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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 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강대식 | 2006.07.04 20:21 | 조회 1242
식구, 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김별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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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 저자의 가족에 대한 가치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가족의 원칙 하나는 미래에 저당 잡히지 말것, 둘은 행복의 형식을 다양화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혼자서도 행복하고, 헤어져서도 행복하고, 다시 만나서도 행복하고, 상처와 장애와 실패와 절망 속에서마저 행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행복한 신가족>이 배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목차를 보면 어떤 책인지 알수 있다고 했는데 이 책이 그랬다.

좋은 책만 선별해서 분류코드를 정성스레 붙이고 키 높이에 맞게 가지런히 꽂아둔 책장을 보는 듯하다.

1. 가족, 그 끈끈한 인연

2.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3. 당신과 내가 만나야 했던 이유

4. 아내 며느리 엄마 그리고 여자

5. 너를 처음 만났던 눈오는 날을 기억한다.

가족은 구원 또는 상처일 수 있으며, 도덕과 신념을 넘어선 피붙이의 끈끈함이 있지만, 한국 사회의 가족-다른 이름으로 식구(食口)-와 밥상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넌지시 암시한다.

가족창생(家族創生), 이상적인 이혼 생활, 히키고모리등을 언급하면서...



1장에 있는 부부싸움 이야기가 재미 있다. 물론 나는 저자의 남편을 지지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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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내게 소리쳤다.

"내가 밖에 나가서 얼마나 힘든지 네가 알기나 해? 만날 집에 들어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제에!"

오오오. 순간 내 심장에는 '아.무.것.도.하.지.않.는'이라는 말이 은빛 탄환처럼 날아와 박혔다.
그 한마디에 나는 보름달이 뜬 밤의 늑대 인간처럼 발광했다. 그럼 도대체 내가 집에서 하는 일들은
다 무언데? ...중략...

생각보다 훨씬 엄청난 후폭풍에 당황한 남편은 입에 거품을 물고 항의하는 내게 더듬더듬 항변했다.

'네. 네가... 나한테 아침밥 한 번 제대로 차려준 적 있어?"

아, 그것이었다. 아침밥. 전설 속의 그 아침밥. 식구들이 아무도 깨지 않은 새벽, 홀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나 가마솥에 불을 피워 정성껏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채로 밥상에 올리던 그 아침밥!
어머니의 피와 살 같은 정성과 희생의 아침밥!

집 안팎의 온갖 사소하고 궂은일에 너덜너덜해진 일상을 떠안고도, 그런 엄청난 아침밥을 제대로
차려 바치지 못한 여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나 진배없는 것이다. '아침밥도 차려주지 않는다'는
아내의 나태함과 불성실을 꾸짖는 남편들의 고정 레퍼토리다.

도대체 아내와 엄마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철부지들에게 무슨 비판과 충고가 필요하겠는가.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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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재미있게 쓰느라 좀 과장이 된 듯하다.

요즘 남편들은 집안일 많이 도와 주고 있으며 맞벌이일 경우는 반반나눠서 하는게 맞다. 저녁에 미리 예약취사 눌러놓고 국은 끓여 놓은거 데워 주면 아침밥이 그리 거창한 희생은 아닐 텐데...

저자는 아내와 엄마조차 구별 못한다고 남자들을 비웃지 말고 성심껏 하지만 영리하게 출근하는 남편 아침밥 차려 주시길 바란다.

아침밥은 남자들의 환상 같은 것이다. 굳이 애써 깨뜨릴 필요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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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당신과 내가 만나야 했던 이유

<결혼의 이유>
...얼간이, 바보, 짐승 같은 놈들조차 할 수 있는 결혼..... 이것 때문에 인간은 불행해지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한다.

...시시하고 허탈하고 기가 막히지만 결혼 당시에는 왜 내가 결혼을 하는 지 거의 알지 못했다.

<누구와 결혼할까?>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미모도 키도 대머리도 상관없다. 경제력과 집안은 얼마간 영향을
미치겠지만, 온전히 그의 것이 아닌 이상 절대적인 것이 될 수 없다. 성격은 매우 중요하지만 마냥
착하고 순한 성격보다는 상대와 가치와 이상을 맞추어 갈 수 있는 합리성과 상식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전혀 영양가도 없고 교훈적이지도 않은 나의 결론은, 누가 누구와 결혼하게 될 것인가는
결국 운에 가깝다는 것이다.

...결혼은 아무리 따지고 골라도 90%정도 운이다.

<그 후로 10년>
그로부터 10년이 지나자, 그들은 단둘이 카페로 들어가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게 되었다.

... 그러나 그보다 더 결정적인 문제는 단둘이 카페에 앉아서 할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그와 함께 사는 이유>
...남편에게 결혼 10주년 축하 엽서를 썼다. "지난 10여년간 사랑 때문에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우정으로 노력하며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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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을 보면서 가슴 뜨끔한 대목이 있다.

한국 남자들은 대부분 효자라고 비꼰 것인데, 엄마를 위해 설거지 한 번 한 적 없는 게으른 아들들이 결혼을 하면 갑자기 우리 엄마가 불쌍해지고 엄마가 했던 일을 모조리 아내에게 떠맡기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 몇 번인가 해 보고 그 이후로 나도 역시 게으른 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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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매우 특별한 가족>

'아침 저녁 서늘하니 내 가슴도 서늘하다'며 여름이 지나기도 전에 추석 명절에 대한 노이로제를 호소하는
주부들과, '시'자가 들어간 것들은 모두 끔찍해서, 시금치, 시래기, 시루떡도 먹지 않는다는 여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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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싫을까? 참 이해 안되네...



마지막 5장은 저자와 100% 공감한다. 아이에 대한 사랑이 넘치고 육아에 대한 의견이 통쾌할 정도로 분명하다.

아이의 자립과정을 압축해 표현한 글은 또박또박 적어둘 만하다.

>> 젖먹이 아이에게서는 몸을 떼지 말 것

>> 어린아이에게서는 몸은 떼되 손은 떼지 말 것

>> 소년에게서는 손은 떼되 눈은 떼지 말 것

>> 청년에게서는 눈은 떼되 마음은 떼지 말 것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고, '까마귀 노는 물에 백로야 가지 마라'한 것처럼 똑똑한 엄마들의 육아 프로젝트에 물들지 않으려면 아예 8학군 근처는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하겠다.

교육학 책 열 권을 읽으며 애써 다잡았던 마음이 옆집 아줌마와 십 분만 수다를 나누면 와장창 무너진다는 말은 무섭기 그지없다.

너무 똑똑하고 너무 헌신적이고 너무 희생적이고 너무 열성적인 똑똑한 엄마들의 투철한 의지와 정보 앞에 당해낼 장사 없다.

아이들이 백지 같아서 무엇이든 그려넣을 수 있다는 생각은 크게 잘못되었으며 "아이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밑그림을 가지고 있고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그게 어떤건지 가만히 살펴봐 주는 것뿐이다"라는 정신과 의사의 말이 진리라고 믿어진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가정은 '좋은 아이'를 제조하는 곳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들으니 속이 다 시원해졌다.



뭐든지 다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고 애쓰지 않아야 하겠다.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보살펴 주되 생활의 중심은 아이에게 두지 않고

문화와 예술을 자주 접하고 즐길수 있게 해 주고 싶다.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고

어려움을 당했을 때 견뎌내는 힘을 키우고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는 아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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