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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의 <고래>를 읽고

홍미나 | 2011.02.12 23:07 | 조회 1205


마치 아득한 옛날 -그런적이 한번도 없었지만- 몽환적인 밤에 따듯한 아랫목에서 천하의 이야기꾼에게서
끝없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였다.
이야기를 듣는내내 침을 꼴깍이며 도대체 이 구라는 어떻게 끝이날까 궁금해하며...

거구의 벙어리소녀 춘희가 교도소에서 나와 폐허가 된 벽돌공장으로와 다시 벽돌을 찍는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시간은 거슬러 올라가 국밥집노파의 기괴하고 기구한 삶의이야기, 그의 딸 애꾸눈, 이 소설의 주인공인 생명력넘치는 금복, 그의 헌신적인 사랑을 받는 거구의 남자 걱정, 금복을 새로운 욕망으로 이끄는 칼잡이등 다수의 인물이 나오지만 모두 평범치못한 인생을 살다간다.
아니 모든인물이 우리네 주변의 평범한 이들과는 너무 동떨어진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근하게 여겨지며 그들의 삶의애환이 진하게 느껴짐은 인물들의 인생은 평범해 보이지 않지만, 결코 어떤 특별한 인생을 보여주는것같지않다.
그들이 겪은 인생은 쌓아올리고 무너지기를 반복하는 평범하면서 다양한 우리네인생의 법칙을 그대로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는내내 작가의 놀라운 이야기의 전개로 책속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상상력이 뛰어날까 감탄했다.
글쎄다에서 몇분은 이런류의 무협지 인터넷소설이야기들을 짜집기한것같아 짜증(?)났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나는 작가의 뛰어난구라에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그 구라는 허공에 붕 뜬것이 아니라 우리네 삶과 닿아있음을 느낀다.
나의 짧은글이 부족해 공감가는 평론에 실린 글로 대신한다

- 文의 장인정신이 춘희에게 미쳤던 영향처럼, 국밥집 노파가 쌓은 천장 대들보의 벽돌이 금복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 것처럼, 금복이 만든 벽돌이 평대의 삶을 바꾼것 처럼, 춘희의 벽돌이 대극장을 만들어 낸 것처럼 모든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비록 보잘것 없고 하찮아 보이는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더라도, 그 누군가에 의해서는 값진 삶이 될런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작가는 고래같은 생명력 넘치고 웅장한 삶을 찬양하기 위해 작품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진실을 쓰고자 하지도 않았다. ‘손안에 쥐는 순간 녹아 없어지는 얼음’(406p)같기 때문에 진실을 유예한 채로 단지 인생의 벽돌들을 보여줄 뿐이다. 만약 작가가 보여주고자 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의 삶들 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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