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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은 1대1로 대결하는 예술… 떼거리로 하는 게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하늘기차 | 2017.08.19 13:30 | 조회 989


                文學11로 대결하는 예술떼거리로 하는 게 아니다

[어수웅의 Dear 라이터]

산골에서 50년 마루야마 겐지

예술가는 자유로운 영혼책은 혼자 읽고 혼자 쓰는 것

국가가 채찍치면 저항하고, 사탕주면 거부해야

"앞으로 10년간 내 책 100권 모두 다시 쓰겠다"

"문학은 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갈한 뒤 고향 산골에 파묻힌 게 1968. 나가노현 시나노오마치역에 도착한 8, 일본 문단의 기인(奇人)은 자신의 트럭을 몰고 우리 일행을 마중나와 있었다.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74). 칠순이 훌쩍 넘었어도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고 포효하는 고집불통 작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마을을 둘러싼 3000m 준봉의 소위 '일본 알프스'는 넘지 못했던 것일까. 일본 전역에 태풍 경보가 내려진 날이었지만, 마을은 고요했다.

1967, 당시 역대 최연소였던 스물넷에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문재(文才). 하지만 문단과 발을 끊고 홀로 자신과 대적하겠다며 이듬해 바로 낙향. 올해가 50년째다. 운전대를 잡은 작가에게 그 대목부터 물었다. "(껄껄 웃으며) 오에 겐자부로(82)와 이시하라 신타로(85)는 등단할 때 학생이라 뭘 몰랐지. 하지만 나는 샐러리맨 하면서 이 상을 받았다고. 출판사들이 오미코시(가마·神輿)에 태워 '잘한다, 잘한다'며 구름 위로 띄워주더군. 그러면서 TV에 나가라, 이 주제로 써라, 참견해 대고. 하지만 부도 직전 회사에서 사회의 쓴맛, 단맛 다 본 내가 속을 것 같아? 소설가는 연예인이 아니라고. 글은 혼자 쓰는 거야!"

노벨 문학상 작가, 도쿄 도지사까지 지낸 선배도 이 '독설의 제왕' 앞에서는 추풍낙엽이다. 곡선 주로와 경사 급한 산길도 20대처럼 격렬하게 운전한 지 10여 분. 300평 정원과 텃밭이 감싼 그의 3층 단독주택에 도착했다. 노부부만 사는 집이어서일까. 실내 엘리베이터가 있다. 하지만 그는 3층 버튼을 누른 뒤 손님만 밀어넣었고, 쿵쾅쿵쾅 계단을 뛰어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자, 팔뚝에 힘줄이 불뚝 솟은 칠순의 작가가 객을 맞았다.

 

   
부풀어오른 힘줄과 핏줄, 그리고 늑대의 눈빛. 평생 100권을 쓴 작가, 300평 정원을 홀로 관리하는 프로 정원사, 대중목욕탕에서는 종종 야쿠자로 오해받기까지. 외모만으로는 마루야마 겐지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흙 묻은 삽과 예각으로 세운 사다리, 그리고 근육 단련용 완력기 걸린 자신의 집 창고 안에서, 70대의 근육질 작가가 8일 팔짱을 꼈다. / 시나노오마치(일본)=사진작가 가즈시 히로세

(웃으며) 이럴 거면 왜 엘리베이터를.

"정원을 넓히려고. 원래 2층으로 집을 지으려 했는데, 내가 원하는 집 건평과 정원 평수의 갈등을 해결하려면 건축가가 3층으로 올리라더군."

고희를 넘었는데, 뱃살이 안 보인다.

"정원 일을 나 혼자 하니까. 300평이다. 프로 정원사치고 배 나온 사람 본 적 있나."

산골로 들어온 지 50년째다. 후회는.

"단 한 번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노인은 병원 갈 일도 많지 않으냐고 묻자 껄껄 웃으며) 걱정 마라. 구급차 부르면 10분이면 온다. 그런데 한 번도 부를 일이 없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이 작가의 화두는 '자립'이다. 가족, 직장, 국가로부터의 자립. 자유는 거저 얻을 수 없으며, 목적 없이 사는 자는 목적이 있는 자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정글의 세계관이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도 당신처럼 '진정한 자립'이 가능할까.

