도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이유는 13p에 추천서(?)에 나오는 그러나 모두가 여기서는 어떤 비길 데 없는 힘과 섬세함으로 암시되어 있다. 정확하면서도 꿈꾸는 듯한 저 가벼운 언어는 음악의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 그 언어는 빠르게 흐르지만, 그 메아리는 긴 여운을 남긴다.’때문. 프랑스 글 특징인 글을 위한 글쓰기’라고 하는 까뮈가 말하는 이 이야기는 번역서로는 거의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언어는 명확하지 않은 것은 불어가 아니다라는 프랑스 격언처럼 프랑스 언어의 아름다움은 아무리 명저 번역가이더라도 도무지 번역되어서는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글이 그르니에의 글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우리말로 번역된 불어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느꼈다.


박현미

어려서 우울함이 길던 시절에 읽었을 때에는 공의 매혹 챕터에서 문장 하나하나를 붙잡고 머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다시 읽으니 각 표현들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아닌, 기저에 깔린 생각에는 공감이 잘 안 되었다. 그러나 책 한 권이 아니라 각 문장 문장에서 추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었고, 그 즐거움은 기꺼이 좋았다.


봄바람

처음과 시작의 느낌이 달랐다. 처음에는 뭘 읽고 있는 거지? 라는 느낌이었는데, 한 문장을 번복해서 읽었고, 이야기의 흐름이 중요하지 않은 책을 읽는 혼란스러움. 공의 매혹 파트에서는 혼란스러움을 가지다가 고양이 물루에서 이해가 시작되고, 케르겔렌 군도에서는 정말 좋았다. 작가의 생각을 묘사하는 방식이 그림을 그리듯, 어떤 부분에서는 나도 짐을 꾸려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상상의 인도 부분에서는 다시 처음처럼 혼란스러움으로 끝이 났다. 어떤 부분은 그림이 그려지듯 선명하게, 어떤 부분에서는 어딜 돌아다니는지 모를 혼란을 전해줬다. 용숙 선생님의 말씀처럼 작가의 순수함이 느껴지기도 했다.내지는 너무 낭만적이기도, 너무 장황하거나, 말이 길어지거나 문장이 길어지거나. 좋다 싫다가 아니라 글쓰기의 순수함을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혼란스러웠지언정 백지 상태로 돌아가서 순수해지는 느낌이. 그래서 좋았고 재독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작가가 내가 보고 있는 것을 같이 보자!하는 느낌. 그런 느낌이 좋았다.


이은영

앞과 뒤가 참 달랐는데, 첫 문장부터 너무 좋았다. 공의 매혹 챕터는 빨려 들어가듯이 알 것 같은 기분으로 읽었고, 뒷 부분은 시간에 쫓겨 읽다 보니 좀 다른 느낌. 서로 기분을 알 수 있는 친한 사이에 논리적으로 말은 안 되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그냥 알아들어 줘야 하는 것처럼 작가의 생각이나 의식이 인상적이고, 머리로 이해할 글이 아닌 그냥 수용하는 글. 느낌이 올 때와 안 될 때의 차이가 큰 글. 한 문장씩 훅훅 들어왔고, 공의 매혹에서는 작가의 이야기가 이해가 잘 되었다. 작가의 직관이나 정황 느낌을 심리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게 오히려 잘 공감되었다. 허무주의, 공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p28. 나는 그냥 살아간다기보다는 왜 사는가에 의문을 품도록 마련된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라든지. 작가의 설명이 섬세하고 직관으로 알아듣기 좋은 묘사를 하는 듯 하다. 고양이 물루 같은 경우,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 고양이의 일생, 삶 속에서 느끼는 내용들을 인생의 어떤 단면들을 설명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강민석

