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View Article

천개의 찬란한 태양

장혜정 | 2008.06.24 10:39 | 조회 1209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마리암’과 ‘라일라’ 라는 두 여성을 통하여
‘아프가니스탄’을 부분적으로나마 돌아 볼 수 있는 책이다.

작가인 ‘호세이니’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미국 이민자로,
이민 세대 들이 자신들의 빈곤 탈출과, 본래 조국에서 가졌던 지위 복귀(?) 의 일환으로
흔하게 선택할 수 있는, 피눈물 나게 공부해서 성공한 케이스로 보여지는 인물이다.
그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무언가를 따로 시간 내어 하기에는 너무나 바쁜 의사가 직업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조국의 이야기와 이민자로 살아가는 삶을
한 소년을 통하여 담담하게 그려 내었던 첫 소설이 그를 일약 소.설.가 라는 타이틀을 쥐게 했고,
이 번 두 번째 소설을 통하여 그는 몇 개의 작가상 수상과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칭호까지 얻게 된다.

흔히 테러나 알카에다, 탈레반, 911사태, 빈 라덴 등등의 험악한 세계 뉴스의 중심에서나 거론 되어 지는,
두 눈동자만 빼꼼하게 내 놓고 온통 온 몸을 휘감은 히잡을 뒤집어 쓴 여자들이 사는 곳으로만
알게 되었던 아프가니스탄.
목숨을 걸고 선교지로 택한 기독교 선교사들의 비장한 소식만 들려오는 나라 정도로만 알게 되었던 그 곳은,
한 세대를 동시에 살아가면서도 소위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물질과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이기적이고 무지한 채, 죽어가는 내 이웃을 돌아보지 않았던 바리새인이나 레위인이 바로
나라는 것을 명백하게 깨우쳐 주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까운 이웃이었다.

예전의 한국과 비슷하게 외세에 쉽게 침략 당하여 오랜 시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음하며,
썩은 권력과 부패 정치가 기승하는 그곳에서의 삶,
특히 힘없는 자들, 여자나 가난한 자들의 삶이라는 것은 참으로 상상의 도를 뛰어 넘는다.

두 주인공 중 하나인 ‘마리암’은 이 힘없는 자들 중 두 부류 모두에 속한 인물이다.
부유한 무슬림의 여러 부인 중에도 못 끼어 결국 마리암을 생산하는 댓가로
유배지와 다를 곳이 없는 곳에서 생활을 이어가는 ‘마리암’의 어머니 ‘나나’는
‘마리암’ 아버지 집의 가정부 중 하나였다.
간신히 두 사람이 생활 할 수 있는 좁은 흙집과 때마다 날라지는 곡식을
그나마도 감사해 하며 살아가야 하는 처지의 두 사람.
그럼에도 ‘마리암’의 아버지는 ‘마리암’에게 있어 아버지로서의
사랑과 온정을 베풀려 노력하는 사람으로 보여진다.
그러기에 ‘마리암’이 15살 생일 선물로 당연히 얻어질 거라 생각했던,
아버지 소유의 극장에서 아버지의 딸로 영화 한 편 관람을 요청하였으리라.

결국, ‘마리암’의 생일은 ‘나나’가 빈정대며 뱉어 내던 ‘마리암’의 딸로서의 존재가치는
참으로 하잘 것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와
‘마리암’에게 ‘나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슬픈 계기가 되고 만다.

‘나나’의 자살로 생애 처음 아버지 집으로 들어가게 된 ‘마리암’은
곧 아버지의 다른 부인들에 의해 나이 많은 남자의 재취로 팔려가야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아버지를 믿었던, 그래서 맘 저 깊은 속 어머니를 경멸했던
‘마리암’의 배신감과 상실감은 아무런 저항 없이 그녀를 순순하게 한다.

15살에 상처한 중년 남자의 아내로, 그래서 아내로서 치러야 하는
많은 생활의 불편한 일들을 감수하며 살아야 하는 ‘마리암’에게 가정은,
그래도 ‘라일라’가 들어오기 전까진 괜찮은 안식처였다.

거의 20년 가까이 나이 차가 나는 ‘라일라’는,
두 오빠가 테러리스트(물론 그들은 조국을 지키는 영웅이라 불렀지만)가 되어
싸움터에서 죽기 전까진,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부모님과 함께 탈출하기 위해
짐을 꾸리다 떨어진 폭탄에 의해 부모님이 죽기 전까진,
먼저 탈출한 사랑하는 남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진,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진 중산층 가정의 사랑 받는 막내딸로 귀하게 자란 여자 아이였다.