"뭔가를 이루고 싶다면, 독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가족, 직장, 나라에 의존하며 살다보면, 내가 왜 사는지,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된다. 그러다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엄살이나 피우고. 인간이라면 목적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간단한 목적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 이룰 수 있는 궁극의 목적."

당신에게 그 목적은.

"궁극의 소설. 이 책 하나만 있으면 다른 소설은 필요 없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계속 쓴다."

지금까지 그가 쓴 책은 장·단편 소설과 산문집을 합쳐 100여 권이다. 하루의 사이클을 물었다.

"새벽 4시 기상. 간단하게 삶은 계란 두 알로 아침을 먹은 뒤 내리 3 시간 쓴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명절도 없다. 스물세 살부터 계속해온 50년째의 글쓰기 습관이다. 내가 100권 넘게 책을 쓸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다음에는 정원에 물을 주고 꽃과 나무를 가꾼다. 인간의 뇌는 두 시간 넘게 같은 일을 하면 지루해한다. 비가 오면 물 안 줘도 되니까 낮잠 자고, 겨울에는 눈을 치운다. 10시에 잔다."

문단과는 여전히 발을 끊고 지내나.

"문학은 인간의 본질을 묻고, 세계와 일대일로 대결하는 예술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일본 문학은 '()소설'이다. 마누라가 어쨌다는 둥, 와인이 어쨌다는 둥, 나는 이렇게 괴롭다는 둥근본적 고민이 없다. 그런 소설은 벽장 속에 넣어두고 저 혼자 읽어라. 다들 나르시시스트투성이였다."

(조심스럽게) 누가 대표적이냐고 묻는다면.

"(크게 웃으며) 일본 문학의 3대 나르시시스트가 있다. 다자이 오사무(1909~1948), 미시마 유키오(1925~1970),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68). 다들 망상을 가지고 쓰더군. 하루키 초창기 소설을 좀 읽어봤다. 이제는 읽지 않는다. 나르시시즘의 전형이지. 평범에 미달하는 남자가 미녀에게 둘러싸여 늘 사랑을 받더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꿈이다. 작가의 콤플렉스지. 읽는 독자도 마찬가지고."

너무 오만한 발언 아닐까.

"(다시 크게 웃으며) 오만이 없다면 이렇게 산속에 들어와 글을 쓸 수가 없지."

미움받기를 즐기는 것 같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하지만, 내 생각과 맞지 않으면 교류하지 않는다. 문학의 언어는 일상의 언어와 다르다. 그런데도 착각한다. 구어(口語)의 연장 혹은 확장이 문학의 언어인 것처럼. 시나리오나 드라마 잘 손질해서 출판하는 게 문학이 아니다. 외국어를 네이티브처럼 구사하거나, 피아노를 쇼팽 수준으로 연주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문학은 영화처럼 모두 함께 보는 장르가 아니다. 책을 어깨동무하고 함께 읽을 수 있나. 혼자 읽고, 혼자 쓰는 거다."

 

   
트럭 위의 겐지. 왼쪽에 문패가 보인다.

트럭 위의 겐지. 왼쪽에 문패가 보인다. / 시나노오마치(일본)=사진작가 가즈시 히로세

비판 말고, 칭찬도 해 보자. 당신이 가장 영향받은 문학은.

"멜빌의 '모비딕'. 스케일이 다른 작품이다. 단순히 문학이 아니라 인간과 우주에 대한 철학이 들어있다. 시는 월트 휘트먼의 '풀잎'이다. 각각 소설의 정점과 시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을 꼽자면 니체가 있고."

두 살 연하라지만 역시 70대인 작가의 아내가 직접 차와 과일을 접시에 담아 방으로 들어온다. 역시 엘리베이터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를 낳지 않은 부부의 부양가족은 잉꼬 몇 마리가 전부. 키우던 개도 얼마 전에 저세상으로 갔다. 이 고독한 작가는 적지 않은 소설가들이 '아르바이트'로 활용하는 TV 출연, 강연, 잡지 기고도 하지 않는다. '높은 산을 오르려는 자에게 자연광 이외의 빛은 걸림돌일 뿐'이란 이유다.

