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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오 빠스의 시론, 또는 시적 잠언

박경장 | 2006.12.09 12:14 | 조회 1436
김현의 비평문학에 미쳐서 한 해를 보내다가, 옥타비오 빠스의 시문학 비평에 돌아서 한 철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다섯 번째 '글쎄다' 모임에서 현대시를 읽는 데 도움이 될까하고 멕시코 시인이자 문학비평가인 옥타비오 빠스
<활과 리라>와 <흙의 자식들>을 읽다 노트해 두었던 그의 시론에 관한 그리고 삶에 대한 시적 잠언 몇 구절을
다시 옮겨적어봅니다.

"시는 이 세계를 들어내면서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
"시는 색깔이고 소리이면서 의미이기도 한 말로 이루어지는 애매한 존재이다."
"말들은 규정을 거역한다."
"시어는 관계를 형성하며 일어선다. 시는 일어선 언어이다."
"삶을 소재로 시를 쓰는 것보다 삶 자체를 시로 변화시키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은 아닐까?"

"단어들도 사랑한다" -부르통 재인용-
"모든 언어 현실의 밑바닥에는 리듬이 존재한다. 단어들은 어떤 리듬의 원리에 따라 서로 모이고 흩어진다."
"시인은 리듬을 통하여 언어를 유혹한다. 리듬은 기대를 유발하며 어떤 바램을 떠받이고 있다.
리듬은 내용이 없는 단순한 측량이 아니라 방향성이고 느낌이다."
"모든 춤은 리듬이며, 모든 리듬은 춤이다. 리듬에는 이미 춤이 있고 춤에는 이미 리듬이 있다."

"리듬의 반복은 원초적 시간의 초대이며 소환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원형적인 시간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산문은 행진, 시는 춤" -발레리 재인용-
"파운드는 분묘 도굴범의 영웅적 분위기를 가지고 인용들을 끌어 모았고, 엘리엇은 난파선의
유품들을 거둬들이는 사람처럼 인용들을 정돈하였다. 파운드의 작품은 우리를 아무 곳에도
데려가지 않는 여행이며, 앨리엇의 작품은 조상의 집을 찾는 탐색이다."
"말의 가치는 말이 숨기고 있는 의미에 있다. 대상은 말 너머에 있다."

"어떤 교리도 설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짜 교리를 설하는 것이다."
"근대 예술의 비판은 근대성이 지향하는 직선적 시간에 대한 부정이었고,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이었다.
이러한 부정을 통하여 예술은 지속되었다."
"자본주의가 인간을 기계로 취급했다면, 후기 산업사회는 인간을 기호로 취급한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영원과 미래를 생각해냈지만, 이것이 바로 치명적인 함정이었다.
'지금'은 우리를 우리의 현실과 화해시킨다. 우리의 현실이란 우리가 죽는다는 것이다. 오직 죽음 앞에서만
우리의 삶은 진실한 삶이 된다."

"자연은 창조하고 예술가는 인식한다."
"시는 부분들간의 유사성과 대립성의 상호 보완적인 운동에 의하여 움직이는
-감동(서로를 느껴(感) 움직이는 (動) 총체다."
"시장은 이념을 갖지 않는다. 시장은 가격만을 알 뿐, 가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18세기 기하학적 균형을 부순 낭만주의가 번갯불의 섬광아래 탄생했을 때부터
우리 시대의 황혼녁의 혼돈에 이르기까지 시는 고집불통이고 완강한 이단이 되어왔다.
그것은 지그재그의 쉴새없는 운동이고 모든 이념과 종교에 대한 끊임없는 반란이며,
동시에 비천한 현실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이고, 독단적인 신앙과 이성주의의
관념론적 공론에 대한 항거였다. 시, 그것은 근대성에 파문을 일으킨 돌이었다."

"모든 예술, 특히 미술과 조각은 형체를 가지고 있는 물건이어서 간수할 수 있고 팔 수도 있고,
또한 투기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림과 반대로 시는 어떤 형상도 무늬도 없으며 단지
독자들에게 말의 주문을, 청자들에게는 심적인 이미지들을 불러일으킨다. 시는 귀를 통해 듣지만
상상력을 통해 본다. 그 이미지들은 이중적인 침묵이어서 생각이면서 형태고 소리이면서 침묵이다."
"시는 기술과 시장에 대한 해독제다."

"우주는 유사성과 대립성으로 짜여진 살아 있는 그물이다. 시의 작용은 언어를 끌어당김과 밀어냄이라는
두 흐름에 의해 흘러가는, 살아 있는 우주로 인식한다. 언어 내에서는 천체와 세포 간의, 입자와 인간간에
투쟁과 사랑 그리고 뭉침과 흩어짐이 재생산되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젠가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던져서 그에 대해 답할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는 질문에 대답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신은 우리에게 첫 구절을 베풀어 줄 뿐이다(발레리 재인용). 그것을 완성하되, 첫 구절에 육박하도록
써내야 하는 것은 오로지 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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