전공이 과학이어서 전혀 모르고 살았던 세상이 있었다. 감각하는 세상과 인지하는 세상이 있고, 자연스럽게 꿈처럼 무엇을 봤을 때 연상되는 다른 세상이 있는 것 같고. 감각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해하기 너무 쉬운 것 같다. 그렇지만 연상 세상에 대해 이야길 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제 안에 있는 연상, 확산의 세계가 있는 것 같다. 남들이 공감하든 말든 과감히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고, 신비로운 것은 그 이야기를 듣고 절대적으로 개인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장르가 형성되는 게 아닐까. 그런 장르들이 문학 안에 있는 게 아닐까. 현대시를 보고 미래파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거기서 느껴지는 공감되는 것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그런 면에서 이라는 글이 정말 좋았다. 앞에 까뮈의 글부터. 현실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이 사람의 머릿속에서 생겨난 세계의 이야기. 이 속에 뭔가 공유되는 게 있고 이해되는 게 있어서 그런 것들을 즐겼던 것 같다. 정서적으로도 잘 맞아서 좋았다. 회의주의나 허무주의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세계의 관점에서는 그럴지 몰라도 이 사람이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의 글을 들려주는 것 같다. 그 당시의 사조의 시대 배경이 궁금했다.현실세계의 틀을 주입받는 세대였을텐데 거기에 대한 반발감 속에서 그르니에의 글을 봤을 때, 까뮈가 느꼈을 자유로움, 해방감의 아름다운 이 글이 (예를 들어 사르트르나 카프카 같은 정서가 아름답지는 않는데) 주는 우울한 이 정서가 좋았다. 내가 겪어본 깊은 우울을 통해서. 우울을 해결하기 위해 신앙인으로서 기도를 하기 직전의 그 시간과 공간이 문학을 하기 좋은 상태인데, ‘에서 해가 질 때와 잠들기 직전, 잠들고 깬 후 라는 표현처럼 의식이 꺼져가는 시점들이 너무나 작가의 정서에 공감되고 표현, 소재들도 너무 좋았다. ‘공의 매혹처럼 꿈을 꾸는 듯한 그 장면들이 좋았다. 욕심이 나는 것은 당시의 배경, 철학, 사조들이 궁금했다.그걸 알면 이 글의 대단함이 더 느껴질 것 같다.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글의 시작이 되어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박용숙

이 책의 뒷부분에서 질문에 대해 답이 있는 것 같다. 90쪽 달에 대한 표현을 예로 들면 어떨지.

'달은 우리에게 늘 똑같은 한 쪽만 보여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들의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서 우리는 짐작으로밖에 알지 못하는데 정작 단 하나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


박홍범

예전에 읽을 때 빨간 줄들이 있었다. 그러나 과거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행운의 섬들 같은 경우엔 거의 20번을 읽은 것 같다. 그 이유는 그르니에의 사유 자체가 어려운 것 같다. 전체의 서문은 공의 매혹인 것 같고,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낸 이유도 공의 매혹인 것 같다. 신경증에 있는 사람은 공의 매혹은 한 문장 한 문장에 가슴에 와서 맺힌다.

대 주제가 인데, 행운의 섬만 섬과 안 맞아떨어진다.공의 매혹은 타자가 섬인 것 같다. 이런 체험을 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모든 섬들이 하나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여러 섬 중에 하나가 화자인 것 같다. 그냥 이 아니라 세속적 가치에 반하는 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체험을 이야기하면서 인식으로서 내부세계로서 공을 체험했다면. 고양이 물루와 이스터 섬(부활하는 섬) 챕터는 인물과 고양이가 나와서 금방 읽힌다. 고양이라는 것은 뭍히는 장소 때문에 섬이다. 그리고 고양이의 습성. 부활하는 섬 챕터는 20세기 초에서 중간인데 백정이 끊임없이 술을 마시고 몸과 정신이 교차되는 부분을 보면서, 이 작가의 소설가로서의 면모를 발견했고, 죽는 모습조차도 독자들과 상관없다는 부분을 보면서 섬을 발견했다. 케르겔렌 군도를 보면 섬의 비밀을 이야기하고 비밀의 필요성을 볼 때 허무주의와는 좀 다른 세계가 아닐까 싶고. 행운의 섬 같은 부분에서는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서 충만을 획득한 자아와 타자이다

