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세상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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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합시다(대강절세번째주일, 2021년12월12일)

하늘기차 | 2021.12.12 13:07 | 조회 488

                         보기만 합시다.

대강절세번째주일                                                                                                     출14:13; 35:1, 2

     오늘 말씀 2절에서

레바논의 영광과 갈멜과 샤론의 영화가, 사막에서 꽃 피며, 사람들이 주

님의 영광을 보며, 우리 하나님의 영화를 볼 것이라고 합니다. 교우여러분! 우리는 보는사람들입니다. 볼 수 있도록 우리를 주께서 부르셨습니다. 광야와 메마른 땅은 죄에 붙잡혀, 굴복한 황폐해진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열매도 없고, 영적 샘은 고갈되었습니다. 사막은 죽음입니다. 이러한 어두움에 붙들린 세상에서 백향목의 레바논, 비옥한 샤론, 과일이 풍성한 갈멜의 영화를, 우리 하나님의 영화, 선하고 아름다움을 봅니다.

     내일부터 대강절연속침묵기도회가 진행됩니다. 이렇게 좋은 기도 자리를 주셨는데, 아직 기도 참여에 낯선가요? 피아노는 피아노를 치면서 배우고, 수영도 수영을 하면서 배우는 것입니다. 기도 역시 기도의 자리에 나와서 머물 며 익숙해집니다. 우리의 일상의 중심에 말씀과 기도가 있어야 합니다. 개신교가 카톨릭에서 개혁을 일으킬 때 오직 은총(sola gratia), 오직 말씀(sola scriptura), 오직 믿음(sola fide)을 주창하였습니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놓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침묵기도의 모습입니다. 부르짖고, 외치는 기도는 열심인데, 그래서 2013WCC부산 세계대회 본 회의 예배와 새벽기도 때 부르짖는 기도를 하여, 다른 나라 대표들이 한국기도를 배우자고 하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었지만, 60, 70년 당시 교인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못살고 배고프고 어려울 때 집단적으로 소리지르는 기도가 일반이었지만, 이제 기도의 자리에 머물러 묵상하며 바라보는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무엇을 본다는 것인가요? 예수님께서 포도 나무 비유를 말씀하면서 포도나무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무려 11번이나 머물러 있으라고 하였는데, 어디에 머물러 있으라는 것인가요? 저는 그것을 기도에 머물라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침묵기도는 소위 관상기도라고도 합니다. 얼굴관상보고 점치고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관상기도의 가장 대표적인 본문 말씀으로는 출14:13입니다.

                       “모세가 백성에게 대답하였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은 가만히

                         서서, 주님께서 오늘 당신들을 어떻게 구원하시는지 지켜 보기만 하십

                        시오. 당신들이 오늘 보는 이 이집트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 말씀에 묵상기도의 길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두렵게하던 이집트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 합니다. 이집트 바로의 군대와 앞을 가로막는 홍해 만 보이니 하나님이 함께하심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도의 자리에 머물 때 나를 힘들게 하고, 답답하게 하며, 미워하게 하며 싸우게하고, 두렵게 하는 것은 이제 보이지 않으며, 하나님께서 나를 건져주시는 구원의 손길을 봅니다. 바로 기도의 자리에 머물러 가만히 보는 것입니다. 무엇을 하라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생명에 관한 것이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을 넘어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 중에 생명 아닌 것이 어디있나요? 그러니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하여 주님께서 오늘 당신들을 어떻게 구원하시는지 지켜 보기만 하는 말은 바로 기도의 자리에 머물러 보라는 뜻인 것입니다. 그냥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골수와 관절을 찔러 쪼개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과 볼 수 있도록 깨우치는 성령을 통해 묵상하며 보는 것입니다. 무엇을 보나요? 우선 나를 봅니다. 나의 삶, 허물, 욕심, 죄를 봅니다. 그러나 관상기도에서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주님이 나를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를 봅니다. 처음 관상기도를 한지 20여년이 넘었습니다. 수원의 예수회에 속한 말씀의 집이라는 기도의 집이 있습니다. 기도하기 참 좋은 환경입니다. 910일 침묵기도에 들어갔는데, 그 때 지도 신부님이 1.나를 돌아 보고, 2. 주님이 나를 어떻게 보시는지, 3. 나는 주님을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4. 십자가와 부활을 묵상하는 기도의 과정이 있는데, 매일 말씀묵상이 있고, 아침미사, 그러니까 예배, 그리고 언제나 기도 전 성령의 도우심을 구하며 기도의 제목을 마음으로 확인하고 이번 시간에 무엇을 기도할지를 먼저 생각하고 그리고 기도의 자리에 하루에 51시간 기도하고, 쉬고, 그리고 기도하며, 그렇게 기도하였는데, 3번째 과정인 주님의 공생애를 묵상하는 시간에, 신부님이 목사님은 목회를 하시니 예수님의 갈릴리 바닷가에서 시작되는 공생애를 따라가지 마시고, 고기교회에 예수님이 오셔서 무엇을 하시는지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도하며 생각과 감정을 끊고, 조용히 침묵하는 중에 정말 주님이 찿아오셨습니다. 옛 날에는 교회에서 난을 키웠는데 예수님이 먼저 난 하우스에 들르시고 나서 교회 사택, 지금의 도서관인데, 집으로 오셔서 우리 가족들을 둘러보시고는, 이 번에는 옛 예배당으로 가셔서 강단에 서시는 것입니다. 저는 다소 긴장했지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가 하고 단상 앞에 앉아 예수님을 바라보니 예수님께서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춤을 추시는데, 무슨 춤인가 하면 힙합을 신나게 추시드라구요. 예수님이 우리 교회에 오셔서 춤추시는 것을 보고, ! 잔치를 벌리라는 것, 하나님 나라 축제를 벌리라는 것임을 깨달았고. 그 이후 지금 껏 힘 닫는데 까지 열심히 천국잔치 벌였습니다.

