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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과 프로테스탄트 패러다임의 미래

하늘기차 | 2017.03.07 16:03 | 조회 623


              종교개혁 500주년과 프로테스탄트 패러다임의 미래

                                                                                                                                         신재식 호남신학대학교 교수

보드룸에 왔습니다. 보드룸은 기원전 8세기경에 세워진 터키의 해변도시입니다. 항구 입구에는 성 베드로성으로 알려진 보드룸성이 있습니다. 터키 국기가 휘날리는 보드룸성 앞에는 요트들이 정박해 있습니다. 저는 이 풍광에서 정치와 종교와 자본주의가 집약된 역사의 현장을 봅니다.

    보드룸성은 15세기 초 십자군이었던 성 요한기사단이 20년에 걸쳐 세운 성입니다. 이 기사단이 다국적 출신인 까닭에 성 안의 탑 이름도 영국탑, 이탈리아탑, 독일탑, 프랑스탑 입니다. 성 요한기사단은 보드룸성과 로도스섬을 거점으로 16세기 초까지 지중해 각지를 습격하고 다니다, 1522년에 술탄 슐레이만 1세에 의해 쫓겨납니다. 보드룸성은 십자군 최후의 거점이었습니다. 십자군 시대가 저물어가던 500년 전에 새로운 형태의 그리스도교가 나타났습니다. 1517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입니다.

    내년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독일 정부는 수년전부터 종교개혁 500주년 행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한국 개신교회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여러 행사를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면, 500주년을 기념하면, 종교개혁의 후예들이 지난 500년 동안처럼 세계 그리스도교나 세계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는 역량과 힘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어쩌면 내년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은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프로테스탄트 시대의 마감을 확인하는 마지막 불꽃놀이 행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교개혁으로 인해 등장한 프로테스탄트 패러다임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일반화가 갖는 오류나 위험에도 불구하고, 다소 거칠게 그리스도교 패러다임을 이야기할까 합니다. 종교개혁은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개신교 패러다임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스도교를 그 특징과 역사적 전개 과정에 따라 몇 가지 패러다임으로 나누어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동방정교회 패러다임, 로마가톨릭교회 패러다임, 프로테스탄트 패러다임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루터의 종교개혁에서 촉발된 프로테스탄트 패러다임은 다른 패러다임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로마가톨릭교회가 제국-교회(empire-church)였다면, 프로테스탄트교회는 국가-교회(state-church)입니다. 종교개혁 이후 등장한 프로테스탄트교회는 근대 민족국가를 기반으로 합니다. 로마가톨릭교회가 국가와 민족을 넘어서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제국교회였다면, 프로테스탄트교회는 국가와 교회가 일치하는 국가교회였습니다. 독일이나 북유럽의 루터교회들, 영국성공회, 체코나 헝가리 등 동부 유럽의 개혁교회들, 스위스나 네덜란드 등 중부 유럽의 개혁교회 등이 모두 국가-교회 형태로 존재했습니다. 이들 국가-교회는 종교개혁 이후 500년 동안 그리스도교 질서의 한 축을 담당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동방정교회 역시 제국-교회에서 국가-교회 형태로 성격이 바뀝니다. 이슬람의 확장이후 더 이상 하나의 정교회를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리스정교회, 러시아정교회, 루마니아정교회, 아르메니아정교회 등으로 존재할 뿐이지요. 오직 로마가톨릭교회만이 제국-교회의 형식과 내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형성된 프로테스탄트 패러다임이 500년이 지나면서 쇠락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그리스도교는 여전히 제국-교회 형식의 로마가톨릭교회와, 국가-교회 형식의 프로테스탄트교회와 동방정교회가 있습니다. 지난 500년 동안 국가-교회 패러다임이 주형해온 세계 그리스도교는 역사적으로 근대 식민주의와, 경제적으로 국가 자본주의와 동행해 왔습니다. 국가-교회 패러다임과 근대 식민주의와 국가 자본주의는 선택적 친화력을 가진 서구의, 좀 더 정확히는 유럽의 세 얼굴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근대 식민주의와 국가 자본주의는 형식적으로는 해체되었습니다.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이 오늘날 다국적기업과 글로벌 금융자본주의이지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교분리가 명문화 되었습니다. 프로테스탄트 패러다임과 동행하던 근대 세계 체제가 바뀌었으니, 이 패러다임이 온전할 리 없습니다.

