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View Article

욕망

이은주 | 2008.10.05 20:38 | 조회 980
정신없이 걸레질을 하는데 두딸들이 키들거립니다. 나보고 개미같답니다. 까만 머리 까만옷 위아래.....속으로 그러지요. 그래, 난 개미다. 그것도 일개미!
지난 10년간 화려한 색 옷을 거의 사본 적이 없습니다. 옷장 문 열고 옷 하나 찾으려면 시간 쫌 걸리지요. 다 검정이니까 꺼내서 펼쳐봐야 압니다.
지난 10년간 생각다운 생각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쪼그만 놈들 앞에 앉혀놓고 a,b,c, 더하기 빼기 가르쳤으니까요. 생각이 별 필요없는 일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문득
글쎄다를 만나면서
멀리 던져버렸던 생각이란걸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올 여름 빨간 블라우스 한벌 샀구요, 돈주고 안사던 책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교과서 말고는 두번 세번 다시 보는 일이라고는 없었으므로 한번 읽고 치워버리는 책을 왜 사냐구요. 근데 파우스트가 선반위에서 빛을 반짝반짝 내고 있는 겁니다. 책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고정희 시집이 향기를 내더라구요.
순전히 글쎄다 때문입니다.
당신들을 만나러 가기전 목욜 밤, 내 가슴이 얼마나 쿵쾅 거리는지 아마 모를 겁니다. 이번엔 무슨 보물 들이 쏟아져 나올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는 나를 상상 할 수 있겠습니까?
글쎄다는 내 카모메 숲이거든요.


희곡을 좋아합니다. 한작품으로 맘대로 상상해서 영화 열 댓편은 만들어봅니다. 스텔라도 됐다가 블랑쉬도 되어봅니다. 내속에 있는 스탠리와 미치를 꺼내봅니다.
일터에 가면서 욕망 하나 버리고, 집에 들어오면서 다시 주워 주머니에 슬쩍 넣습니다. 교회갈 때도 창문 열고 길바닥에 던져버렸다 돌아오는 길에 눈이 벌겋도록 찾기도 하지요.
내 삶에 수 없이 많은 처치 곤란한 욕망들이 목에 걸린 생선가시 마냥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이 숨을 막아옵니다.

블랑쉬가 불쌍해요......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133개(4/7페이지)
문화산책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책과 영화 하늘기차 5763 2005.09.02 16:36
공지 채식주의자를 읽고(66번째 글쎄다... 그냥 꿈이야) 첨부파일 하늘기차 5449 2012.04.10 16:45
71 [책] 카프카 『성 』 - 불안과 우울의 실존 K [3] 한동우 1592 2009.11.09 20:32
70 [책] 고자질하는 심장 - 에드가 앨런 포 [2] 한동우 1917 2009.10.19 18:10
69 [책] 뫼르소와 프레디: 시간이란 무엇인가 [261] 한동우 26823 2009.07.13 11:09
68 [책] 늦은 독후감 - 행복에 비틀 비틀 [1] 이은주 1069 2009.06.08 04:37
67 [책] 글쎄다 특강 - 심리학자에게 듣는 행복 [6] 한동우 1124 2009.04.18 12:33
66 [책] 책 2 [3] 강기숙 931 2009.04.11 10:07
65 [책] 결혼은, 미친짓이다 [1] 여행바람 1013 2009.04.01 12:33
64 [책] [13] 강기숙 1215 2009.03.04 14:00
63 [책] 열 켤레의 구두를 가졌던 사내 [3] 박영주 1682 2009.02.12 00:18
62 [책] 완장 완장 완장들 [7] 강기숙 1333 2009.01.31 22:45
61 [책] 안부 2 [5] 강기숙 1142 2008.12.23 11:49
60 [책] 울프를 읽고... [8] 채현숙 1099 2008.12.02 18:00
59 [영화] 지하실과 매잡이 [3] 하늘기차 1259 2008.11.05 13:51
58 [책] 200년대의 금서를 갈망하면서 [2] 마법사 1234 2008.10.24 14:09
57 [영화] 부조리의 시학: 고도를 기다리며 [2] 박경장 1943 2008.10.14 01:31
56 [책] 웃을 수 밖에^^ 사진 첨부파일 하늘기차 1081 2008.10.08 16:07
>> [책] 욕망 [1] 이은주 981 2008.10.05 20:38
54 [책] 다시 誤讀이다. [3] 한동우 999 2008.10.02 17:31
53 [책] 글쎄다 2주년 기념 잔치 사진 첨부파일 [2] 하늘기차 958 2008.09.23 15:53
52 [책] 장미의 이름 [1] 한동우 1123 2008.09.14 2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