105p. 심브로네 테라스의 포석들 위에 가만히 엎드려서 나는 대리석 위에 춤추는 빛을 내 속으로 스며들게 하고 있었다. 나의 정신은 그 투명함과 그 저항의 유희 속으로 가뭇없이 빠져들더니 이윽고 고스란히 회복되었다.나는 모든 지성을 혼미하게 만드는 바로 그 스펙터클에 내가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탄생을, 나 자신의 탄생을 목격하는 느낌이었다. 어떤 다른 존재가 태어나는 것일까? 구태여 다른 존재랄 까닭이 무엇인가?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여겨졌다.’ 

이 부분을 보면 획득’. 자연과의 교감하는 찰라. 상상의 인도에서는 인도에 대한 공부를 했다. 서구사회와 그리스 사회에 대비되는 인도에 대한 공부. 상상의 눈으로 보라. 보로메의 섬들. 보로메의 꽃집이라는 간판을 보고 놀라서, 일상적인 삶에서 나온 것이다. 박현미 선생의 한 문장씩. 그 부분 공감한다. 강민석 선생의 풍성한 나눔에 놀랐다박경장 선생님의 까뮈의 지상의 양식과 비교를 보면 이성이 만능시 되었던 실증주의 시대였을 것 같다. 실증주의와 다른 길로 가고 있는 것. 이것은 도발이다.


박용숙

30년 전에 읽었는데 이 책을 읽고 직장을 그만두고 모두에게서 떠났었다. 케르겔렌 군도를 보고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고자 했다. 인생을 바꾼 책.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예전에 왜 좋아했는지 알 것만 같고.다들 좋다는 반응이 많아서 스테디셀러로 남았구나 싶었다. 박경장님 이 시대의 사조, 문학적 배경, 당시의 센세이션 등을 말씀해주세요.


박경장

수필인지라 모든 화자는 나이기에, 문예 사조와는 관계성으로 접점이 있는 것 같지 않고, 극단적 실존주의 시대였으니 부조리한 인간 상황, 시지프가 느꼈던 계몽주의 이후의 이성이 세기말, 양차대전으로 잃어버린 시대. 하이데거가 피투성이 존재, 던져진 존재, 실존. 그럴 때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부조리한 상황에 닥친 인간.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수필에서는 그 시대 사조보다는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물었다고 생각이 든다. 45살에 유럽에 갔을 때 대영박물관 앞에 섰을 때 어느 젊은 여자가 라틴어 등을 해독하고 있었다. 그 이후 귀국 후 라틴어를 붙잡아보던 시절. 그리고 오늘 이 책을 읽을 때 이 책은 불어로 읽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짧은 지식으로 말하면 불어는 성이 발달이 많이 된 나라이다. 모든 단어에 남성 여성이 다 붙어있다. 그래서 프랑스 글들은 말들도 사랑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는 뚜쟁이이다. 그래서 원어로 보면 까뮈가 감동을 더 절감하지 않을까. 이 책의 키워드 하나를 꼽으라면 공이라는 것. 공은 번역가의 설명으로 두 가지 헛됨과 비어있음이 있는데, 이 작가는 비어있음으로 간다. 바캉스는 휴식이 아니고 자기를 비우러 가는 것이라고 뒤에 다시 설명되는 부분이 있다. 패스트 인디아라는 책, 영화에 보면 미국 사람이 인도사람을 보며 받는 문화충격을 그린 적이 있는데, 그르니에는 헤세와 비슷한 서구의 근본적인 문화의 성찰을 많이 한 작가인 것 같다. 자기가 좋았던 문장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

166p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자면 그저 잠이라고 말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그런데 몽상 쪽이 보다 큰 매력이 있었다. 잠과 깨어있음 사이의 그 몽롱한 상태는 불가항력인 연속성에서 벗어나면서도 그것에서 벗어나 있다는 행복한 의식을 잃지 않고 지니게 해준다.'


