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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계명(종교개혁주일,2023녕 10월29일)

하늘기차 | 2023.10.30 10:24 | 조회 213

 

                            가장 큰 계명

종교개혁주일(20231029)                                                           마태복음 22:34~40


    ”안녕하세요, 고기 교회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교회개혁주일을 맞아 이루어지는 정의평화 기독인연대의 평신도 강단교류에 참여하여, 섬돌향린교회에서 온 인민지 라고 합니다. 참고로 섬돌향린교회는 교회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와 친교를 담당하는 신도회의 성격을 묶은 모둠을 기본으로 교우들이 활동하는데요, 그 중 저는 사회선교와 연대를 담당하는 길라잡이모둠의 모둠장입니다. 섬돌향린교회는 설교라는 말 대신 하늘뜻펴기라고 하는데요. 오늘 고기 교회의 하늘뜻펴기를 하는 귀한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사실 잘 안 떠는데, 오늘 이 자리는 매우 떨리네요. 마음을 잘 다스려 차근차근 준비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보겠습니다. 사실, 제가 처음 강단교류에 참여하기로 했을 때에는, 생각해 둔 이야기의 주제가 있었어요. 향린공동체가 향린교회 창립 70주년을 맞아 을 준비하면서, 공허한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각 교회와 교우들의 구체적인 삶의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여러 궁리를 하고 있는 중이어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고기교회와 강단교류를 한다고 하여 어떤 교회인가 교회 누리집을 구경하러 왔는데, 세상에 생태교실, 생명 평화, 핵없는 세상 등의 게시판이 있고 심지어 기환연 생태정의 아카데미 12강 동영상이 보기좋게 정리되어 업데이트 되어 있어서 이 주제 괜찮을까 급 당황하기 시작했었어요.게다가 교회개혁주일인 오늘의 성서일과를 살펴보니, 마태복음과 데살로니가전서의 말씀이 너무 깊은 울림과 고민을 주더라고요. 그리고 최근 2주 사이에 잇달아 일어단 여러 일들이 마치 구슬처럼 엮이기 시작했어요. 거기에 쐐기를 박은 게 바로 어제 헤른후트 기도서에 나오던 요한1서 말씀이었고요. 그래서 그동안 준비하던 원고를 없던 일로 하고, 다시 쓰기 시작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카더라하는 소문만 무성한데 실제로 이야기 들어보기 어려웠던 섬돌향린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저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준비하였습니다. 매우 주관적이니 고기 교회 여러분들께서 듣고 적당히 판단해 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섬돌향린교회하면 어떤 낱말들이 떠오르시나요? 네 맞아요. 성소수자, 퀴어, 페미니즘, 임보라 이런 말들이 떠오르실 거에요.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또는 기대를 안고 섬돌 예배에 참여해 보신 방문자 분들의 반응이 늘 큰 도전과 고민을 안겨주시더라고요.) 그런데 과연 섬돌향린교회는 저런 말들로 모든 면이 다 규정되고 설명이 가능한 공동체인가 하는 고민과 성찰의 지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마치 미션 아이템이나 특화 상품처럼 성소수자 목회나 퀴어 신학한다고 직접적으로 드러내어 대상화하는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하고요. 지난 주일은 한신대 신대원 목회실습생들이 한 주간의 목회 실습을 마무리하며 여러 교회 중 관심있는 교회의 예배에 함께 참여하고 감상과 질의응답을 나누는 날이었습니다. 섬돌향린교회에는 기장여교역자회의 목회실습 프로그램을 신청한 실습생 분들이 주일 예배에 참여하셔서 어린이 하늘뜻펴기와 특송을 맡아주시고 목회운영위원회와 예배 소감과 질의응답을 나누었어요. 예배 소감을 나누는 중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섬돌향린교회는 일명 성소수자 목회 또는 퀴어 신학으로 부르는 특수 목회를 하는 교회로 기장 내에서 규정지어져 있지만, 방문하여 예배를 드릴 때 마다 오히려 누구든지 편안하게 예배에 참여하고 은혜가 가득하다고요. 오히려 성별 나이 정체성 학력 장애 여부 등에 상관 없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예배에 참여하고 은혜를 나누는 좋은 목회인데, 단순히 특수 목회로 한정되기에는 너무 안타깝다고요. 그래서 목운위원들은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아무리 나이 어린 유아들에게도 ~님을 붙여 존대하고, 세례 여부와 나이 등에 얽매이지 않고 예배에 참여한 모든 이들과 함께 성찬을 나누고, 어린이 인디고(청소년)를 위한 하늘뜻펴기를 전체 예배와 함께 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이 정회원 명단에 명시되며 공동의회에서 중요한 의결을 할 때에도 동등한 의결권을 행사하며, 어린이들이 중요한 안건을 이해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최대한 쉽게 풀어 설명한다고요. 