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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162번째 글쎄다)를 읽고

하늘기차 | 2022.03.13 14:14 | 조회 416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를 읽고

 - 한국은 2000년들어 소위 미래파라 불리우는 시인들이 등장하는데, 그 대표적인 시인이 황병승 시인이다.이 시인 집단에대한 인상은 한 마디로 어렵다”,“까다롭다”, 무엇 보다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다. 시와 독자와의 관계가 점점 멀어져, 시가 낯설어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청소년들이 이 미래파 시인들의 시를 좋아한다고 한다. 뭔 소리인가? 설명인 즉, 최근 만화가 주로 웹툰으로 읽혀지는데, 마치 시를 웹툰의 만화와 같이 느낌? 직관?적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지각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이 번에 접한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역시 접근하기 어렵다. 난해하여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도 더 어려워지기만 한다. 몇 년 전부터 시선집, 기획시집이 나오지를 안는다. 좋은 시를 접할 기회가 사라졌다. 나태주 같은 대중적인 시만 나온다. 시가 어려워서 독자들이 읽기를 부담스러하면서 시집출판이 줄어들었다.

- 그런데 시가 어렵다거나, 쉽다는 것이 시의 변별기준이 될 수는 없다. 1922T.S. 엘리어트의 황무지가 그러하다. 처음에는 이해 불가하고 어렵고 난해하여 감당이 되지 못하였지만 현대의 대표적인 시로 지금도 사랑을 받고 있으며, 21세기 현시대를 드러내 밝힌다. 1980년 초에 등장한 이성복은 2회 이수영상을 받았는데 어려웠고 충격적이었는데 반성과 성찰, 언어와 시에대한 본질에 물음을 던진다.

                박용숙이 추천한 윤곽들(김원경,48p)

- 경계가 나뉘어 지지 않고 분명하지 않다. 강 물이 흘러가고 바람이 이리 불고 저리 부는 것처럼 모호한 씁쓸함이 있다.

- 시를 읽노라면 그 시가 묘사하는 곳에 와 있는 듯하여, 그렇게 동참한다.

- 제목이 시적이지 않은데, 또 윤곽이 아니라 윤곽들이라고 하여 이미지화 하였다. 윤곽들이 드러나는 경계를 묘사하고 있는데, 눈에 보이는 것들, 고정되어 있는 것들에서는 이 윤곽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윤곽이 잘 드러나지 않는데, 60 이상 나이에서는 윤곽이 드러난다.

-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경계라고 하지 않고 윤곽이라 했다. 새로운 시적 개념이다. 바닷가에 가만히 서 있으면 시간이 흐르면서 그 윤곽이 계속 변하는데, 경계들이 지워지며 모호해 진다.

- 윤곽은 영어로 outline인데, 얼굴 윤곽은 인식 불가이다. 면과 선이 만나는 데 경계가 사라지면서 윤곽이다. 묘하다.

-섬진강 끝 남해와 만나는 그 자리에 서 보면 . . . 물이 들어왔다 사라진다 이제 올 시간은 아무것도 없다삶의 윤곽은 그렇게 왔다 간다. 그래서 한 번 뿐인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윤곽은 한 번 윤곽으로 만났다가 사라지면 더 이상 올 시간은 아무것도 없다

                박현미가 추천한 산색(山色, 손택수, p106)

- 요즘 시 갖지 않다. 멋부림이 없다.

- 하루에 몇 번 밖에 안다니는 고기리 마을 버스를 타면 머내에서 마을로 구불구불 낙생저수지를 넘어서면서 뒤에 펼쳐진 산들이 4계절 뿜어내는 산 색을 느낀다. 그러나 지금은 마을의 길이 직선이 되어 차가 빨라 산색을 느끼기에는 너무 경직되어 있다. 재미 없다. 집에서 산의 7, 8부능선에 안착해 있는 무덤들을 보노라면 이 시인의 느낌이 온다.

