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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 (성령강림후 스물두째주일, 2020년 11월 1일 )

김현식 | 2020.11.05 17:04 | 조회 733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

 

2020년 11월 1일 (성령강림 후 스물두째주일)                                  신명기 10장 12~18절

 

  날씨가 춥습니다. 감기걸리기 쉬운 계절이니 건강에 신경씁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보니 여기 이런게 있었나?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올 여름에는 코로나 때문인지 하늘이 참 맑았습니다. 그리고 어느날엔 매일 다니는 길인데 여기 꽃이 있었나? 하고 발견하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성경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늘 본문 13절을 보면 명령과 규례가 주어진 것이 무엇때문이라고 합니까?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위해서 라고 합니다. 이 내용이 익숙하십니까? 규례, 율법, 명령. 이런 단어들은 뭔가 규제하고 통제하는 느낌인데, 이게 왜 행복이라고 할까요? 같이 말씀을 통해 알아봅시다.

 

  오늘 우리가 읽은 신명기는 다시 신자에 계명 명자를 써서 계명을 다시 말한다는 뜻입니다. 매울신이 아닙니다. 원어인 히브리어 제목은 말씀들이라고 합니다. 왜 계명을 다시 말할까요? 가나안을 들어가기 직전, 광야에서 40년을 보내는 과정중에 이집트를 나온 1세대는 다 죽었습니다. 광야에서 태어난 2세대에게 출애굽의 여정을 다시 상기시키며 우리가 어떻게 이집트를 나오게 되었는가, 왜 광야에서 40년을 보내야 했는가, 그리고 가나안에 들어가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되짚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40여년간 광야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어 온 모세가 요단강을 등뒤에 두고 이스라엘 자손에게 하는 설교의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모세의 고별설교이고, 나쁘게 말하면 죽기전 잔소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미 아는 내용을 다시 설명해주는 부분이 많아 레위기와 함께 잘 안읽히는 두권이지만, 신학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사야, 시편과 함께 신약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모세가 고별설교를 통해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내용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하나님을 잘 섬기면 복이고, 그렇지 않으면 저주를 받는다입니다.

 

 특히 64,5절인

이스라엘은 들으십시오. 주님은 우리의 하나님이시요, 주님은 오직 한 분뿐이십니다. 당신들은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사랑하십시오.”

 

이 구절은 들으라 쉐마 - 라고 해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말해주는 구절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를 설명해주기 위한 내용이 율법입니다. 레위기에서 우리를 지루하게 했던 그것, 신명기에는 12-26장에 정리되어 있는 그것. 무엇인가를 하라, 혹은 하지 마라라고 표현되어 있는 그것 말입니다.

 

율법의 내용을 풀어서 정리하면, 하나님은 창조주시다. 그러니 그분을 높이고 그분이 우리를 선택한것에 대해 감사하라. 그 하나님이 우리의 먹고 살 것을 책임지신다. 그러니 네 삶을 그분께 맡기고 재산 늘리는데 전념하지 말고 노후보장에 전전전긍긍하지 말며 주변사람들을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보아라. 같이 살아가라. 약자를 멸시하지 말고 도와주라. 배워서 남주냐고 하는 사람들에게 배워서 남준다고 말해라. 그래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구별되게 살아라. 그래서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하나님을 알게 해라. 는 것이 신명기의 핵심입니다.

 

  신명기의 이러한 사상은 구약전체에 흐르는 기준입니다. 이스라엘의 역사를 다루는 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상하, 열왕기등은 모두 이 관점에서 역사를 정의합니다. 하나님을 잘 믿어서 그분의 뜻대로 살면 좋은 시대, 좋은 왕이고 그렇지 못하면 잘못한 것입니다. 영토를 늘리고 나라를 잘살게 한 왕이라도 우상숭배를 했다면 나쁘게 설명합니다. 그렇게 신명기는 하나의 기준으로 동작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율법을 지키는게 쉬운가요? 힘들지 않습니까? 우리는 사실 내 주변만 신경쓰기 쉽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먹을 물이 없어 고생한다는 이야기보다 내가 애인이랑 헤어진게 더 슬픕니다. 약자를 챙기는게 좋은줄 누가 모르나요? 나한테 그럴 돈이 없어서 문제지. 취업과 경제난에 코로나까지 겹친 이 시기에 타인을 생각하는것도 좋지만 일단 나부터 챙겨야 하는게 맞지 않은가? 하고 생각합니다.

그건 너무 힘든 삶이 아닌가? 특별한 누군가가 해야 하는거 아닌가? 그렇게 하는 사람들을 도울수는 있지만 나는 그렇게 살기 싫은데. 왜냐면 그렇게 살면 힘들잖아.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

이렇게 하나님의 계명은 우리에게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나와는 멀리 있는 이야기, 기준으로 느껴지며 때로는 죄책감을 안겨줄때도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살아가기로 노력하다보면 원치않게 충돌할때가 있습니다. 가족과, 사회와, 제도와, 기득권과 부딪쳐서 투사가 되어야 할때가 있습니다. 다른이가 도와주지 않는 싸움을 싸워야 할 때도 있습니다.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는 질문들 받으며 외롭게 싸워가며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것이 벅찰때가 있습니다.