     아마 우리 교회에 아직 익숙치 않는 분은 종종 낯 설어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성경공부, 부흥회, 특강, 특별기도회. . . 세미나 등이 없습니다. 그대신 예배를 주일 아침, 그리고 저녁에, 그리고 수요일 성서강해와 구역 예배가 있습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우리 고기교회가 모두같이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동안 코로나로 그리고 건축으로 저녁 예배와 수요모임이 일시 멈추었지만 건축이 마무리 되어 다시 저녁 예배를 시작할 것입니다.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원칙을 보수적으로 따릅니다. 참된 쉼을 위해 주일 아침에 예배로 시작하여 해 질 때 예배로 마무리합니다. 프로그램을 쫓는 인위적인 종교성을 배제하였습니다. 온전히 드리는 예배로 충분하지 않나요? 유명한 개신교 공동체로 부르더호프, 프랑스 떼제, 그리고 우리가 매일 묵상하는 기도서를 발행하고 있는 헤른후트 공동체, 특히 아미쉬공동체는 보다 독특한데, 함께 모여서 예배드리는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늘 가족 단위로 예배를 드리고, 찬송가도 없고, 특히 별 다른 종교행위를 하는 경우도 없는데, 그 공동체들에서 끊임없이 세상이 줄 수 없는 평화가 샘처럼 솟아나옵니다. 공동체가 살아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교회에서는 평화가 사라졌습니다. 아멘! 아멘! 만 하지 평화가 발현하지 않습니다. 자기 성을 쌓으며 세상과 소통하지 못합니다.

     고기교회는 예배 외에는 별 다른 모임을 갖지 않지만 현장에 늘 다가 갔습니다. 탈핵, 쌍용자동차, 부산 김진숙 크레인고공농성, 4대강, 최근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님, 밀양송전탑, 특히 416세월호 가족, 강정 해군기지 반대 개척자들, 홍천 양수발전, 한반도화해와통일기도회, 남북철도잇기평화대행진, 기위기 기독교비상행동, , , 늘 현장을, 역사의 고통의 소외된 현장을 찿아갔습니다. 왜요? 현장에 가면 그 현장의 아픔이 내 마음에 다가오면, 내 마음 속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죽기 까지 사랑하신 그 사랑이 내 마음에서 살아 나옵니다. 그래서 함께 평화입니다. 이것은 성경공부, 세미나, 부흥회에서는 볼 수 없는 생명의 살아있는 은혜, 예수님이, 사도 바울이 그렇게 거리에서, 광장에서 하나님을 드러낸 것처럼, 고기교회는 성령의 감동을 따라 이웃과 세상과 역사 속에서, 그리고 자연과 함께 십자가와 부활을 나누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마을에서는 생태교실, 밤토실어린이도서관, 아래 목공방, 그냥..가게를 통해 마을과 구별됨이 없이 모두같이 교회로 늘 마을 잔치를 벌였습니다. 작음음악회, 글짓기 대회, 대보름 지신밟기놀이, 그리고 아무것도 안하는 여름바닷가에서의 쉼. . .이게 전부입니다. ! 참 떼제찬양기도, 그리고 저에게 모든 것을 보게하고, 깨우침을 주는 새벽기도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2년 전인가 아나뱁티스트, 재세례파회에서 매 년 컨퍼런스를 여는데 저에게 고기교회 목회에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저는 놀랐고, 그러나 기꺼히 참여하였습니다. 몇 몇 교우들도 함께 참여했던 기억이 납니다. 감사한 것은 그동안 예수님이 강단에서 보여주신 춤을 잘 추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세례파는 종교개혁당시 캐톨릭에게서 유아세례는 성서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여 이단으로 축출당한 집단이었습니다. 그래서 성년이 되면 다시 세례를 베풀어서 재세례파입니다. 그런데 캐톨릭은 아기가 태어나면 영세를 줌으로서 모든 사람들이 교회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하여 관리를 하는데, 재세레파가 그것을 거부한 것이니 축출 당할 수 밖에 없었고, 살기 위해 계속 도망다니며 공동체를 이어 와서, 오늘날 적지 않은 개신교 공동체를 이룬 것입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쇄락하고 있는데, 무수한 프로그램의 늪이 한국교회를 발목잡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한국교회가 2가지를 잃어버렸습니다. 우선 공동체성을 잃어버렸습니다. 사랑으로 띠를 띠어 삶의 자리에서 평화의 언어와 행동이 드러나 복음의 빛이 삶의 자리에서 환히 밝혀지는 신앙 말입니다. 교회끼리가 아니라, 마을, 이 사회, 민족, 자연생태, 우주를 아우르는 공동체 말입니다. 또 하나는 침묵관상기도를 잃어버렸습니다. 기도를 통해 주님이 나를, 교회를, 세상을 기후생태위기를 어떻게 보고 계시나를 보고, 또 이제는 예수님이 나를 교회를, 세상을, 역사를, 그리고 우주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를 기도자리에 머물며 볼 수 있어야합니다.

     대강절은 아기 예수를 바라며,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때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시간, 우리와 약속한 시간에대해 말씀하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것은 사실 우리가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섭리와 경륜의 때에 대강절은 믿음의 사람, 기도하는 사람, 주시는 말씀과 성령의 감동을 따르는 사람이 변함없이 기다리고 계시는 하나님에게 응답하는 시간입니다. 이 번 대강절기도 시간에 하나님의 기다림에 응답하는 우리모두같이 나와 가족, 이웃과 세상, 역사와 우주가 교회이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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