- 저 색을 무어라 불러주어야 하나 능선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 . . ‘있는데, 틀림없이 없는 . . .’ 인생은 나이들어 넘어 가버리면 사라지는데, 우리 젊은 글쎄다 맴버의 젊은 분들은 지금 한 창 전성기이며, 생이라는 산색이 뿜어 져 나오는 때이다.

-45세 쯤에 유럽 여행을 갔는데, 산이 안보였다. 우리나라는 온 통 산, 그리고 무덤. 유럽은 산이 없어서 교회 뒷마당이 무덤인데, 이 시에서처럼 우리는 뒷 산의 산 모양처럼. . . 시의 노인도 산에 묻혀 산색이 되어버림. 색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공()의 세계에 묻힌다. 우리의 삶 역사는 지형을 닮아 구불구불, 굽이굽이, 고비고비 하다.

-시외 시 너머(P108, 시인의 산문): ()의 사()이기도 하고 집이나 관청의 뜻을 갖고 있기도 하다. . . 일상적 요소 위에 비일상적 요소가 더해진다. . .언어는 부재하는 것들과의 교감을 통해 신생이다. 말씀 언()에 절 사(). 시야 말로 비유를 쓰더라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비유를 써야한다. 그게 어렵다. 예를들어 서정주 시인의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이 메타포를 다시 가져다 쓴다면 그것은 작품이 아니구 상품이다. 그래서 시는 성스럽고, 무엇이든 처음이어야 한다. 어느 시든지 사원()을 모시듯이 새로운 표현, 이미지. . .그래야 오롯이 시인이다. 시인을 대접하지 않는 나라는 망할 수 밖에 없다. 영국은 셰잌스피어를 인도와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 영국이 11세기 전에는 문학적으로 후진이었는데, 셰익스피어의 등장으로 영어가 탁월한 언어가 되었다.

                 봄바람이 추천한 궁남지를 떠나가는 연잎 행렬을 거슬러 걸으며(김형수, P70)

-언젠가 궁남지에 갔을 때 화려하게 잘 보존되어 볼 거리는 많았지만 퇴락한 역사를 바라보는 봄의 밤은 차가웠다. 신발은 왜 자꾸 벗겨지나 몰라/나는 자꾸 무성한 날을 돌아본다: 내가 자꾸 그러는 것 같다.

-좋은 시임에도 아쉽다. 좋은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다. 더 감추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드러나 있다. 마지막 단락의 욕망에 내리는 천형은 굳이 없어도 좋을 텐데, 너무 정형화 된 느낌이 든다. 너무 메시지가 선명하다.

                 안홍택이 추천한 입석(문태준, P78)

-아파트 생활과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시골 마당 돌 하나, 나무 한 그루. 원래 입석은 신앙의 대상. ‘입석리라는 마을 이름도 있다. 통상 마을에 솟아 있는 돌은 남근숭배 석. 석공이나, 석상예술가는 돌에서 조형하고자 하는 형상이 돌의 결, 감촉에서 느껴진다. 돌과 나무와 바람과 햇볕이 서로 교감한다. 돌 옆으로 사람이 지나가면 돌이 놀라서 숨을 멈춘다는 심층 생태적인 표현이 있는데, 그러한 자연의 교감을 무탄트에서 읽는다. 너무 쉽게 의인화한 것 같아, 읽으면서 시인에게 속은 느낌이 든다. 정성스럽고, 섣부르지 않은 표현에 설득이 된다. 불교적인 시선이 따뜻하다.

                  이은영이 추천하는 

측은하고, 반갑고(한영옥, p220)

-말실수에 따갑지 않고, 놓친 말 표현에 본심이 아닐거야 하는 고마움. 때 아니게 피어난 꽃처럼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읽혀진다. 착한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는 시이다.