안홍택

'획득했다. 뭘 획득했나, ‘찰라.' 라는 얘기를 듣고 인도 얘기를 들으면서 해결되었다

자기 인식, 타자와 나, 세계와.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30대 초반의 홀로 섬으로 떠 있는 존재. 작가는 인식론적으로 사고를 하면서 인도론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저 너머 어딘가에 있는 내 존재를 찾아가는 여정

140p의 상상 인도를 보면서 감이 좀 잡혔다. 149p. '내가 나의 가장 깊숙한 쪽으로 기울어지면 나는 존재하기를 그치며 나는 이제 내가 아닌 것이 된다 - 그리고 남도 아니다. 나는 그것이다.' 

내가 나인 것을 인식하는 것은 내가 하는 것이다. 히브리즘은 전혀 다른데, 모세가 하나님을 만날 때 하나님이 누구냐고 묻고 하나님은 '나는 나다.'라고 하시는데, 이 정체성이 히브리즘이다. 그르니에가 주는 우울함의 긴장감이 정말 좋은 것 같다. 그러나 그것(표현하기 어렵지만)으로 나아가는데, 히브리즘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르니에가 애태웠던 것은 자기 존재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결국은 우리가 저 죽음 너머의 것을 바라보기도 하고 현실의 실용적인 존재 가치를 찾기도 하는데, 바울이 고린도전서에서 부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이 섬에서 얘기하는 자연에 대해 하는 이야기가 참 탁월한 것 같다. 그렇다면 실존하는 지금 우리의 존재의 가치. 그것이 환히 드러나는 모습이 성경에 그려진다. 이 때가 온다는 것이 바울의 이야기이고. 그르니에는 부다나 제3의 존재로 찾아간다그르니에가 나는 그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참 긴장감을 전해주지만, 오히려 나는 나는 나다.’라는 명확한 존재감을 느꼈다.


박경장

명구가 너무 많다

174쪽 '보로메 섬들 , 간판! 하늘을 어둡고 포도는 더러우며 집들은 잿빛인 이 도시에서 이 간판이 얼마나 안 어울리는 것일까를 당신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대조에 나는 가슴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 나는 거기서 가장 먼 곳의 부르는 소리 같은 것을, 신기루의 매혹 같은 것을 읽게 되는 것이었다.'

80년도 학교 뒤 쪽문에 조그마한 카페가 있었고, 카페 이름이 였다. 옆에 한문으로 '아닐 비'를 병기해뒀다. 그 간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박홍범

티롤이라는 카페가 있었다. 80년대 중후반. 오스트리아 티롤이라는 지명에서 따 온 것이다. 분위기가 천상병의 귀천만큼 좁은 곳이었다. 여기에 남우현과 조그만 곳에서 클래식을 틀었다. 통 빵을 합석한 사람이 줬는데 그 분위기하고 음악과, 티롤의 의미를 묻자 지구 레코드에 있을 때 티롤을 다닌 적이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고. 그리고 나는 10여 년이 지나고 나서 티롤의 초상이라는 소설을 낸 적이 있었다.


박경장

138p '예술의 절정은 예술을 무로 만드는 일이다.' (예술을 무로 환원시키는 일이다로도 번역)

추사 역사문화 기행을 안내한 적이 있는데, 추사체의 마지막을 환동체라고 이름을 붙였었다. 어린이로 돌아가는 글씨체. 봉은사의 판전이라는 현판이 추사체의 마지막이다. 예술의 절정은 예술을 무로. 이게 그림인지, 이게 시인지 모르는 경지.


