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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생각하며

하늘바람 | 2021.11.27 20:28 | 조회 370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분의 충만함입니다"

                                                                        - 에베소서 1:23



    새 교회당을 세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텅 빈 교회당을 보며 교회의 의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사실 진정한 교회란 성령이 내주하시는 사람이고 또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기에 교회당에 모이지 못했다고 해서 교회나 예배가 중단된 것은 아니지요.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일주일에 한 번 몇 시간 정도 머물게 되는 2천여평에 달하는 땅과 일곱 동의 

건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곱씹게 됩니다.

 

    앞으로 교회를 떠날 생각을 지닌 교인이 1/3은 된다거나, 현재 하나님을 믿으나 교회는 

나가지 않는다는 가나안 교인의 수가 1~2백만명은 된다는 우리나라 교회의 현실적인 

통계가 있습니다(얽매이고 싶지 않고 자유롭고 싶어서, 교육의 부재, 목회자에 대한 실망 

등의 이유). 또 미국에서는 전임목회자의 30% 이상이 목회를 그만두고 싶다는 조사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통계나 최근의 양상은 앞으로(특히 젊은층은) 점점 더 기존의 모습과는 

다른 다양한 형태의 신앙을 추구하게 됨을 의미하며, 이미 온라인으로 예배하고 배우는 신앙

모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영국 성공회는 1990년대부터 교회는 나가지 않고 카페 

등에서 평신도들만이 소모임으로 만나는 모임을 정식 교회로 인정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대안적 예배 운동의 하나인 FxC 운동-Fresh Expressions of Church.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이라는 용어를 볼 수 있습니다).

 

    요즘 한국교회를 향한 사회의 조롱과 비판의 정도는 점점 커지고 있어, 저도 가끔 기독교인

으로 보이는 상황을 주저할 때가 있습니다. '세상 속 교회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 '교회 속 

세상이 부끄러운 거지요. 교회 밖에 대한 비상식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뿐 아니라 교회 세습

성적 문제, 초대형 예배당 신축, 권위주의와 재정의 불투명과 주먹구구식 운용 행태 등이 

교회의 평가를 밑바닥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이 극히 싫어했던 카톨릭의 교권주의의 모습이 현 교회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것은 아이러니합니다. 대형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회 내 모습은 사도들조차도 말씀과 

기도라는 본질적 사역에 몰두하기 위해 그 외 사역들은 다른 이들에게 위임한 정신과도 멀리 

떨어져 있어 보입니다.

    장로교는 정치적으로 대의 민주주의제도를 보여주는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민주주의가 교회의 이상적인 체계가 아닐 수 있지만, 목사의 사역을 돕거나 견제하기 위해 

당회를 두고, 공동체 전체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제직회나 공동의회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회원이나 제직회원만 수십, 수백명이 넘는 큰 교회에서는 단지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자 경험한 바이며, 또한 당회의 분열과 횡포로 고통받는 교회와 목사도 있습니다

이런 교회의 문제는 곧 여러 부정적 모습들의 밑바탕이 되곤 합니다.


    교회란 유기체입니다. 비록 죄성을 가진 인간이기에 부족하지만, 정치나 기업처럼 잘 짜여진

구조나 조직으로 움직이는 체계가 아니라, 서로의 관계 속에서, 성령과의 친밀함으로 움직이고 

그 정체성이 드러나는 영적 공동체입니다.

    이제 인구가 늘고 더욱더 도시화하는 고기동 주변 환경과, 내부적으론 새로운 인적 변화의 

상황 앞에 있는 2천여평의 땅과 일곱 동의 건물이 있는 고기교회가 어떤 모습을 띠어갈지 기대와

염려가 교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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