 

그때 기억해야 할 말씀이 오늘의 본문입니다. 하나님은 당신들을 행복하게 살게 하시려고 명령과 규례를 주신거라고 모세는 설명합니다. 그리고 14절부터 그것을 설명합니다. 세상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지만 여러분을 특별히 선택하셨습니다. 이 선택은 내가 선택되었고 저들은 택함받지 못했으니 천한것들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잘난 것이 없음에도 선택해주셨다.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장로교의 중요한 교리중 하나는 예정론입니다. 예정론은 구원받을 사람을 하나님이 예정해놓으셨다는 이론입니다. 그렇다면 신앙생활 열심히 한 사람이라도 예정되어있지 않으니 구원받을 수 없고, 신앙이라고는 모르는 방탕한 삶을 살다가 예정되어있으니 죽기직전에 하나님을 믿어 구원을 받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구원받고 나의 삶을 뒤돌아보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나님이 날 구원해주실 이유가 없다. 이것은 하나님의 사랑 말고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그러니까 하나님이 나를 구원하기로 예정해놓으셨구나! 하고 설명하는 것이 예정론입니다.

그러니 잘난척하지 말고 몸의 할례보다 마음에 할례를 받으라고 본문은 말합니다. 고집부리지 말라. 개역개정은 목을 곧게하지 말라고 번역합니다.

 

 우리를 불러주신 하나님은, 사랑해주신 하나님은 어떤분이신가? 세상에 자신이 신이라고 하는 자들은 많지만 우리 하나님이 참 신이십니다. 그분은 권능이 있기에 두려우신 분인데 신들이라고 하는 다른 자들과 달리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십니다. 차별했다면 우리를 선택했을리 있습니까? 뇌물이 통하는 분도 아닙니다. 그럼 가난한 우리를 선택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아무도 취급하지 않는 고아와 과부도 공정하게 재판하시는 분입니다. 뜨내기들도 사랑해서 먹을것과 입을것을 챙겨주십니다. 그런분이니 우리를 택해주신 것입니다. 그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서 개입해주셔서 명령과 규례를 주신것입니다. 우리를 신경써주시는 것입니다. 사랑해 주신것입니다.

 

보이저호라는 위성 기억하십니까? 19779/5에 발사한 보이저1호라는 위성이 있습니다. 1990,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 보이저 프로젝트에 참여한 칼 세이건이라는 천문학자가 보이저 1호의 카메라 방향을 지구 쪽으로 돌려 찍자는 제안을 했다. 칼 세이건이 이 사진을 표지로 실은 저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서 말하기를, 자신도 그 머나먼 거리에서 지구를 찍는 것은 과학적 활동과 별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긴 하나, 우주 속 인류의 위치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해서 제안했다고 합니다. 칼 세이건의 생각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한 보이저 1호에게 만에 하나 태양빛 때문에 렌즈에 손상이 가는 것을 원치는 않았고 제안은 무산되나 싶었지만 결국 찍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진을 찍은 날짜는 1990214일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창백한 푸른 점으로 검색하시면 사진이 하나 나옵니다. 지구라고 말해주기 전까지는 알아보지 못할, 그야말로 작은 점하나에 지나지 않는 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칼 세이건은 그 모습을 보며 유명한 독백을 합니다.

    


저 점을 다시 보세요. 저기가 바로 이곳입니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입니다. 저것이 우리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들어보았을 모든 사람들, 존재했던 모든 인류가 저 곳에서 삶을 영위했습니다. 모든 부패한 정치가가, 모든 인기 연예인들이, 모든 위대한 지도자들이,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저곳 -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입니다.

 

지구는 우주라는 거대한 극장의 아주 작은 무대입니다. 그 모든 장군과 황제들이 아주 잠시 동안 저 점의 일부분을 지배하려 한 탓에 흘렀던 수많은 피의 강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저 점의 한 영역의 주민들이 거의 분간할 수도 없는 다른 영역의 주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잔학 행위를 저지르는지를, 그들이 얼마나 자주 불화를 일으키고, 얼마나 간절히 서로를 죽이고 싶어 하며, 얼마나 열렬히 서로를 증오하는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의 만용, 우리의 자만심,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대해, 저 희미하게 빛나는 점은 이의를 제기합니다. 우리 행성은 사방을 뒤덮은 어두운 우주 속의 외로운 하나의 알갱이입니다. 이 거대함 속에 묻힌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구해 줄 이들이 다른 곳에서 찾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면 겸손해지고 인격이 함양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멀리서 찍힌 이 이미지만큼 인간의 자만이 어리석다는 걸 잘 보여 주는 건 없을 겁니다. 저 사진은 우리가 서로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보금자리인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히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이건은 자신의 저서에서,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무신론자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종교의 보잘 것 없음을 이야기할 때 이 글을 자주 인용하곤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정 반대로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이건의 표현을 빌리면 지구는 우주라는 거대한 극장의 아주 작은 무대에,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우리의 역사를 만드신, 얼마나 간절히 서로를 죽이고 싶어 하며, 얼마나 열렬히 서로를 증오하는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포기하지 않으신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봅니다. 우주보다 더 크신 하나님이 창백한 푸른 점 하나, 우리의 시간속으로 개입해 들어오셔서 우리에게 말씀해주고 계신것입니다.

 

우리 하나님을 설명할 때 삼위일체 하나님이라고 합니다. 하나님은 성부성자성령의 삼위가 일체로 계신분이십니다. 셋은 지극한 사랑으로 서로 침투하십니다. 홀로 있는 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 속성으로 지어진, 그 형상으로 지어진 우리도 홀로는 살수가 없다. 그렇기에 하나님은 아담을 지으시고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하신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공동체, 교회가 주어졌습니다. 하나님의 옮음이 먼 것이 아님을 알려주며, 힘들 때 서로를 돌봐주고, 홀로 투쟁하는 자에게 가족이 되어 주는 것. 교회는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한사람의 100걸음이 아니라 100사람이 1걸음을 하도록 해야 하는 곳입니다.

 

하나님은 오늘 본문에서도 자신을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대로 사랑함으로 행복해지는 삶입니다. 이 말씀이 오늘 저와 여러분에게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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