박홍범

책의 번역가의 서문에 보면, '잠 못 이루는 밤이 아니더라도 목적 없이 읽고 싶은 한 두 페이지를 발견하기 위하여 수 많은 책들을 꺼내서 쌓기만 하는 고독한 밤을 어떤 사람들은 알 것이다. 지식을 넓히거나 지혜를 얻거나 교훈을 찾는 따위의 목적들마저 잠재워지는 고요한 시간, 우리가 막연히 읽고 싶은 글, 천천히 되풀이하여, 그리고 문득 몽상에 잠기기도 하면서, 다시 읽고 싶은 글 몇 페이지란 어떤 것일까?

겨울 숲속의 나무들처럼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서서 이따금씩 만 바람소리를 떠나보내고 그러고는 다시 고요해지는 단정한 문장들. 그 문장들이 끝나면 문득 어둠이나 무, 그리고 무에서 또 하나의 겨울나무 같은 문장이 가만히 일어선다. 그런 글 속에서 분명하고 단정하게 찍한 구두점.'


박용숙

보르메 섬을 읽고 작가의 생각을 좀 더 알 것 같았다. 제일 마지막 쪽

'그렇다. 태양과 바다와 꽃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나에게는 보로메의 섬들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너무나 무너지기 쉽고 너무나 인간적인 보호인 마른 돌들의 담벼락 하나만으로도 나를 격리시켜 주기에 족할 것이고, 어느 시골 농가의 문턱에 선 두 그루의 시프레 나무만으로도 나를 반겨 맞아 주기에 족할 것이나... 한번의 악수, 어떤 지성의 표시, 어떤 눈길...... 이런 것들이 바로- 이토록 가까운, 이토록 잔혹하게 가까운- 나의 보로메 선들일 터다.'

이 부분을 읽고 나서 일상적이고 다른 각도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아서 다시 읽고 싶어졌다.


박경장

보르메 섬이라는 간판 하나 가지고 ...

문학은 우리를 몽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매개인 것이다.


봄바람

96p '그러므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다.'


이은영

의식의 재주넘기라는 표현이 있었다. 사람들이 보통은 일상적인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다가 그 일차적인 의식 뒤편의 부차적인 의식이 있는데 그 뒷면에는 영혼의 갈망이라든지 그런 면모가 있다. 보통은 일상적인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다가 주된 인식이 배후로 사라지고 부차적인 뒷면이 의식이 전면으로 넘어올 때가 있다 라는 내용이었다. 그르니에는 마음 깊숙이 문득문득 찾아오는 부분을 쓰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의식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읽기 어려운 글이 아니었을까. 일종의 수상집처럼. 섬세하고 내밀한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글을 읽을 때보다 마음이 열린 이유는 작가가 외부의 환경에 함몰되기보다 진정한 자신의 목소리를 고요히, 영혼의 결이 느껴지는 목소리를 내어줘서가 아닐까. 이 사람의 어린 시절 경험이 큰 영향을 준 것 같은데, 유행하는 염세주의가 아니라 공의 매혹이라고 쓴 것은 이 사람의 공은 놀랍고 매혹적인 느낌을 가졌던 것 같다. 케르겔렌 군도 부분에서는 미천해지고 싶은 욕망같은 부분들을 보고는 수도자들이나 루터가 죄에 대해 치열한 싸움을 할 때 인간의 실존에 대한 철저한 측면같은 느낌을 받았다. 행운의 섬들에서는 100쪽에서 마지막까지. 이 부분에서 공을 들여다보다가 어느 순간 충만한 경험을 말하고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를 보면서 아름답다고 생각이 들었다. 뒤에 통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보르메 섬, 허무에서 출발했다가 충만의 경험을 지나 이상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가까운 일상으로 돌아온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르니에의 여정을 느꼈다.


박홍범

행운의 섬. 마지막 부분이 범주에 묶이지 않았다. 여길 보며 지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감성으로 번뜩번뜩이는 것이다.