그러나 그 모든 악한 상황 속에서도 ‘라일라’에게 있어 가장 참혹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임신한 채, 그 아이를 살리려고
‘마리암’의 남편이 제안한 후처가 된 것이었다.
그래서 한 집에서 두 여자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고,
교묘하고 난폭한 성정의 남편과 당시 아프간의 시대적 변화에 의해
두 여자의 삶은 참으로 고단하고 피폐하게 변한다.
더욱이 ‘라일라’가 두 번째 아이를 낳으며,
그 아이가 진짜 자신의 아이이고 첫째 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남편은, 점점 더 ‘마리암’을 학대하고,
그런 ‘마리암’을 보며 ‘라일라’는 죄책감과 동지의식 속에서
자신의 딸을 ‘마리암’과 공유하게 된다.

그렇게 동지가 되어버린 두 여자.
그리고 감행하게 되는 짐승 같은 남편으로부터의 탈출.
그러나 실패하는 탈출 시도.
그래서 더욱 고통스럽게 변한 남편과의 한 집안에서의 전쟁.
그러다 결국 남편의 손에 거의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매질 속에서
‘라일라’를 구하기 위해 ‘마리암’은 남편을 죽게 한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 ‘나나’ 이후 처음으로 알게 된
끈끈하고 진실한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마리암’은 ‘라일라’와 아이들을
탈출시키고 혼자 고스란히 죄를 뒤집어쓰고 공개 처형을 당한다.

물론 ‘라일라’는 아이들과, 그리고 남편의 거짓말로 죽은 줄 알았던,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회 등등으로 행복한 여생을 맞이하게 되지만,
‘마리암’을 기억하며, 추억하며, 그리고 ‘마리암’을 생각하며
고통만을 안겨 주었던 ‘아프간’으로 용기 있게 다시 회귀하여
전쟁 통에 고아가 된 아이들을 위해 삶을 헌신한다는 것으로 이야기는 결말을 맺는다.

‘아프가니스탄’ 지금도 그곳 어디에서 신음하고 있을 아이들 그리고 여자들.
너무나 편안하다 못해 심심하고 지루하여 별의 별 놀 거리를 찾아 헤매는
이 시대 자유 민주주의 땅의 아이들, 여자들 그리고 우리.

그 참혹한 땅을 위하여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있기에는 지금 우리
너무 게으르고 이기적이지 않은가.
하물며 주님의 사랑으로 구속받은 자인 우리,
이대로 남의 일로만 간주하기엔 그곳이 너무나 처참하다.

선한 사마리안.
결코 성경 안에서 인용 된 하나의 스토리가 아님을,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메시지임을 다시 기억하고 각인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2008년 6월의 추운 어느 날...장혜정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133개(5/7페이지)
문화산책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책과 영화 하늘기차 5779 2005.09.02 16:36
공지 채식주의자를 읽고(66번째 글쎄다... 그냥 꿈이야) 첨부파일 하늘기차 5534 2012.04.10 16:45
51 [책] I do, I do, I do, I do, I do. 강기숙 2037 2008.08.09 22:23
50 [책] 고정희에 의한 고정희를 위한 變奏 박경장 1212 2008.08.01 18:03
49 [책]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3] 한동우 1321 2008.07.29 17:03
>> [책] 천개의 찬란한 태양 장혜정 1210 2008.06.24 10:39
47 [책] 그리스인 조르바 - 산투리와 춤과 여자 [6] 한동우 2246 2008.06.23 19:47
46 [영화] 카모메 식당(갈매기 식당)을 보고 사진 첨부파일 [4] 하늘기차 1894 2008.06.17 11:53
45 [책] <관리의 죽음> 우연이라는 인생 희비극 [8] 박경장 1581 2008.05.26 12:19
44 [책] 이 풍성한 오독(誤讀)의 즐거움 [2] 한동우 1468 2008.05.16 15:28
43 [책] 글쎄다 스무번째, 파우스트 [8] 강기숙 1179 2008.04.07 18:29
42 [책] 상실의 시대 적바림 (이호정) [4] 나리꽃 1266 2008.03.18 23:25
41 [책] 글쎄다_18_적바림 [2] 채현숙 1010 2008.02.14 12:29
40 [책] 글쎄다_열일곱번째 적바림 [1] 채현숙 1426 2008.01.07 18:45
39 [책] 글쎄다 열여섯번째_적바림 [212] 채현숙 1548 2007.11.26 10:26
38 [영화] 글쎄다 15번째 적바림 [3] 하늘기차 1350 2007.11.21 09:08
37 [영화] 글쎄다 14 번째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1116 2007.09.11 08:48
36 [책] 열세번째 글쎄다 _ 이제 스스로 걸을 수 있다? [1] 한동우 1131 2007.08.06 14:47
35 [책] 글쎄다_12_사진_04 사진 첨부파일 [1] 채현숙 1014 2007.07.21 01:50
34 [책] 글쎄다_12_사진_03 사진 첨부파일 [1] 채현숙 1148 2007.07.21 00:48
33 [책] 글쎄다_12_사진_02 사진 첨부파일 [1] 채현숙 1256 2007.07.21 00:12
32 [책] 글쎄다_12_사진_01 사진 첨부파일 [50] 채현숙 1129 2007.07.20 0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