 불에 대하여(황규관, p232)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 이래 인간은 신의 질서, 자연의 질서를 거역하며 한 웅큼의 불을 더 얻으려고 욕망을 불태운다. 이 전 굴뚝과 구들이 있는 시골집 구조는 밥도 해 먹고, 난방도 하며 불을 최소한으로 활용하며 살았다. 남에 집에 있다가도 똥이 마려우면 자기 집 뒷간에 가서 볼일을 볼 정도로 자원이 부족해 최소한의 자원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뒷간 아래에서는 돼지가 인분을 먹으며 자랐고, 소나 돼지 똥은 말려서 난방에 활용하고, 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좌 청룡, 우백호라고 굽이굽이 마을을 돌아 강으로 흘러가며 저수지에 물을 가두어 농사에 사용하는 천수답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도시 아파트는 물이 바로 하천으로 흘러간다. 농촌 마다 다락논에 고인 물은 시골 마을의 물탱크

                강민석이 추천하는 테라스(남지은, P74)

-한계, 경계가 싫다. 컵이라고 부르는 순간 그 경계가 살아난다. ‘사랑한다고 말할 때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경계가 그어지는 것이 싫다. 내 속 마음을 표현하기는 좀처럼 어렵다. 내 생각이 표현이 되지 않는다. 이 시 테라스는 그렇게 언어의 경계를 맛있고 아름답게 표현한 것 같다. ‘난간-미묘하다. 벽이 아니고 난간이다. 경계인데 불안하다. ‘아는 손/알지 못하는 손’, ‘낮도 되고 밤도 되는. . . 모호하게 표현되며 안과 밖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괜찮아? 춥지 않겠어?. . .’누군가 같이 있어 주는 내용인 것 같은데 읽어보면 남녀의 관계도 아닌, 찻잔과 내가 겹쳐져 구분되지 않는, 시인의 절묘한 줄타기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지?”- 이런 질문은 나쁜 질문이다. ! 그렇구나. 그런 마음이구나. 산문으로 표현될 수 없는 시인의 마음이 읽혀진다. 그래서 이 시가 좋다.

-난간이라는 시어, 이미지. 제목으로는 재미가 없는데, 테라스라고 하고 첫 연에서 난간이라 한다. 시선은 난간에 두고, 제목은 테라스이다. 난간을 걸치며 아슬아슬하게 울타리를 넘어가는 화초이다. 이미지의 긴장감이 압도적이며, 그 긴장감을 시 전체에서 놓치지 않고 있다. 마지막 구절에서 식물들이 난간을 벗어나라고 하며 딱 모질게 끊어버린다. 독자로 하여금 이 시를 읽으며 느끼는 감각으로 밖도, 안도 아닌 경계를 긴장감으로 다가오게 한다. 그 운영이 현란하다.

-'자기를 망친 결벽'-전체적으로 절벽으로 잘 못 읽히기 쉬운데, 시인의 의도인 것 같다. 거기서 오는 절묘함이 느껴 온다. 자기를 망친 결벽자기를 탓하는 듯한데, 아래 연에서 타인을 탓하면서도 나인지 타인인지가 모호한 것이 좋다. 결벽이 단어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해석이 많아 한참을 머물러 있었는데, 시어로서 참 좋은 선택이었다. 사전적 정의로 결벽은 질환, , 등 결코 병적인 개념은 아니어서 야릇한 느낌인데, 식물의 이야기로 끝이 나서 좋았다. 뿌리는 난간 안쪽에 있는데 줄기는 벽으로 뻗어 나간다. 그래서 결벽’, 식물을 상징으로 비유하여 편집적인 결벽을 넘어 간다. 난간 안에 있으면서 밖에 있는 그래서 허공에 떠있는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할까. . .

-테라스는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 집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데, 문화 생활을 할 수 있는 평안하고 걱정 없는 안온한, 이 전에는 중산층 이상의 집 창에 있는 주거 형태이었는데, 이제는 일반적이 된 공간이다.

-나를 놀라게 한 시이다. 긴장감을 준다. 난간은 테라스와 다른 의미인데 테라스라고 제목을 정하여 시적 공간에서 테라스와 난간이 만난다.

-‘옆사람추워서 곁에 온 사람의 옷이 걸려 같이 덮는다. 화자가 누구인지 몰라 타인과의 경계가 무너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따뜻함이 느껴지면서 결벽이 무너진다. 난간에 기대어 자라던 식물이 난간을 벗어나쏟아져도 괜찮아와의 연상을 통해 그 모든 경계가 와르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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