박경장

감동은 진리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그 순간의 감동이면 그 순간에 이르는 최고의 진리라는 문구가 어울렸다.

낭만이라는 것은 기조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애에 거쳐갈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아이들의 정신세계는 ....글이나 책으로 배우면서 생각을 대명사로 쓰게 된다.

낯선 곳으로 떠났을 때에 모든 것이 다 처음이었던 그 감동, 그 마음 상태를 갖는 것.


박용숙

124p의 주석

'섬들을 생각할 때면 왜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되는 것일까? 난반의 시원한 공기며 사방의 수평선으로 자유스럽게 터진 바다를 섬 말고...'


강민석

42p "나는 저 꽃이에요. 저 하늘이에요. 또 저는 의자예요. 나는 그 폐허였고 그 바람, 그 열기였어요. 가장한 모습의 나를 알아보지 못하시나요? 당신은 자신이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를 고양이라고 여기는 거예요."

인식의 틀을 통쾌하게 비웃어주는 느낌이 좋았다. 용숙 선생님의 말씀과 연결되어 좋았다. 떨어져 있는 섬이라는 인식이 고립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구분하는 건 우리가 구분하고 인식하기 때문이지. 구분해야 하나? 다른 대상 속에서 나를 인식하려는 저자의 노력도 느껴졌다. 제목은 섬이지만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구분되지 않고 연결되어있지 않을까.


박경장

섬은 고립지만 바닷물을 다 걷어내 본 존 던이라는 시인, 설교가인 사람의 글에서 우리는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우린 다 고립된 존재가 아니다. 물을 걷어내 보면 우리는 외로운 존재가 아니다. 저 조종 소리는 섬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모두에게 울리는 조종 소리인 것이다

그래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가 쓰였다.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133개(1/7페이지)
문화산책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책과 영화 하늘기차 5755 2005.09.02 16:36
공지 채식주의자를 읽고(66번째 글쎄다... 그냥 꿈이야) 첨부파일 하늘기차 5428 2012.04.10 16:45
131 '엘레나는 알고 있다'를 읽고(182번째 글쎄다)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53 2024.02.02 09:50
130 '빛 속으로'를 읽다.(166번째 글쎄다) 사진 가는 길 347 2023.01.04 20:57
129 '최선의 삶'을 읽다.(165번째 글쎄다) 사진 첨부파일 eventhere 351 2022.07.23 21:43
128 반클라이번의 임군 사진 첨부파일 하늘바람 285 2022.07.09 12:06
127 답글 RE:반클라이번의 임군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298 2022.07.28 06:33
126 8번째 글쓰기 작품들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262 2022.05.02 18:01
125 사랑일기(김광석, 박학기, 하덕규)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300 2022.04.27 07:42
>> 장 그르니에 '섬'을 읽다. (163번째 글쎄다) 사진 첨부파일 가는 길 592 2022.04.26 23:59
123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162번째 글쎄다)를 읽고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416 2022.03.13 14:14
122 모바일 가을 사진 첨부파일 [1] 지선 313 2021.10.28 11:19
121 풍경 사진 첨부파일 [1+1] 하늘기차 475 2021.03.24 13:06
120 거리에 핀 시 한송이 글 한 포기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641 2020.11.20 19:20
119 올챙이 연못 첨부파일 sinawy20 653 2020.05.19 12:52
118 순교자(김은국, 문학동네) 글세다, 2019년 11월 11일 사진 첨부파일 곽문환 436 2019.12.23 09:14
117 작가 한강의 뉴욕타임스 기고문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712 2017.10.11 12:09
116 文學은 1대1로 대결하는 예술… 떼거리로 하는 게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997 2017.08.19 13:30
115 택시운전사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1121 2017.08.18 13:19
114 부끄러움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816 2017.02.11 14:55
113 대형서점엔 없고 독립서점에 있는 것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1688 2016.09.04 07:08
112 여름 제사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834 2016.08.28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