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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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과 매잡이

하늘기차 | 2008.11.05 13:51 | 조회 1258
하, 하, 하 처음 내가 생각했던 분은 이청준님이 아니었다. 최인훈님이었다. 광장을 생각하고 기억에도 이미 잊혀진 광장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어렴풋한 마음으로, 박경장님한테 “그 왜 있지요, 그 분, 우리 한국의 대표적 소설가요!”했더니, 거침 없이 바로' 아! 이청준님이요!' 한다. 그래서 그 분이 그 분인줄 알았다. 이청준, 최인훈 전혀 이름이나 억양에 접근성이 없는데도 나는 이청준님이 내가 다시 읽으려고 했던 최인훈님인줄 알았다. 이것이 비밀 스토리이다. 나의 사람 인식 능력이다. 그래서 이청준님의 글을 접하게 된 것이다. 박경장님께 감사^^

두 가지 작품이 참 인상적이었다. 지하실과 매잡이이다. ‘지하실’은 우리의 감추어진 아픔이 언제든지 항상 다시 우리들의 삶의 한 복판에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면에서 ‘그 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도 마찬가지다. 국민 모두가 달아 올랐던 그 빨간 색 속에 묻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엉거주춤은 지울 수 없는 우리의 한 모습이다. 그런데 지하실은 참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작은 어느 마을이 남과 북의 이데올로기를 품어 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데올로기 이야기가 나오면 남과 북이 싸우고 희생되고 그 아픔에 견딜 수 없어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런데, ‘지하실’에서 주인공은 윤호에게 자기 가족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밀 부엌 지하실을 보여주며 비밀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가족들만 자기들만 아는 비밀 지하실이라고 생각하지 이미 마을 사람들은 그 비밀 지하실을 모두 다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 중 종가 어른이 쫒기어 묻지도 안고 지하실로 숨어든다. 그런데 윤호 아빠가 위원장이 되어 종가 어른을 체포하려고 부엌 지하실로 찿아드는데, 아니 사람을 찿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이 숨어있는 곳을 오히려 덮으며 ‘아무리 찿아도 이 곳엔 없군’하며 다른 곳으로 사라지는 모습 속에서 마을 공동체의 말 없는 감싸는 모습을 본다.

중간에 윤호 아빠가 또 한 번의 이데올로기 바람이 휘몰아 칠 때 미리 숨어있던 지하실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에 주인공은 소스라친다. 윤호 아빠는 그대로 마을 회의에 나가 사형을 당한다. 아! 이 의연함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주인공의 가족을 지켜주려고 스스로 걸어서 죽음의 길로 간다. 그렇지 이렇게 해서 마을이 지켜지는 것이로구나. 하여간 ‘지하실’을 통해 아름다운 공동체, 모든 것을 품는 공동체의 모습을 보았다. 따뜻한 글 넘 좋았다.

‘매잡이’는 너무 처연하다. 사라져가는 것들의 아련함. 그리고 그 사라짐을 자기 삶 깊숙이 받아들이며, 이전의 아름다움, 영광을 품고 사라져 간다. 이 글을 읽으며 두 가지가 떠 올랐다. 하나는 강령탈춤이다. 참 위태하게 이어져 가는 강령탈춤을 본다. 송인우 선생님과 몇몇 이수자 선생님들 그리고 강령을 사랑하는 중천무 사람들. 이 번 공연을 통해 강령의 내적 힘, 생명력을 보았다. 어떤 프로그램이나, 문화 행사를 통해서도 결코 맛 볼 수 없는 그러한 즐거움이 우리 것에 있는데, 어쩔거나, 이것들을 어떻게 즐기고, 놀 수 있을꺼나!~? 매잡이의 그 호쾌함, 마을 전체의 축제 이제 이 모든 것을 어디서 맛 볼 수 있겠는가? 돈이 제공하는 단순한 서비스에서 벗어나 참 즐거움을 어떻게 누릴까?

매잡이는 사라질 수 밖에 없는 매와 함께 죽음을 택한다. 민 형도 그렇게 죽음을 택했다. 아! 이 죽음을 보며 느낌은 다소 다를지라도 요절 한 모세의 죽음이 떠올랐다. 신명기서에 보면 모세는 가나안 땅을 바라보며 스스로 들어가지 못함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 그 죽음을 맞이할 때 그의 눈은 빛을 잃지 않았고, 기력은 정정하였다고 한다. 멈출줄 아는 아름다움. 그리고는 모든 것을 후계자 여호수아에게 넘기고 자기는 자기 갈길을 간다. 예수도 그랬다. 가던 길을 멈추고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더 나아가려고 한다. 매잡이는 더 이상 자기 자리가 없는 것을 알고, 그대로 그 풍속을 그대로 품고 사라진 것이다. 이 아련함이 바로 우리들의 삶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나이를 하나 씩 더 먹어간다! 몸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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