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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없이 무릎 꿇는 그 복종 아니요(바르트와 본훼퍼)

하늘기차 | 2015.12.05 12:02 | 조회 1300



                                        뜻 없이 무릎 꿇는 그 복종 아니요(바르트와 본훼퍼)

한 발의 총성과 함께 1914년 8월 1일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 

바로 그날 93명의 독일 지성인들이 전쟁 결정에 찬성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놀랍게도 그 명단 가운데에는 칼 바르트(Karl Barth, 1886-1968)가 존경하던 신학자들 대부분이 들어가 있었다.   

평소 그렇게 인권, 자유, 민주, 평등, 평화를 외치던 그분들이었다. 

한마디로 쇼크였다. 

그들이 평소 가르치던 신념과 신학, 이상이 전쟁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 맥없이 굴복하는 것을 보았다. 

칼 바르트는 스승들의 가르침에 어딘가 문제가 있음을 직감하였다. 

그들의 윤리적 실패는 그들의 신학이 올바른 상태가 아님을 말해주는 것이다. 

바르트는 스승들이 말하고 가르쳤던 자유주의 신학을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이상적인 가르침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허울뿐이었다. 

인간 중심적이며 이성적이고 역사 비평적인 자유주의 신학은 그 한계를 드러내었다.  

그는 자유주의 신학을 대치할만한 것으로 칼빈과 츠빙글리의 신학을 생각했다. 

자유주의가 포기했던 하나님의 영광, 하나님의 말씀에 진정한 희망이 있음을 그는 발견하였다. 

비슷한 현상을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에게서도 볼 수 있다. 

1933년 나치당의 당수인 히틀러가 독일 총통이 되면서 독일은 비극적 방향으로 나아갔다. 

1차 세계대전 이후 패닉 상태를 헤매던 독일 경제가 살아나면서 다시 한 번 국제적으로 도약하려 하였다. 

히틀러는 독일을 하나로 모으기 위하여 공동의 목표를 만들었다. 

그것은 전쟁과 유대인 학살이었다.  

독일은 히틀러의 선동에 휘말리며 모두 '하일 히틀러(Heil Hitler!)’를 외쳤다.

더욱이 본회퍼에게 자유주의 신학을 가르쳤던 스승들 대부분이 히틀러 앞에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면서 그 역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옥중 서간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자유주의 신학의 약점은 그리스도의 자리를 결정할 권리를 세상에 주었다는 데 있다."

학문적으로는 인권을 이야기하고, 자유를 이야기하는 참으로 멋진 스승들이었다.

그러나 생과 사를 오가는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때 그들은 권력 앞에 힘없이 무릎꿇었다.

본회퍼는 그러한 스승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배운 자유주의 신학에 큰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  

본회퍼는 히틀러에 반대하여 설립한 독일 고백교회(Bekennende Kirche)에 가입하여 활동하였다. 

그러나 복음주의 고백교회 안에서도 두 부류로 나뉘었다. 

하나는 나치 정권의 위협 앞에서 교회가 윤리적이며 선지자적 의무를 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믿음은 입으로의 고백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삶의 고백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보았다. 

사실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믿음의 영웅들은 세상에서 믿음대로 살다가 죽어갔다. (히브리서 11:33-38)

그들은 이 죄악된 세상에서 비겁하지 않았으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다.

반면에 고백교회 안에서도 개인적인 영성 생활의 성장에만 관심을 가지고 사회에 대하여는 외면하려는 무리도 있었다. 

그들은 히틀러의 철권통치 앞에 공포를 느끼고 ‘세상은 원래 죄악된 곳이야’ 하면서 체념하였다. 

그리고 아합의 폭정하에서 숨어버린 7,000명처럼 그들도 세상 좋아질 때까지 잠시 피하여 숨는 게 상책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숨는 게 아니라 결국에는 히틀러에게 굴복하는 길로 나아감을 본회퍼는 보았다. 

본회퍼는 옥중 서간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들은 현재 일어나는 사건들이 혼돈과 무질서, 재난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체념하며 신앙을 핑계 삼아 현실에서 도피하고, 부흥이나 다음 세대에 대한 모든 책임을 포기한다. 물론 바로 내일 심판의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하던 일을 기쁜 마음으로 멈추면 된다. 하지만 그전에는 아니다."

물론 보수주의 신학계에서는 칼 바르트나 본회퍼를 탐탁하게 보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러나 바르트나 본회퍼가 그들이 보고 배우고 자란 자유주의 신학의 틀을 벗어버리고 말씀으로 돌아오려고 노력했던 시도 자체는 귀하게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바로 살아보려고 몸부림치며 노력했던 그 모습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은 것도 인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보수주의들 역시 자유주의자들만큼이나 권력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보기 때문이다. 

입으로만 하나님의 주권을 이야기하지 사실은 세상의 자그마한 권력 앞에 고개 숙이는 것은 사상이나 신학을 떠나 인간의 허약성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이다. 

바르트나 본회퍼의 사상이 어떠하냐를 논하기 전에 그들이 삶에서 처절하게 몸부림쳤던 그 고민과 갈등을 오늘 우리가 하고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구약의 참된 선지자들이나 신약의 참된 그리스도인들은 현실에서 도피하며 체념하거나 수동적이며 무책임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본회퍼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스스로 자진해서 행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서부터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더 많은 것인가?

우리는 인간이 무엇을 하지 않는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가에 의해서 인간을 판단하는 것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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