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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다와의 데이트-1(환대 그리고 호스티피탈리티)

하늘기차 | 2016.08.27 11:05 | 조회 811


 


<데리다와의 데이트-1: 환대 그리고 호스티피탈리티>

새물결플러스 아카데미에서 3시간을 훌쩍 넘게 지속된 강연 (2016년 8월 1일)에서 어떠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가를 고정된 문자들을 통해서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래의 노트는 그 표면만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일 뿐이다. 나는 아무리 '난해한' 사상가라도, 인간이라는 것 따라서 그의 사상은 우리의 구체적 일상세계와 연계될 수 있어야한다고 본다. 데리다와의 '데이트'라는 메타포를 쓰는 이유이다. 데리다의 사상을 마스터(master)할 수도 또한 할 필요도 없다. 다만 그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그와 함께 걷기를 시작함으로서 그의 사상적 개념들이 우리 일상적 삶과 비로소 연계될 수 있다고 나는 본다. 1930년 7월 15일에 태어나 2004년 10월 8일에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데리다는 평생 '외부자의 시선'으로 주변부에 대한 예민성을 심오하게 작동시킨 한 따스한 인간이었다는 것--이것이 나의 데리다에 대한 주관적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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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환대가 무엇인지 모른다(We do not know what hospitality is)."

이 귀절은 데리다가 환대에 대한 세미나의 서두를 열때 하던 말이다. 그런데 데리다가 환대에 대한 세미나에서 '환대에 대하여 모른다'는 선언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데리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환대'가 자명한 개념이거나 개인적이고 사적인 것만이 아니라, 사실상 정치, 경제, 종교, 언어 등 인간 삶의 중요한 공적/사적 세계와 깊숙히 관련된 것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환대의 폭과 넓이, 그 환대가 인간의 구체적 정황속에서 행사되는 그 다양한 모습, 그리고 이미 경험되어 온 환대만이 아니라 온전한 의미로서의 환대가 행사되는 세계를 우리가 온전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전제하면서, 환대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여야 한다.

2. 환대의 탈낭만화: 환대와 권력의 분리불가성

'환대'를 간결하게 표현하자면, '타자/손님을 환영'하는 것이다. 즉, 환대는 언제나 ‘주인’과 ‘손님’을 설정하고 있다. 주인이 자신에게 찾아온 손님에게 친절을 베풀고 환영하는 것이다. 이 단순한 듯한 환대가 사실은 우리의 다양한 현실적 문제들이 지닌 그 복합성을 모두 담고 있는 주제이다. '주인'은 누구이며, '손님'은 누구인가. 또한 주인이 손님을 ‘환영한다’는 것은 구체적인 현실에서 무엇을 의미하는가. 진정으로 손님을 환영할 때, 주인이 그 환영을 아무런 전제조건없이 할 수 있는가. 손님으로 간주될 수 있는 범주는 무엇인가. 초대받은 손님과 초대받지 못한 또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의 차이는 무엇일까. 주인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환영할 수 있는가. '개인적 환대'가 '국가적 환대'와 상충할 때, 한 개인은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인가. 난민문제, 이주자 문제등 현대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위기와 문제들은 사실상 포괄적인 의미의 '환대' 문제이다. 환대란 아름답기만한 낭만적 개념이 아니라, 다층적 권력문제가 개입되는 치열한 정치적 행위이다. 환대에 대한 탈낭만화가 요청되는 이유이다.

3. 환대의 두축: 환대의 정치와 환대의 윤리

데리다는 '환대의 정치 (조건적 환대, 환대의 가능성)와 환대의 윤리 (무조건적 환대, 환대의 불가능성)이라는 두 축을 우리가 끊임없이 부여잡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의 구체적인 현실세계속에서 가능한 환대, 즉 환대의 정치란 언제나 불가능성의 환대, 무조건적 환대를 '기억'해야 하는 과제를 지닌다. '이제는 되었다'라는 환대란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환대란 언제나 환대-너머(hospitality beyond hospitality) 에 존재한다"는 것, 또한 진정한 환대란 언제나 '다가올 환대 (hospitality-to-come)'이라는 데리다의 말은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4. 호스티피탈리티 (hostipitality): 환대/적대의 얽힘성(entanglement)

'호스티피탈리티'란 '적대(hostility)'와 '환대(hospitality)'를 합친 말로서, 데리다의 신조어이다. 우리는 흔히 적대와 환대는 명증적으로 각기 반대 축에 서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우리의 구체적 일상세계속에서 적대와 환대는 다양한 방식으로 얽혀있다. 호스피탈리티 (환대)의 라틴어 어원을 보면, 이 말은 주인과 손님, 적대적인 낯선 자(적)와 호감이 가는 낮선자 (손님)를 모두 함축하고 있다. 환대는 적대라는 뒷 그림자를 지니고 있기도 한 적대/환대의 구체적 현실의 모습을 데리다는 이 '호스티피탈리티'라는 신조어를 통해서 드러내고자 한다.

5. 진정한 환대란 불가능한 환대

데리다에게 있어서 환대란 '미소'없이는 불가능하다. '의무로서의 환대'인 칸트적 환대와 갈라서는 지점이다. 데리다는 미소없이, 기쁨의 나눔을 의미하는 미소 없이 환대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환대란 '나'를 타자에게 무한히 확장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란 한 개별인이든, 집단이든, 국가이든 '주인'의 역할을 하고 있는 주체를 의미한다. 진정한 환대, 즉 환대의 윤리(ethics of hospitality)는 '무조건적 환대'이며 따라서 '불가능한 환대'이다. 이러한 '불가능성의 환대'의 축을 기억하면서, 가능성의 환대의 원을 더욱 확장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지속적인 과제일 것이다. 환대의 정치와 환대의 윤리, 조건적 환대와 무조건적 환대, 가능성의 환대와 불가능성의 환대라는 두 축의 거리를 좁혀나가야 한다는 것은 '불가능성에의 열정'을 가져오며, 이 두 축사이의 공간은 변혁에의 열정이 개입되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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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리다와의 데이트-2: 종교 (종교없는 종교)는 <새물결 아카데미> 후원자들에게 공개되며, 아카데미 홈페이지 '후원자 영상'에서 보실 수 있다고 한다. 한국사회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자 출판과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새물결 플러스>와 그 아카데미를 후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이곳에 동영상을 나눈다. 강연이 길어서, 두 편으로 나눈 동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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