    프로테스탄트 패러다임은 국가-교회를 기반으로 합니다. 한 국가 내 모든 그리스도교회의 모임을 교회협의회(National Council of Churches), 전 세계 그리스도교회 모임을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로 구성했습니다. 유럽 교회들은 이 국가-교회 시스템을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이식했습니다. 식민지 각국에다 교회협의회를 구성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유럽 교회의 국가-교회 체계는 식민지 시대를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확장되었습니다. 서구 교회가 연합운동의 역사적 출발로 삼는 1910년의 에딘버러 세계선교대회의 계기도 사실은 식민지에서 선교를 더 효율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프로테스탄트 패러다임의 변화 증상은 이렇습니다. 국가-교회 시스템은 국가와 교회의 유기적 연결이 핵심입니다. 교회가 국가의 사제가 되고, 국가는 교회를 대신해서 경제적 측면을 담보해주는 것이지요. 국가가 더 이상 종교세를 비롯해서 교회 지원을 담당하지 않으면서, 즉 실제적 의미에서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면서, 세속사회에서 인적 자원의 손실에도 근근이 버티어 오던 국가-교회들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합니다. 독일과 북유럽의 루터교회, 영국의 성공회, 서유럽의 개혁교회들, 사회주의 이후 동유럽 개혁교회들이 그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유럽 교회들의 위기는 자연스럽게, 이들의 경제적 지원 속에 간신히 체제를 유지하던, 국가-교회 체제에 편입해 있던 아시아와 아프리카 교회들의 위기로 연결됩니다. 식민지 시대 이후 유럽의 국가-교회가 만들었던 체제가 더 이상 잘 작동하지 않고 유지하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세계교회협의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교회의 지원 약화, 보다 엄밀하게는 유럽 국가들이 정교분리의 명목으로 그동안 교회를 통해 제3세계에 재정 지원하던 것을 교회와 분리해 따로 지출을 하면서 세계교회협의회 체제 역시 위기에 있습니다. 재정 위기는 인적 물적 자원의 감소로 이어지고, 조직과 기관의 역할과 영향력이 줄어듭니다.

   물론 이런 위기가 세계그리스도교의 위기라고도 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프로테스탄트 패러다임의 위기일 뿐입니다. 여전히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그리스도교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에서 성장하는 교회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프로테스탄트 패러다임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것은 로마가톨릭이나 프로테스탄트 패러다임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른 오순절이나 카리스마틱 특징을 지닙니다. 이것은 제국-교회(empire-church)도 국가-교회(state-church)도 아닌 그냥 개별교회(individual church) 패러다임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들 신생 교회들은 정교분리로 출발한 북미에서 발원해서, 전 세계로 확장하면서 자신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 교회들은 유럽과 북미의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이름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그 형식과 운영은 전통적인 위계적 조직이나 교구 시스템을 벗어나 개별교회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교구 중심의 국가-교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형교회(Megachurch)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대형교회는 교회협의회(NCC)나 자신이 속한 교단 자체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나아가 엄청난 물적 토대를 기반으로, 국내는 지교회를, 해외는 선교사 파송, 선교지 교회나 신학교 설립, 일반 교육과 의료시설 등을 사회복지 기관을 통해, 국가-교회와는 다른 개별교회의 사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이들 교회의 조직과 운영은 다국적 기업을 연상케 합니다. 글이 길어졌으니,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치지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면서, 프로테스탄트 패러다임의 쇠락과 그리스도교 안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은 등장에서, 그리스도교 역시 생로병사를 경험하는 역사 속의 실체라는 것을 확인합니다. 500년 전 프로테스탄트의 등장과 도전에서 로마가톨릭교회는 트렌트 공의회를 통해 교리 정비와 교황친정체제 강화, 라틴아메리카라는 새로운 종교영토의 확장을 통해 위기에 대처했습니다. 오늘날 프로테스탄트 교회들에게 이런 과거의 방식이 유효하거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위기에 처한 프로테스탄트 패러다임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500년이 지난 후에는 오늘의 그리스도교를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합니다.

 

신재식-호남신학대학교 교수

저서로 예수와 다윈의 동행,종교전쟁(공저) 등이 있고, 논문으로 <그리스도교에서 본 마음과 몸: 정경을 중심으로>, <한국개신교의 현재와 미래>등이 있다.

                                                                                  <기독교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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