특히 이번 섬돌세움위원회(청빙위원회)에는 청소년 그룹의 대표로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참여하고 있어요. 또한 노년 여성이 교우들을 대표하는 공동의회장 역할을 맡아 하시고, 저와 같은 중년 여성이 기독교 운동과 사회 선교 역할을 맡아 하는 등 나이와 성별의 고정관념을 깨고 관성적으로 이루어지는 인선과 업무의 추진에 물음을 던지는 일을 하고 있다고요. 그 중에서도 장애인과 성소수자와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과 같이 한국 보수 기독교에서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된 이들이 마음 편히 안전하게 함께 할 수 있는 교회 공동체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요. 사실 우리 사회 어디에나 있는 그들을 시선에서 격리하여 안 보이는 곳에 모아놓고 나오지 못하게 하여 그들을 숨게 하고 주눅들게 하는 데에 가장 일조한 그룹 중에 한국 개신교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만을 타겟으로 잡아 대상화하는 목회가 아니라 가장 약하고 기댈 곳 없는 사람들도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동정이나 시혜의 대상으로 보고 그들보다 우월한 우리가 적선하듯 예배에 와도 된다며 참여를 허락하는 게 아니라, 나의 하나님처럼 나의 이웃을 나의 몸, 나 자신처럼 사랑하며 함께 공동체를 이루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시잖아요 여러분. 그게 머리로는 피상적으로는 얼마든지 쉽게 그렇다고 말 할 수 있지만, 정말 나의 일상에서 늘 실천하려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이에요. 그냥 웃으며 인사나 하고 좋은 사람얼굴 하며 거리를 두면서도 같은 교회 교우라고 하다가, 나의 일상과 이익에 조금이라도 해가 되면 바로 외면하면서 자기를 기만하게 된다는 걸요. 사실 나 자신이 바뀌어야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나의 하느님처럼 사랑하는 내 이웃이 될 수 있는데 말이에요. 섬돌향린은 처음부터 잘 했냐고요? 설마 그럴리가요. 섬돌향린 공동체 역시 매일 매순간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군분투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 역시 매번 까이고 자책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며 살고 있고요. 사실 늘 저도 모르게 살짝 말과 행동 스캔하는 자기 검열 있고요, 이거 해도 될까 말까 망설이며 머뭇거리는 몇 초가 늘 있습니다만, 오히려 그런 조심성이 더 안전한 공동체와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는 가운데 요즘 우리의 현실을 직시합니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버금 큰 계명을 두고도 각 교단 총회에서는 반여성 반동성애 결의가 앞다투어 한 점 부끄럼 없이 발표되고, 한국 개신교의 차별과 혐오의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이군요. 내 이웃 퀴어 마이 프렌드영화는 공동체상영을 못 하게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특정단체들 때문에 공공 도서관 영화 상영 계획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고요, 일명 금서’-도대체 얼마만에 들어보는 말인지-라고 하는 목록도 다 이 특정단체들의 알력 행사로 이루어지고 있네요. 전장연의 지하철 출근 투쟁, 비정규직 노동자와 외국인노동자들의 저임금 고위험 업무, 난민 인정 투쟁 등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랑 같은 사람을 내 이웃이 아니라 순식간에 대상화하여 차별하고 혐오하는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고... 같은 사람한테도 이렇게 하는데 말 못하는 동물과 식물, 그리고 땅과 바다와 하늘과 지구는 말해 뭐하겠어요. 이런 시대에... 우리는 가장 큰 계명과 버금 큰 계명을 가슴에 품고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살아야할까요? 어제 헤른후트 기도서에 나온 요한 1319절과 20절 말씀으로 오늘 여러분과 함께 나눈 하늘뜻펴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함으로써 우리가 진리에 속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 하느님 앞에서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양심의 가책을 받을 때에도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마음보다 크시고 또 모든 것을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침묵으로 기도하시겠습니다.

 

설 교 자 : 섬돌향린교회 인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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