소설만 써서 먹고사는 게 가능한가.

"얼마 전에 젊은 문인들이 우리 집에 찾아온 적이 있다. 이렇게 말했다. 희망은 없다고 생각해라. 예술은 모두를 위한 게 아니다. ? 명예? 그 때문에 소설을 쓰겠다면 그만둬라."

예술가가 무엇이길래.

"식물로 비유한다면, 예술가는 음지 식물이다. 비료를 너무 많이 줘도, 빛을 너무 많이 쪼여도 죽는다. 비료는 돈, 빛은 명예. 둘만 추구하면 몹쓸 예술가가 된다. 그러다 나자빠지는 인간들, 주변에서 여럿 봤다. 하나 더. 국가와 권력에게 예술가가 꼬리를 흔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돈과 명예 추구보다 더 중요하다."

 

   
정원의 겐지. / 시나노오마치(일본)=사진작가 가즈시 히로세

정의로운 권력, 정의로운 국가라면 지지할 수 있지 않나.

"(코웃음을 치며) 정의로운 국가 권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독립된 존재, 자유로운 영혼이어야 예술가다. 국가가 채찍을 내리치면 저항해야 하고, 사탕을 주면 거부해야 한다. 예술가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감동을 줄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된다.”

그의 산문집 제목에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나는 길들지 않는다가 있다. 70대 중반에도 여전히 핏대와 힘줄로 승부하려는 야성의 작가. 하지만 그의 포효가 시대착오는 아닐까. 저성장과 불투명한 미래로 힘들어하는 청춘들에게, 혹시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닐까. 그가 미안하지만이라며 다시 코웃음을 친다. “힘든 거 안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 사는 인생. 사회에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개미와 개구리를 관찰해보라. 정말 열심히 산다. 곤충과 양서류도 그렇게 최선을 다하는데, 인간이랍시고 대충 살면 되겠나.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살아야 인간다운 삶이다. 돈 많은 집 자식이라고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줄 아나.”

그의 고향 마을로 가는 도쿄발 신칸센은 하루에 한 번뿐이었다. 하지만 이날 아침 730분발() 시나노오마치행 신칸센은 만석. 어쩔 수 없이 30분 일찍 출발하고 한 번 갈아타야 하는 기차를 타야만 했다. 덕분이랄까. 열차 안에서 도쿄 신문의 마루야마 겐지 기사를 읽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쓴 100권의 책을 모두 새로 고쳐서 전집을 내겠다는 사자후(獅子吼)가 그 안에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 대목을 물었다.

이 나이에 모든 책을 새로 쓰겠다니.

나이를 먹을수록 더 좋은 문장을 쓸 수 있으니까. 왜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쓰는지 아나. 향상과 발전을 위해서다. 사격선수도 마찬가지 아닌가. 다섯 발이든, 열 발이든, 매일같이 훈련한다. 단순히 실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일주일 정도까지는 쉬어도 괜찮을 거다. 하지만 향상을 꿈꾼다면 매일 써야 한다. 내 문학 인생을 멀리뛰기에 비유한다면, 지금까지의 50년은 도움닫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점프를 할 때다. 앞으로 10년 동안 100권을 모두 고쳐 새로 내겠다. 홋카이도의 한 출판사와 의기투합해 벌이는 작업이다. 그 출판사 사장이 75세다. 우리 둘의 나이를 합치면 150. ‘이 일을 끝내기 전에 하나라도 죽으면 안 된다고 합의했다. 이제는 수명과의 전쟁이다.”

육체는 비록 늙었어도, 정신의 젊음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특질이며 특권이라고 했다. 지금까지의 작가 인생 50년이 도움닫기에 불과했다니. 핏줄과 힘줄이 동시에 부푼 팔뚝으로 그가 다시 트럭 운전대를 잡는다. 도쿄행 기차 출발 시각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태풍은 여전히 산골 마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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